조선닷컴

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topp 로고
칼럼진
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며 오펜바흐 지옥의 오르페우스 중 ‘캉캉’
입력 : 2021.02.07

얼마 전 제 생일이었습니다. 코로나 탓에 생일이라고 뭐 대단히 큰 행사는 없었지만 저를 위해 춤추고 노래하며 웃는 아들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생일 때마다 자신이 직접 준비한 작은 공연을 해주는 아들은 올해는 춤의 배경음악으로 오펜바흐의 ‘캉캉’을 선택했습니다.

캉캉은 아들이 어릴 때부터 무척이나 좋아하는 음악인데요, 지금도 기분 좋으면 춤추면서 노래 부르는 곡입니다. 캉캉을 무한 반복으로 재생시키고 온 몸으로 퍼포먼스를 하는 아들을 보며 웃을 일 별로 없는 이 시국에 한참을 신나게 웃었습니다. 그 어떤 선물보다도 값지고 귀했어요.

 

영화 물랑 루즈가 생각나는 캉캉

commonPMVKK6YH.jpg
영화 '물랑루즈'의 한 장면.

클래식을 전공하는 제 입장에서 캉캉을 들으면 독일 출신의 프랑스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가 제일 먼저 떠오르긴 하지만, 인상 깊게 봤던 영화 ‘물랑 루즈’도 생각납니다. 물랑 루즈 (Moulin Rouge)는 ‘빨간 풍차’라는 뜻으로 실제로 프랑스 파리 몽마르뜨에 있는 댄스홀이죠.

영화 ‘물랑 루즈’에서 뮤지컬 가수 사틴 역을 맡은 니콜 키드먼과 작가 크리스티안 역을 맡은 이완 맥그리거가 함께 댄스홀에서 신작 ‘스펙타큘러’의 리허설을 하는 장면에 이 음악은 흐릅니다. 실제로 니콜 키드먼이 연기뿐만 아니라 노래를 직접 불렀으니 그녀의 음악성에 다시 한번 놀랄 뿐이에요. 아마 이 영화는 니콜 키드먼의 미모와 음악이 모든 것을 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common0GLQ0MNR.jpg
영화 ‘물랑루즈'.

영화 내용은 널리 알려졌다시피 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하면서 이루어질 수 없는 두 남녀의 사랑과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어요. 여주인공 사틴은 출세를 위해 돈 많은 남자를 필요로 하지만 가난한 작가와 사랑에 빠집니다.

마지막에는 결핵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틴의 삶이 가슴 아팠어요. 화려한 극장의 삶과 냉혹한 현실의 삶이 극단적인 설정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도 했습니다. 보헤미안 작가와 결핵으로 죽는 가수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마치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을 생각나게도 했고요.

캉캉! 원래는 춤을 가리키는 단어인데, 음악 제목처럼 쓰이기도 합니다. 이 춤이 실린 음악이 바로 독일 태생의 프랑스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의 오페레타 ‘지옥의 오르페우스’입니다.

commonJN9EASLY.jpg
독일 태생의 프랑스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

자크 오펜바흐는 1819년 독일 쾰른에서 태어났지만 1880년까지 주로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19세기 후반의 작곡가입니다. 그는 환상적인 소재를 많이 다룬 후기 낭만음악의 전문가였습니다. 실제 그의 얼굴을 보면 철학적이고 사색 가득한 독일인의 모습보다 개구지고 환상을 좋아할듯한 프랑스인의 이미지가 느껴집니다.

오펜바흐는 바흐나 베토벤과는 달리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주제로 사람들을 반하게 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음악교사이자 작곡가였는데 어릴 때부터 음악가로서의 자질을 드러냈어요. 태어날 때 이름은 야곱 오펜바흐(Jacob Levy Offenbach)였지만 독일에서 프랑스로 건너가 정착한 후에는 ‘야곱’에서 '자크'로 이름을 변경했습니다. 

오펜바흐는 1833년 파리로 이주해서 첼로를 공부했고, 실제로 교향악단에서 첼리스트로 활동 했습니다. ‘자클린의 눈물’이라는 그의 멋진 첼로곡이 탄생한 데는 이런 이유도 있습니다. 그는 첼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작곡가였던 거죠.

1850년 오펜바흐는 프랑수아 극장의 지휘자가 됐고, 1855년에는 직접 자신의 소극장을 설립하였습니다. 오펜바흐는 그곳에서 죽을 때까지 대부분 오페레타와 오페라 코미크에 헌신하며, 작곡가, 감독으로서의 성공을 거뒀습니다. 오페레타 <지옥의 오르페우스>뿐만 아니라 그의 마지막 오페라인 <호프만의 이야기>도 아주 유명합니다. 그는 1880년 미완성인 채로 곡을 남겨두고 세상을 떴지만 친구인 에르네스트 기로에 의해 완성되어서 1881년에 초연되었습니다. 오펜바흐는 지금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뜨 묘지에 묻혀있습니다.

