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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의 엘리트 세습 현대의 귀족은 금수저+엘리트들
입력 : 2021.01.21

결국 이 드라마를 내가 보았구나. 

드라마 <펜트하우스>는 시즌2를 예고한 만큼, 많은 인기를 끌었다. 명문 예고와 그 가족들이 사는 값비싼 펜트하우스에 벌어지는 욕망과 살인, 광기를 담고 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동네를 아예 고층 건물 하나로 압축해버렸다. 아파트 광풍과도 맞아 떨어지고 절묘한 배경이다. 

아마도 이 드라마의 모티브가 되었을 <스카이캐슬> 역시 비슷한 배경에 자녀의 학벌 전쟁을 소재로 하지만, <스카이캐슬>은 다수의 몰지각한 학벌 세습 추구자들 대 양심적인 것 같은 한 가정의 대립 구도였다는 점이 다르다. 과거와는 다르게 <스카이캐슬>의 ‘정치적으로 올바른’ 인물은 '평가질'이 심한 위선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펜트하우스>에는 도덕적인 인물이 있을까? 피해자인 것 같은데 알고 보니 살인자라든지, 결국 사리사욕을 위한 범죄의 스케일과 선정성이 더해졌다. 펜트하우스 입주민들끼리 서양 중세의 귀족 복장을 하고 파티를 하는 장면 등 대놓고 판타지임을 보여준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인기를 끌었을까?  


현대의 귀족은 금수저+엘리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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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펜트하우스>

분명 사회서인데 <엘리트 세습>을 읽다 보면,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떠오른다는 리뷰들이 많다. <엘리트 세습>은 현대판 귀족이 된, ‘명문대-좋은 직업’을 거머쥔 엘리트들의 실상을 다룬 책으로, 깊이 있는 분석과 비판을 담아냈다. 명문대에 합격하는 대다수가 고소득층 출신임을 책은 말해준다. 미국 상황을 다룬 책이지만, 본문에도 나오듯이 입시를 위한 사교육이 판치는 한국이라고 해도 놀랍지 않다.   

 

오늘날 중산층 어린이는 학교에서 부유층 어린이에게 뒤처지고 중산층 성인은 직장에서 명문대 졸업자에게 밀려난다. 중산층에겐 기회가 차단된다. 그것도 모자라 소득과 지위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들을 비난한다. 모두가 규칙대로 해도 부유층만 승리하는 경쟁인데 말이다. 그러나 능력주의는 엘리트에게도 해롭다. 그런 교육관 때문에 부유한 부모들은 자녀의 엘리트 교육에 수천 시간과 수백만 달러를 투자한다.

- <엘리트 세습> 「서문」 중에서


꿈이 건물주라고 밝히는 아이들이 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능력 없어 보이는 금수저는 경외의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능력으로 성공한 이들 앞에서는, 그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함구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그 능력이 공정하게 획득한 것이냐는 의구심을 낳게 했다. 


“그 능력을 공정하게 얻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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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의 악녀 천서진(김소연 배우)처럼 술수를 써서 트로피를 뺏는 것에는 우리도 누누이 분노해왔다. 그러나 부잣집에서 태어나 부모 덕으로 고액 과외를 해서 명문대에 들어가 고소득에 명예로운 직장에 들어가는 것까지 비난할 수 있는가? 

한국은 미국 이상의 능력주의 사회다. 능력주의는 능력과 노력에 근거해서 사회적 자원(부)을 배분하는 논리로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작동 원리다. 

과거 신분제 귀족사회를 대체하는 오늘날의 능력주의는 그 자체가 현대 민주주의 사회라면 전혀 의심받지 않을 정도로 이미 우리의 머릿속에 뿌리박혀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가난한 오윤희(유진 배우)의 딸이나 역시 보육원에서 홀로 자란 심수련(이지아 배우)의 친딸 같은 처지에서 명문고 입시를 준비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모든 왕조가 동등한 조건으로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왕조에는 지위에 대한 대가가 따른다. 타고난 귀족들은 자신들의 지위를 자동으로, 그 어떤 비용도 들이지 않고 자식에게 대물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만들어진 능력주의 시대 엘리트는 부와 지위를 지키려면 엄청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배타적이고 엄격한 교육은 그 교육을 흡수하는 이들의 삶을 장악하는 방식으로 인적 자본을 쌓는다. 능력주의는 기업과 직장과 제품을 본떠 각각 가족, 가정, 어린이를 재구성함으로써 왕조를 유지한다. 

