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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의 클래식 디저트
클래식 음악을 글로 소개하는 일이 업(業)이다. AI 음악가에 반대하지만, 미래 인류가 클래식 음악을 박물관에 처박아두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모차르트와 쇼팽, 특히 바흐를 존경한다. 누구나 킬킬대고 웃을 수 있는 클래식 음악사의 에피소드를 모은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을 썼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기다리며 팬데믹에 상처받은 우리 모두를 위한 노래.
입력 : 2020.12.21

팬데믹의 휴머니즘 

얼마 전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김형석의 100세 일기'에 쓴 글을 읽었습니다. 여러 시대마다 사회가 추구했던 여러 가치가 존재했지만, 변치 않았던 것은 오직 휴머니즘뿐이었다는 구절이 참 와 닿았는데요. 21세기 팬데믹의 시대를 버티고 또 버티는 우리 모두에게, 그 어느 때보다 휴머니즘이 필요하다고 느꼈거든요. 그 어느 시대보다 절실하게 사람에 대한 따듯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지난 1년 동안 지구촌의 모든 사람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팬데믹으로 고통 받지 않은 분들은 없을 거예요. 안타까운 점은 언제 이 상황이 끝날지 모른다는 거고요. 자영업자들은 자영업자대로, 학생들은 학생대로, 샐러리맨들은 샐러리맨대로 누구 하나 편치 않으니까요. 이럴 때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일, 그것이야말로 사람 사는 세상의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Stille Nacht-SalzburgerLand


올해 초 대구에서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의 일입니다. 대구 모 병원의 의료진 가족이 커뮤니티에 올린 사연이 많은 분들의 마음을 울린 적이 있었어요. 코로나 전담 의료진들이 막중한 사명감을 가지고 근무를 하고 하는데, 상황 상 요거트에 인스턴트 컵밥 정도를 먹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그 글이 올라간 다음 날부터 해당 병원 로비에는 먹을거리 택배가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글을 읽은 수많은 분들이 보낸 마음이었어요. 며칠 후 의료진 가족은 병원 로비를 가득 메운 택배 상자 인증 샷을 커뮤니티에 올렸는데요. 참 짠했던 기억이 납니다.    

내 가족 내 형제가 밥도 못 먹고 애쓴다고, 작은 먹을거리라도 챙겨주려던 사람들의 마음! 이 것이 팬데믹 시대의 휴머니즘이 아닐까요. 내 것을 조금 나누거나, 말 한 마디라도 친절하게 건네는 일이요. 모두가 처음이었던 그래서 아직도 어려운 코로나19의 상황 속에서 잠시나마 온기를 느낄 수 있었던 일로 기억될 것입니다. 

새해에는 저도 불혹(不惑)을 맞이하는데요. 집안에서 제가 실천할 수 있는 휴머니즘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물음도 떠오릅니다. 숙제하기 싫다고 거실 바닥에 드러눕는 아이를 안아주는 일일까요. 아니면 면도한 흔적을 치우지 않고, 핸드폰 게임을 시작한 남편에게 아무 소리 하지 않는 일일까요. 각자의 삶에서 휴머니즘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시는 연말 되시기를 바랍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다시 우리를 찾아 올 거라 믿으면서요. 


전쟁과 자연재해로 고통 받던 사람들 위로하던 캐럴의 작곡가 프란츠 그루버가 직접 그린 악보입니다. ⓒStille Nacht-SalzburgerLand


연말이면 가장 많이 들려오는 캐럴 중 하나는 입니다. 이 캐럴을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아요. 선율도 잔잔하고, 가사도 아름답고요. 팬데믹의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내는 우리를 다독여주기에 이 만한 선물도 없을 것 같아요. 음악이 가진 매력 중 하나는 듣는 일 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건데요. 특히나 연말에 듣는 캐럴은 더 더욱 우리를 따스하게 안아주는 기분도 들고요.  

은 지난 2011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는데요. 무려 200년이 넘는 세월동안 300여 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많은 땅에서 울려 퍼지고 있고요. 이 노래에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죠? 맞습니다. 바로 전쟁에 지친 사람들을 달래주기 위해 탄생한 특별한 노래거든요. 요즘 코로나에 지친 우리에게도 더 특별하게 다가올 수 있는 노래가 아닐까 싶네요. 


