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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보다 강력한 커뮤니티 리더십 급변하는 세상에서 불안해하는 학부모들께
입력 : 2020.12.18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을 살펴보면서 나는 그다지 새롭다고 느끼지 못했다. 워낙 빠르게 변하는 IT 기술 업계에서 오래 일해서인지 이러한 변화에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대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다가 아이들을 통해서 환경이 바뀌고 있음을 느끼고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자식의 미래가 걱정되어 코딩을 배우는 40~50대 어머니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최첨단 기술, 특히 IT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계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지금이라도 컴퓨터 기술을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아이에게 코딩이나 로봇 기술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조급하다. 

물론, 나도 두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그런 조급함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순 컴퓨팅 기술이야 말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기술 중 가장 앞자리에 놓인다. 국내 대표 IT 기업의 인공지능 연구소에 일하는 지인이 요즘 열심히 자신의 팀에서 일할 직원을 찾고 있다. 웹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할 줄 아는 사람을 찾고 있는데, 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웹 디자인 AI를 가르치기 위해서란다. 그런데 이 AI가 모든 것을 배우고 나면 그 직원은 어떻게 될까? 결과는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배우는 습관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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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컴퓨팅 기술이야말로 컴퓨터가 인간을 대체할 가장 앞단에 놓이는 지식이다. Ⓒ셔터스톡

물론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기술이 어떤 식으로 얼마나 빨리 변화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특정 기술을 배우기보다 배우는 습관을 들이고 배우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배움의 주제도 다각화해야 한다. 기회가 어디서 어떻게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된 것도 수시로 배우는 습관과 능력이 한 몫 한 것 같아, 잠깐 내 얘기를 사례로 공유하고자 한다. 

나는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다. 딱히 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으나, 선생님도 부모님도 그러길 원하셔서 선택했다. 역시나 대학 수업을 들어보니 영어 교사는 내 적성이 아니었다. 그래서 영자신문사의 학생기자를 해보기로 했다. 여기자라는 타이틀이 나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무척 힘들었다. 먼저 술을 많이 마셔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때는 사발식을 수시로 했다. 소주 한 병을 사발에 넣고 한꺼번에 마시는 의식이다. 게다가 한글로 쓰기도 어려운 기사를 영어로 써야만 하는 것도 힘들었다. 선배들도 많이 엄격했다. 첫날부터 다짜고짜 비 내리는 운동장을 돌라고 시켰다. 얼굴도 본 적 없는 한 신입기자가 지각을 했다는 게 이유였다. 

어찌어찌 견뎌내며 논리적인 글쓰기, 그것도 영어로 글쓰기를 배워 나갔다. 이왕 시작한 것 끝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결국 국장까지 하며 수습기자 12명을 리드하는 경험도 해보았다. 무엇보다 혹독한 사회생활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었고, 이 경험은 센 주량과 함께 내 사회생활의 경쟁력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영자신문사가 대학에서 운영하는 학생 자치단체였기에 대학의 지원을 받아 학생기자 신분으로 이제 막 문호를 개방한 중국을 3번이나 다녀올 수 있었다. 그걸 계기로 중국어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되어 대학 3학년 때는 휴학을 하고 중국어를 공부하러 1년간 유학을 떠났다. 중국에서 언어뿐만 아니라 정말 다양한 문화를 배웠고, 중국으로 유학 온 수많은 사람과의 교류하며 국제 감각을 익혀 나갔다. 

학보사 기자 경험과 중국 유학은 나에게 뜻밖의 기회를 제공했다. 내가 졸업할 당시는 IMF 외환위기라는 국가적인 재난이 사회를 강타하기도 했지만, 수많은 인터넷 벤처 기업이 탄생한 기회의 시기이도 했다. 나는 학생기자였다는 경험을 내세워 공대생들이 모여 만든 인터넷 벤처 회사의 초기 멤버가 되었다. 공대생들에게는 기술력이 있겠지만, 사람을 모으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나의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어필한 것이다. 

