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topp 로고
칼럼진
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낯선 설렘으로 다가가는 한 해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소개한 러시아 음악가
입력 : 2021.01.18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지인들과 맛있는 식사 한 끼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 바람마저도 코로나가 앗아가 버렸습니다. 코로나는 여전히 2021년에도 우리를 불편하게 할 것 같으니 새해라고 딱히 달라질 것도 없어요. 그렇다고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더 헛헛해지기만 할 것 같아 저만의 새해맞이 준비를 해봅니다.

저는 핸드폰 스케줄러도 이용하지만 일기를 쓰는 것이 취미예요. 그래서 마음에 드는 깔끔한 디자인의 다이어리를 사다가 올 한 해 이루고 싶을 일을 하나씩 적어봤습니다. 컴퓨터 자판으로 가볍게 치는 것 보다 손가락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 꾹꾹 눌러 쓰다 보면 정말 바라는 모든 것이 이뤄질 것만 같거든요. 

운동하기, 다이어트, 100 권 읽기, 외국어 공부하기등 새해 다짐으로 단골 등장하는 것 말고 실천 가능한 것 중 가장 하기 쉬운 일이 뭘까 고민하다가 첫 줄을 적었어요

 

낯선 설렘으로 다가가기

99F83D335B51499934.png

익숙한 것에 편안해하지 말고 새로운 것, 낯선 것에 다가가 보기. 적어 보니 이 문장 역시 거창하고 막막합니다만, 어찌됐건 핵심은 낯선 설렘으로 다가가는 한 해를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더욱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적으면서 실천할 계획입니다. 작심삼일이 될지 작심일일이 될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일단 시작했습니다.

지금 바로 이 순간 당장 실천 가능한 일이 어떤 건지 고민하다 종이 경제 신문을 구독했습니다. 물론 어떤 분께는 고작 그런 일이 낯선 설렘이야 하실 수도 있지만 저에게 경제 신문은 넘기 힘든 산입니다. 인터넷 검색하다 특별히 이슈가 될 만한 경제 기사가 나오면 대충 눈대중으로 보긴 했지만 꼼꼼하게 읽어 본 기억은 없습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누구보다도 독서량에 있어서는 자신 있지만 유독 정치, 경제 그러니까 세상 살아가는 일에는 관심이 부족했습니다. 게으름과 무관심이 주원인이기는 합니다.

저는 주린이, 경린이라고 말하기도 창피할 수준입니다. 신용카드 활용법도 잘 모르고, 할인율에도 무지한지라 같은 물건 싸게 사는 법도 어렵습니다. 이런 저런 할인 방법으로 흥정해서 사는 물건에는 적지 않은 두려움이 있어요. 내심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진리도 꽤 믿는 편이고요. 그래서 세상 어딜 가도 정찰제로 살 수 있는 그런 물건들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저에게는 경제 신문 읽기는 낯선 일 중에서도 Top 5 안에 들어가는 일이 된 거지요.

 

매일 새벽 경제 신문을 읽기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

신문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바로 구독을 신청하고 내일을 기다렸습니다. 종이 신문의 가장 큰 기쁨은 새벽을 기다리는 것이었어요. 저희 집의 경우는 새벽 5시면 툭하고 신문 던지는 소리가 나더군요. 여름엔 그 시간에 자주 깨있지만 해가 뜨는 시간이 꽤 늦어진 겨울에는 5시에 일어나기가 어렵네요. 캄캄한 새벽이 오랜만이었습니다.

설렘을 안고 신문을 읽어봅니다. 그런데 첫 페이지부터 턱하고 숨이 막히네요. 기사 한 줄 읽기가 이리 어렵다니요! 한 단락 읽는데 모르는 단어 절반, 알아도 이해가 안 되는 문장 절반. 첫 날 경제 신문 하루치를 다 읽는 데 반나절이 걸렸습니다. 모르는 단어 찾으면 거기서 또 모르는 단어. 문장 한 줄 이해될 때까지 읽고 또 읽으며 당장이라도 신문을 접고 싶었지만 낯선 일에 다가가 보기로 했으니 마지막 장까지 인내심 발휘하며 참아 봅니다.

