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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표 울린 헨델의 노래는?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영화의 매력에 대하여
입력 : 2021.01.25
얼마 전 클래식 음악이 귀에 쏙쏙 들렸던 영화 한 편을 봤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핸드폰으로 영화 보는 걸 좋아했는데요. 제 남편은 tv로 보지 왜 자꾸 작은 핸드폰으로 보냐고 종종 볼멘소리까지 합니다. 그런데 작은 핸드폰 화면으로 보는 영화의 맛도 꽤 괜찮거든요. 홈시어터 사운드와 시원시원한 브라운관이 없어도 영화의 재미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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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차인표>는 헨델, 바흐, 리스트, 라흐마니노프의 클래식 음악과 B급 감성이 어색하지만 절묘하게 잘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넷플릭스

또 너나 할 것 없이 코로나 팬데믹 2년차에 접어든 후 방구석 1열에서 온라인 공연과 영화를 보는 시간이 늘었는데요. 아마 팬데믹 종료 이후에도 이러한 방식은 하나의 취향이 되어 남을 것 같고요. 새해 첫 달의 어느 날도 그랬습니다. 저는 가족들이 모두 잠든 밤, 거실 쇼파에 누워 작은 핸드폰으로 영화를 고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리스트와 헨델의 음악이 마치 음식의 간을 맞추는 소금처럼 들어가 있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영화 <차인표>를 클릭했습니다. 


사랑을 그대 품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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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차인표> ⓒ넷플릭스

배우 차인표는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로 대단한 인기를 누렸습니다. 이 영화는 차인표라는 배우의 이야기에 몇 스푼의 허구를 넣은 작품인데요. 솔직히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재생을 중단하고, 다른 영화를 찾아보려고 했어요. 이게 핸드폰으로 영화 볼 때 편한 점 중 하나이기도 한데요. “아우 재미없다”하면서도 자꾸 보게 되는 그런 작품들 있잖아요? <차인표>가 제게 그런 영화였습니다. 

몰입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도입 부분, 차인표가 연기하는 극중 차인표의 어색함, <사랑을 그대 품 안에>에서 차인표가 히트시킨 오른손 두 번째 손가락을 좌우로 까딱까딱 하는 장면에 필요 이상의 포커씽을 맞춘 부분 등은 이 영화가 이미 갈 곳을 잃었다고까지 생각하기에 충분했거든요. 모 일간지의 영화 전문 기자가 이 영화에 대해 쓴 리뷰를 찾아보니 감독이 무려 5년간 차인표를 설득해 제작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기사를 읽으면서 차인표도 그럴 만 했겠다 싶어 웃음도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영화를 끝까지 다 봤습니다. 평소 저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작품이나 클래식 음악 영화 등을 즐겨보는 편인데요. 요즘 말로 B급 코메디 물인 <차인표>는 확실히 제 스타일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나 끝까지 이 작품을 다 보게 된 사연은 바로 클래식 음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극 중 차인표가 외치는 진정성이 귀에 못 박히게 들려올 때 즈음 영화 <차인표> 속에 클래식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해당 장면을 꾸미는 역할이 아닌, 어쩌면 그 음악이 이 장면을 위해 존재했던 것처럼 흘렀습니다. 그때부터 정지 버튼을 누를지 말지 고민하지 않고, 끝까지 영화를 봤습니다. 심지어 재미있다고 주변에 추천하고 있고, 이렇게 독자 여러분에게도 그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있습니다. 음악의 힘이 참 다양하지만, 이런 경우도 있네요! 

 

차인표를 <울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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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청춘 스타였던 차인표의 삶과 한물 간 차인표의 삶을 코믹하게 다룬 작품입니다. ⓒ넷플릭스

영화 <차인표>는 안성기와 박중훈이 환상의 호흡을 맞췄던 영화 <라디오 스타>와 비슷한 설정입니다. 극중 차인표의 매니저 아람 역과 차인표가 티격태격하며 벌어지는 한물 간 톱스타와 매니저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는데요. 차인표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이후부터 그 둘의 관계가 더욱 쫀득하게 펼쳐집니다.

이때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 리스트 <사랑의 꿈>,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 헨델 <울게 하소서>가 울려 퍼집니다. 영화 <차인표>와 결코 어울리지 않지만 그 어느 영화에서보다 제 역할을 톡톡히 했던 클래식 음악들입니다. 

단조롭지만 따듯한 하프시코드와 바흐 시대의 오케스트라 편성이 들려주는 <관현악 모음곡 3번>은 극 중 진정성을 입에 달고 사는 차인표와 찰떡같이 어울렸습니다. 오직 진정성 있는 삶이 자신이 살아야 하는 것이라 믿는 차인표의 모습에 바흐의 음악이 어찌나 잘 어울리던 지요. 또 의 주요 선율과 함께 우주로 날아가던 장면에서 폭소를 뿜을 수밖에 없었고요. 

리스트의 아름다운 피아노 작품인 <사랑의 꿈>은 이토록 어울리지 않는 영화에 등장했음에도 여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누구나의 마음속에 자리한 사랑의 기억에 이만한 노래가 또 있을까 싶기도 한 작품 중 하나고요. 특히 바이올린 버전으로 연주된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도 킥을 날리기에 충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 영화 전체 선곡 중 가장 탁월했던 헨델의 <울게 하소서>는 정말 차인표를 울게 했습니다. 

헨델의 <울게 하소서>가 아름답고 슬프게 등장했던 영화 <파리넬리>의 한 장면입니다.
영화 <차인표>에서는 차인표를 울게 했던 음악으로 여러 관객에게 기억될 듯 합니다.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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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컨덕터>는 세계 최초로 뉴욕필 지휘했던 여성 지휘자 안토니아 브리코의 삶을 다룬 영화입니다. ⓒ네이버 영화

제가 클래식 음악 칼럼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갖게 된 취향인지도 모릅니다만. 영화에 대한 저만의 감상을 저장할 때 작품과 줄거리도 중요하지만, 선곡에도 큰 점수를 매기곤 합니다. 가령 세계 최초로 뉴욕필을 지휘했던 여성 지휘자 안토니아 브리코의 삶을 다룬 영화 <더 컨덕터>의 경우 모든 장면에 이토록 잘 맞는 곡을 어떻게 찾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 정도로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전개시켜준 음악들이 삽입되었는데요. 실제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했던 분이 음악 감독을 맡아 모든 선곡에 참여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도 납니다. 

또 클래식 음악이 주를 이루는 영화는 아니지만 최근 리마스터링 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는 <화양연화>도 음악이 무척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작품이라 생각해요. 정말 단 한 장면의 음악도 버릴 것이 없더군요. 배경 음악만으로도 굉장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대표작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도 음악의 힘을 제대로 받은 작품 중 하나고요. <피아니스트의 전설>, <피아니스트의 마지막 인터뷰>, <말할 수 없는 비밀> 등도 화면을 꺼둔 채 음악과 배우의 대사만 들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음악들이 펼쳐지는 작품이에요.  

우리는 살아가며 생각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듣습니다. 그 중 영화를 통해 접하는 음악은 그 어떤 형태보다 더 가까이 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것 같고요. 앞으로 영화의 구성 요소 중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악이라는 것을 알고, 노력한 분들이 만든 영화가 앞으로 더 많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영화와 함께 음악을 추억하는 수많은 분들과 또 저처럼 핸드폰으로 영화 감상하는 취미가 있는 분들을 위해서도요!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를 연주합니다.
라흐마니노프만의 짙고 호소력있는 감성이 잘 녹아있는 작품입니다.  

정은주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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