 

삶이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일

오페레타 ‘지옥의 오르페우스’는 ‘천국과 지옥’으로 불리기도 해요. 오페라의 미니어처 정도로 설명되는 오페레타(Operetta)는 19세기 후반에 발달한 작은 오페라를 말합니다. 워낙 내용이 재미나고 경쾌한 작품이 많아서 희가극 또는 경가극이라고도 합니다.

‘지옥의 오르페우스’는 프랑스의 유명한 오페라 작곡가 글룩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와 주인공은 같지만 내용은 완전 180도 다릅니다. 쉽게 말하면 오펜바흐가 신성하고 애절한 글룩의 오페라를 웃기게 패러디한 것이에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는 둘 다 올림포스 신전의 신인데, 원래 신화에서는 서로 지극히 사랑하는 부부간의 이야기입니다. 결혼식 전날 밤에 뱀에게 물려 죽은 부인을 찾으러 지옥으로 갔던 오르페우스는 그의 멋진 노래로 악령들을 이기고 부인을 구출합니다. 그러나 도망가면서 절대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는 금지령을 어기고 뒤를 돌아본 오르페우스는 결국 죽고 말죠.

사랑이 극진했던 그는 아내 에우리디체를 따라 죽음으로써 사랑을 완성한다는 내용이 원래의 의미라면 오펜바흐의 오페레타에서는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난 부부가 나옵니다. 주변의 다른 신들도 마치 인간처럼 등장시키면서 당시 프랑스 사회 상류계층 귀족들의 저속하고 타락된 생활을 풍자하여 희극화한 오페라예요.

1885년도에 파리에서 초연되었고 모두 2막으로 되어 있는데, 캉캉은 2막의 2장에 흐릅니다. ‘지옥의 갤럽’이라는 제목 대신 ‘캉캉’이라고 더 자주 불립니다.  

commonC4D562CY.jpg
영화 '물랑루즈' 중 캉캉을 추는 댄서들.

캉캉(can can)은 원래 프랑스의 춤입니다. 샤위(chahut)라고도 하는 이 춤은 다리를 높이 차올리는 것이 특징인 서민적인 춤이었는데, 1845년경부터 무대에서 하는 쇼(show)로 등장하여 파리의 명물이 되었어요. 1928년부터는 '프렌치 캉캉'이란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죠.

캉캉은 주름이 많은 공작새 같은 치마 깃을 들어 올리고 검은색 긴 양말을 신은 다리를 높이 차올리며 추는 빠른 템포의 춤입니다. 음악도 신나지만 무용수들의 화려한 색상의 치마와 다리 올려 차기가 재미난 볼거리를 선물하죠. 다리가 길수록 유연성이 좋을수록 멋진 자세가 나와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춤의 주된 동작이 있지만, 우리 눈에는 일단 다리를 하이킥 하면서 치마를 들어 올리는 장면만 기억됩니다. 멀리서 보면 화려한 꽃이 피는 듯 보입니다. 

귀족들은 자신들의 뒷 이야기를 웃기게 각색한 오펜바흐가 얄미웠을 텐데도 막상 화려하고 신나는 음악 덕에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캉캉은 내용을 보면 성인용 오페라의 노래지만 단순히 멜로디만 들으면 정말 신나고 재밌어요. 이 작품은 흥행 실적이 미비했던 오펜바흐에게 대성공이라는 쾌거를 이루게 하며 그를 웃게 했습니다.

오펜바흐는 독창성과 창의력이 뛰어나며 굉장히 유머가 많고 재미난 사람이었습니다. 요즘 시대가 원하는 그런 인재예요.

희극과 비극을 왔다 갔다하는 오펜바흐의 ‘지옥의 오르페우스’나 영화 ‘물랑 루즈’ 둘 다 비슷해 보입니다. 사는 건 언제나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일이니까요. 저는 ‘물랑 루즈’에서 흘렀던 여러 음악 중에서 ‘Come what may’를 참 좋아하는데요, 노래 제목처럼 어떠한 일이 닥치더라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사랑의 힘을 믿으며 하루하루 살기로 다짐해봅니다.

 

 

오펜바흐 '지옥의 오르페우스' 중 '캉캉'

 

영화 ‘물랑 루즈’중에서 ‘캉캉’

Moulin Rouge - Spectacular Spectacular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