그렇게 경제신문을 읽기 시작한 게 이제 보름이 넘어갑니다. 오늘 현재 상황으로 저의 신문 읽는 속도는 처음에 비해 꽤 빨라졌습니다. 신문 공부하면서 세상을 연결 시켜보니 지금껏 그냥 돌아가는 줄 알았던 일들이 모두 이유가 있었더군요. 세상사가 씨줄과 날줄로 엮여있다는 진리를 또 한 번 깨달았습니다.

클래식 설명할 때도 모든 게 시대와 연결돼 있다고 그렇게 강의해놓고 정작 저는 지금의 시대와 저 자신을 연결하는 데 미숙했습니다. 여전히 더디고 느리지만 계속 진행 중입니다. 신문을 꼼꼼히 읽어 보니 예전보다 더 보이고 들립니다. 이젠 제가 사는 현실 안에서 시대정신을 갖고 낯선 것에도 눈길을 주며 다가가 보렵니다. 오늘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께도 낯선 설렘으로 다가가기 좋은 곡을 소개합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소개한 러시아 음악가 

31ynoc7u5pe3j1l3q3fl.jpgOIP.jpg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피아니스트 손열음. ⓒMBC방송화면캡처

1986년생인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2011년 제14회 차이코프스키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하고 우리나라 음악계의 위상을 한층 높인 피아니스트입니다. 종횡무진 연주를 하면서도 현재는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예술 감독으로 음악축제를 총지휘하고 있으며 예술의전당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인지도가 높은 그녀는 신박한 연주 프로그램으로도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연주회 때 소개한 곡들 중에는 우리나라 클래식 팬들의 귀를 신선하게 해준 곡도 많습니다.

우크라이나 태생의 러시아 작곡가 니콜라이 카푸스틴(1937~ 2020, 러시아) 의 연습곡이 바로 그런 곡입니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카푸스틴은 7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서 14살부터는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재즈 피아니스트는 아니지만 정통 클래식에 재즈의 색채를 가미해서 작곡하는 것을 즐겨했어요

그의 작품은 듣기엔 좋지만 실제로 악보를 보면 연주하기가 꽤 까다롭습니다. 어렵다고 소문난 쇼팽의 연습곡이나 리스트의 연습곡과는 또 다른 면에서 난이도가 있습니다. 카푸스틴은 2016년까지 161곡의 작품을 만들었는데 작곡가로서 긴 무명 시절을 보냈어요. 하지만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이라는 피아니스트가 그의 작품을 연주하기 시작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연주가 그 역할을 했어요. 

낯선 이름이지만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좋아하고 있었던 거죠. 카푸스틴은 누가 들어도 독보적인 그만의 색깔이 전해지는 음악을 많이 작곡했습니다. 직접 연주한 음반을 들어보면 60살 넘어 하는 연주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힘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그의 실연을 들을 수는 없어요. 아쉽게도 2020년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때에 83살의 나이로 세상과 이별했거든요. 

니콜라이 카푸스틴의 걸작 중에서도 8개의 콘서트 연습곡 작품번호 40은 아주 유명합니다.8개 곡 각각에 제목이 붙어있는데, 한 두 곡 연주하는 경우와 달리 전곡 연주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역시 현대곡이라 암보가 가장 관건입니다. 외워서 연주하려면 초집중을 필요로 하는 곡이에요

1번 전주곡, 2번 꿈, 3번 토카티나, 4번 추억담, 5번 농담, 6번 목가풍, 7번 간주곡, 8번 피날레 등의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7번 간주곡과 8번 피날레를 아주 좋아합니다. 들을 때마다 통통 튀는 기분이 느껴진달까요? 

아직 많은 분들께 카푸스틴이 낯설겠지만, 새해에는 익숙하고 편안한 것보다 낯선 것에 설렘을 가지고 도전해 보는건 어떨까요? 여러분의 귀에는 어떤 곡이 가장 낯설면서 설렐지 긍금합니다.


카푸스틴 연습곡 op. 40 no.7 (간주곡) / 피아노 손열음 

카푸스틴 연습곡 op. 40 / 피아노 니콜라이 카푸스틴

Nikolai Kapustin. Concert etudes, op. 40

Nikolai Kapustin, piano

Recorded in 2000

1. Prelude (0:00)

2. Dream (2:08)

3. Toccatina (5:07)

4. Reminiscence (7:23)

5. Shutka (11:20)

6. Pastoral (13:39)

7. Intermezzo (16:11)

8. Final (19:46)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