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topp 로고
칼럼진
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훈민정음' 아닌 '돌민정음'을 아시나요? 탐험대원 '느루'의 언어탐험
입력 : 2020.12.22

다음은 한 K-pop 아이돌 그룹의 해외 팬들이 트위터에 올린 글들이다. 

20201222064714_vodwgetd.png 20201222065216_bgsvlaop.png

언뜻 보면 영어처럼 보이지만 읽어 보면 익숙한 말들이 눈에 띈다. maknae, oppa, aegyo 등은 각각 한국어의 막내, 오빠, 애교에서 온 것이다. K-pop이 전 세계에서 유행을 하면서 해외 팬들이 우리말을 그대로 영어 표기로 옮겨서 사용하는 경우가 나타났다. 이처럼 외국어로 번역하기 애매한 한국어 표현을 발음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아이돌’과 ‘훈민정음’을 합쳐 ‘돌민정음’이라 한다.

돌민정음은 원래 언니, 오빠, 애교처럼 적당한 번역어가 없는 경우에 주로 쓰였다. 그러나 위의 두 번째 예시처럼 'our' 이라는 단어가 있음에도 한국어의 '우리(uri)'를 사용하는 등 한국어 발음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졌다. 또한 'fake maknae'는 한국 팬들 사이에서 쓰이던 '맏내(막내 같은 맏이)'를 번역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matnae'라고 표기한다고 해서 본래 한국어에서와 같은 합성어의 느낌을 가지는 것이 아니므로 '가짜 막내'로 변형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한국어에서는 그룹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만 쓸 수 있었지만 영어로는 위의 예시처럼 나이 상 막내가 아닌 어느 멤버에게나 쓸 수 있어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이처럼 돌민정음이 그 자체적으로 변화하는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더 있다.  

 20201222064755_lyrgrlex.png  20201222065238_gomwznqm.png

위의 사진에서 'unnies, maknaes'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언니, 막내'를 영어로 표기하면서 우리말 복수 표지 '-들'을 사용해 'unniedeul, maknaedeul'이라 쓰지 않고, 영어 복수 표지 '-s'를 사용하였다. 즉 우리말이었던 표현이 영어의 문법적 규칙에 따라 변화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에서도 우리말 발음이 반영된 표현이 생겨났다. 대표적인 것이 ‘오빠’를 중국어로 음차한 ‘欧巴(ou ba)’이다. 

다음 사진은 중국 메신저 어플인 WeChat에서 사용 가능한 이모티콘들이다.

20201222065302_polqrsam.png

단순히 ‘오빠’라는 표현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다른 중국어 단어와 자연스럽게 어울려 문장을 만들어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예를 들어 아랫줄의 ‘欧巴,等你哦!(오빠, 기다릴게!)’나 ‘我的欧巴就是帅(나의 오빠는 멋있다.)’처럼 중국어의 문법 구조 안에서 ‘오빠’가 자연스럽게 사용되었다. 심지어 마지막에 있는 ‘欧巴~卡几麻~’는 중국어 발음으로 하면 ‘ou-ba, ka-ji-ma’가 되는데 이는 한국어의 ‘오빠 가지마’를 그대로 음차한 것이다.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을 하면서 우리말 표현도 세계 곳곳에 널리 알려졌다. K-pop 팬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처럼 퍼진 돌민정음은 점차 다른 나라의 언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외래어로서의 한국어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이처럼 재미있는 말들을 많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해외여행 대신 인터넷에서 돌민정음 찾기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느루(필명)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 17학번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