이렇게 인터넷 벤처 회사와 중국 유학 경험이 합쳐진 덕분에 나는 또 다른 기회를 만났다. 현재까지도 온라인 게임과 인터넷 서비스로 유명한 네오위즈 중국 지사에서 근무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 덕분에 중국 상해와 일본에서도 근무하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터넷 벤처와 네오위즈에서 일하며 배우고 익힌 경험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온라인 서비스 담당 프로덕트 마케팅 메니저(PM, Product Marketing Manager)의 기회로 이어졌다. 또한, 그때의 경험은 현재의 기술 인플루언서 매니저가 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내가 아시아 리전 메니저가 될 때 다른 나라 동료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했는데 그때는 과거에 순수한 호기심에서 공부했던 중국어와 일본어가 의외로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늘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역할을 해야할 때 내 경력 전반에 걸쳐 익힌 배움의 능력이 큰 힘이 되었다. 나는 결코 혼자 하지 않았다. 서로 다독여주며 공부하는 커뮤니티에서 모두 함께 신나고 즐겁게 했다.  


다시 강조하는 질문하는 힘, 생각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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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면, 아이로 하여금 컴퓨터에게 금세 따라잡힐 지식을 익히게 하거나, 단순 반복적인 계산 능력을 키우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으면 좋겠다. 그보다는 아이가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강화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나을 수 있다. 로봇공학자이자 UCLA 기계항공공학과 데니스 홍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미국에서 한국 유학생들은 ‘인간 계산기’로 통해요. 정답이 정해져 있는 수학 문제는 기가 막히게 잘, 빨리 풀어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답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문제 혹은, 답이 여러 개인 개방형 문제를 내면 딱 막혀버려요. 그리고 질문을 하지 않아요. 질문할 줄 모르는 건지, 질문하기를 두려워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데니스 홍 교수는 한국의 코딩 교육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한국은 아이들에게 코딩 문법만 가르치려 하는데, 코딩 교육의 핵심은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정의하고,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 있어요. 그러므로 문법 교육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 추리소설을 직접 쓰게 하고 요리를 배우게 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추리소설 쓰기는 단계적, 논리적으로 단서를 마련하는 연습을 하는 데 효과적이고, 요리는 다양한 재료들을 섞어서 어떤 맛이 날지 차근히 생각해 보는 훈련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지금처럼 교사가 컴퓨터에 입력할 언어들을 던져주고, 아이들이 그걸 받아 넣어 결과를 내면 끝나는 식의 소프트웨어 교육은 큰 의미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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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공학자이자 UCLA 기계항공공학과 데니스 홍 교수. 그는 "코딩 문법보다 요리를 배우고 와 추리소설을 써 보는 게 생각하고 질문하는 공부에 더 유익하다"고 말한다. ⒸSBS '영재발굴단' 화면 캡처

데니스 홍 교수 뿐만 아니라 앞에서 소개했던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의 이민석 교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지금은 빡세게 공부하면 안 돼요. 특히나 소프트웨어는 더욱 그렇지요. 수학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공부하게 해야 해요. 기다려주고 서로 질문하며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다 잘해요. 선생님이 있고 학생이 배우는 형태는 답을 맞추는 교육엔 유리해요. 반면 문제를 만든 사람을 능가하지 못해요. 왜냐하면 평가기준에 맞추려고 하기 때문이지요. 대학생이 되어서도 숙제는 할 줄 알지만 뭘 할 줄 아는지를 몰라요. 수학 공부를 아무리 많이 하고 수학시험을 잘 봐도 수학으로 뭘 할 수 있는지를 모르고 그 성적으로 뭘 할 수 있는지를 모르는게 문제이지요. 대학이 가장 좋아하는 학생은 잘 배우는 학생이예요. 세상이 변화하는 것을 잘 배우는 학생이요. 그래서 좋은 대학일수록 점점 더 수능 시험이 아니라 수시를 통해 질문하고 생각하는 힘이 있는 학생을 뽑으려고 하는 이유입니다. 시험이나 학교 성적만으로는 알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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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뮤니티 리더십을 다룬 책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내용의 일부입니다. 빠르게 격변하는 시대에 필요한 인재, 이런 인재는 어떻게 탄생되고 길러지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자 마련한 장입니다.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이소영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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