1953년 12월 잘츠부르크 주의 오베른도르프 ‘고요한 밤 성당’에서 촬영된 영상입니다. 소년소녀들이 한 손에 작은 초를 들고, 기타리스트의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입니다. 최초의 이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은 친한 친구 두 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노래입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주의 작은 마을 오베른도르프에서 죠셉 모어(josephus Franciscus Mohr, 1792~1848)와 초등학교 교사였던 프란츠 그루버(franz Xaver Gruber, 1787~1863)가 한 마음으로 작곡했어요.  

1818년의 크리스마스이브, 죠셉 모어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쓴 시 에 어울리는 선율을 프란츠 그루버에게 써달라고 했는데요. 죠셉 모어 신부는 이 부탁을 하기 위해 무려 3km를 걸어갔다고 해요. 도깨비처럼 불쑥 나타나, 크리스마스이브에 작곡을 해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바로 들어주었던 프란츠 그루버의 마음. 이 또한 전쟁으로 지친 사람들과 스스로를 위한 휴머니즘은 아니었을까요.  



ⓒ위키피디아


의 가사를 쓴 죠셉 모어 신부(위), 음악을 만든 프란츠 그루버(아래)ⓒ위키피디아



당시 유럽은 나폴레옹이 일으킨 전쟁, 합스부르크 군주국과 바이에른 대주교의 전쟁 등 수십 년간 이어진 전쟁으로 피폐해진 상황이었는데요. 심지어 1816년에는 자연재해로 유명한 ‘여름 없는 해’가 찾아왔고요. 모두가 힘든 시기를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었겠지요. 굶주림과 전쟁에 대한 공포에 지쳐가던 사람들에게 은 굉장한 사랑을 받았고요. 

죠셉 모어 신부는 부서진 성당의 오르간 대신 자신의 기타를 연주하며, 이 노래를 성가단원들과 함께 연주했어요. 지금도 오베른베르크의 고요한 밤 성당 기념관에는 당시 죠셉 모어 신부가 연주했던 기타가 전시되어 있고요. 마치 올 해 미스터 트롯의 주인공들이 부르던 노래처럼, 그렇게 당시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었던 노래는 아니었을까 그려봅니다. 


오스트리아의 시골 마을 오베른베르크는 이 탄생한 곳입니다. 고요한 밤 성당과 최초의 악보, 죠셉 무어 신부의 기타 등을 둘러볼 수 있어 세계 각지에서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기 않고 있습니다. ⓒStille Nacht-SalzburgerLand


참, 캐럴은 14세기 유럽에서 만들어진 노래의 한 양식입니다. 합창을 뜻하는 라틴어인 코라울라(choraula)에서 유래한 단어고요. 예수의 탄생이나 동방 박사 세 사람 등 성경의 내용을 기초로 하고요. 최초의 캐럴은 1426년 영국의 성직자이자 시인이었던 존 오드리가 만든 25곡의 인데요. 200년 후에 영국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캐럴이 작곡되기 시작했고요. 이후 17~18세기 독일, 프랑스의 노엘 등을 가교로 다채로운 캐럴들이 각국에서 발표되었고요. 

이제는 확실히 캐럴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 했고요. 각자의 종교를 떠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12월이 되면 한 번은 캐럴을 흥얼거리니까요. 또 듣기 싫어도 들을 수 밖에 없잖아요. 어디에 가든 캐럴이 울려퍼지니까요! 재미있는 점은 12월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거리에서 캐럴이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다시 새 연말이 돌아올 때까지 캐럴을 아껴두는 걸지도 모르지만요. 솔직히 저는 아무리 캐럴이 흥이 나고 좋아도, 1년 내내 듣지는 못할 것 같아요! 

아무쪼록  독자 여러분들 모두 올 한 해 뜻 깊게 마무리하시기를 바랍니다. 처음이기에 더 힘겨웠던 올 한 해의 근심 걱정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지새우며 훌훌 털어버리시길 바랍니다. 분명 그 자리에 새로운 삶의 행복들이 가득 채워 질 테니까요! 지금까지 우리 삶이 그래왔듯이, 그렇게 또 흘러갈 테니까요. 

그럼 저는 새해에 다시 재미난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정은주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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