_<엘리트 세습> 「5장 엘리트 교육과 신분 세습」 중에서

 


상위 1%도 불행한 능력주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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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세종서적

<엘리트 세습>의 부제는 중산층 해체와 엘리트 파멸을 가속하는 능력 위주 사회의 함정이다. 고소득 부모의 막대한 지원을 받아서 명문대를 나왔고 번드르르한 직업을 가진 엘리트 2세들. 이런 과정이 고착될수록, 중산층 자녀들은 부모 세대 이상으로 소득을 올리고 사회적 위상을 가질 기회를 애초에 박탈당해 버린다. 

지금 세계적인 소득 격차의 현실은, 중산층과 빈곤층 간에 격차는 줄어드는 반면에 상류층과 중산층 간의 격차는 나날이 벌어지고 있다. 빈곤층은 사회적 부조로 최저 빈곤선을 탈출한 반면, 중산층은 좋은 일자리에서 밀려나고 있다.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자산 증가율이 노동 증가율을 넘어서서 자산을 가진 계층의 부가 급증한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현실은 노동으로 거금을 벌어들이는 노동하는 엘리트가 부 격차를 심화하는 쪽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늘날 노동소득은 소득분포의 최고 정점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10명 가운데 8명은 상속이나 상속받은 자본의 수익이 아니라 창업이나 경영 등의 노동을 통해 벌어들인 보수로 재산을 일구었으며 보수의 형태는 설립자나 동업자의 주식 지분이다. 

_<엘리트 세습> 「4장 일하는 부유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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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 사회의 엘리트는 자기착취에 능해야 한다. 드라마 중.

엘리트의 자녀들은 과거 귀족 자제와는 달리, 엘리트라는 왕관을 쓰기 위해 하루하루 피 말리는 경쟁에 돌입해야 한다. 상류층이라는 신분은 명문고를 위한 필요조건일 뿐, 그들 사이에서는 절대 헌신을 바치고 부모의 지시대로 절대 복종해야 잡을까 말까한 트로피다. 그래서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상위 1%도 혼신을 다해 자기착취를 해야 하는 것이다. 불행하다.  

<엘리트 세습>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거기에 있었다. 저자 대니얼 마코비츠가 교수로 몸담은 예일대 법대에서 당대 최고의 엘리트인 밀레니얼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졸업연설을 하는데, 가슴 저 밑에서 뭔가가 울컥 치밀었다고 한다. 이들은 또 얼마나 상막한 세상으로 흘러갈 것인가? 나머지 99%는 말할 것도 없고 모든 걸 거머쥐고도 이들은 왜 또 불행한가? 


<펜트하우스>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흉내라도 내는 걸까? 

지금 미국에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은 배경에는, 괜찮은 일자리에서 탈락한 백인 중산층의 분노가 있다고들 한다. <엘리트 세습>의 저자의 지적은 이렇다. 미국의 민주당은 친기득권 층의 소위 엘리트 진보들이다. 그들은 ‘정치적으로 올바름’에 민감하며 빈곤 가정 출신의 이민자와 여성, 성적 소수자들은 자기들 무리에 끼워준다. 시골 출신의 백인에는 “무식하다”는 프레임을 씌웠고 이것이 반발심을 낳았다고 한다. 

<펜트하우스>에서는 아무리 명문 예고에 들어왔어도 가난한 집안 출신을 마치 양반 시대의 '천출' 대하듯 천시한다. 별로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게 우리 사회와 닮아 보인다. 미국처럼 '정치적으로 올바름'으로 교양을 꾸며내는 일도 없다. 아마도 그 개천용이 엄청난 거부가 된다면 얘기가 달라지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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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엘리트 세습>

정소연 세종서적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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