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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예술가에게 연말 정산이란 바흐의 월급도 그리 넉넉하진 않았을 테니
입력 : 2020.12.17

해마다 12월이 되면 모든 것을 정리하느라 바쁩니다. 그중에서도 13월의 월급이라는 연말 정산은 직장인들에게 참 중요한 일이죠. 한 번도 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월급이라는 걸 받아보지 못했던 저인지라 연말 정산하는 직장인들이 참 부럽습니다. 프리랜서 예술가와 연말 정산은 말이 안 되는 관계지만 여하튼 부럽습니다. 

물론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음악 단체나 음악 관련 회사에 취직해서 활동하는 근로자 예술가들은 월급을 받습니다. 사업장을 갖고 운영하는 자영업자 예술가도 있지만 대부분은 프로젝트로 활동하기 때문에 한시적 소득일 뿐 정기적인 수입이 되진 않아요. 그리고 예술가들의 사업성이라는 게 소수에게만 특화된 능력이라 예술성과 사업성을 겸비한 재원들이 많지 않아요. 얼마 전에 시행된 예술인 고용보험이 반가우면서도 말 못 할 불편한 이유들도 있고요. 

독일에서 학위를 마치고 귀국해서 여러 대학에 출강할 땐 교수님 소리 들으며 10년 가까이 강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전임이 아닌 외래교수들은 여름, 겨울 방학이 되면 실직자였다가 다시 개학에 맞춰 고용이 되는 시스템입니다. 그마저도 정해진 계약 기간이 있는 것은 아니니 쉽게 말하면 언제 잘릴지 모르는 게 또 대학에 출강하는 사람의 처지예요. 게다가 대학 강의만으로는 생계유지가 힘든 실정이죠. 

그렇다고 예술가의 삶이 싫진 않습니다. 좋아하는 음악, 책, 그림, 연극, 영화 등을 대하면서 무감각하지 않고 예술의 특별함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죠. 예술을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이 일을 직업으로 택하면서 치러야 하는 대가가 생각보다 혹독할 뿐입니다. 부모님 말 듣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걸 그랬을까요? 

요즘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만,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겪는 갈등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안정적인 직장이지만 재미나 설렘이 덜하고, 재미와 설렘은 있지만 돈은 안 되고. 

예술가로서의 삶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한없이 행복하지만 현실적인 기준으로 놓고 보면 여러모로 비경제적인 삶입니다. 잘 버는 사람은 너무 잘 벌고 못 버는 사람은 너무 못 벌고. 부익부 빈익빈이 심한 세계가 또 이 예술의 세계죠. 생전에 제대로 작품 하나 못 팔았던 고흐가 지금이야 사랑받지만 당시의 고흐도 돈을 좀 벌었더라면 달라졌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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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에게 가난이 영감의 원천이라는 소리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요. 예술가도 생활을 하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니까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적당히 돈도 잘 벌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어요. 어딜 봐도 세상에 쉬운 밥벌이는 없다는 것을. 

갑자기 연말 되니 올 한 해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예술가 입장에서 넋두리를 늘어놨네요. 언제나 밥벌이가 변변치 못한 예술가의 연말이란 헛헛했지만 코로나가 강타한 2020년은 좀 심각합니다. 2020년에 맘 편한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습니까만 사람들 앞에서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연을 하는 예술가들에겐 무대가 그립고, 돈이 그리웠던 혹독과 시련의 연속이었습니다. 기약 없는 코로나지만 제발 모든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2021년을 맞이할 수 있길 바라면서 음악 한 곡 띄어봅니다.

 

바흐의 월급도 그리 넉넉하진 않았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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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세바스티안 바흐(1685~1750, 독일)

300년 전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월급으로 힘들어했던 음악가가 있었으니 바로 생계형 음악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1685~1750, 독일)입니다. 

당시 라이프치히에서의 바흐 월급은 3개월에 약 100 탈러 (약 780만 원)였습니다. 탈러는 당시 유럽의 은화를 말해요. 한 달에 30 탈러씩이니 연봉으로 따지면 약 400 탈러 정도 됩니다. 생필품인 땔감, 양초, 옥수수 등이 별도로 지급되었다지만 현금보다는 가치가 떨어졌겠죠. 차라리 돈으로 주는 게 바흐 입장에서는 훨씬 좋았을 겁니다. 당시 부인과 11명의 아이들을 부양하기엔 턱없이 모자라는 돈이었죠.

바흐는 두 명의 여인과 결혼해서 각각 7명, 13명의 아이를 낳았습니다. 첫 번째 부인 마리아 바르바라가 죽자 다음 해 16살 연하의 안나 막달레나와 두 번째 결혼을 해요. 태어난 아이는 모두 20명이지만 어릴 때 열병으로 일찍 죽은 자식들이 있어서 최종적으로는 11명의 자식을 길렀습니다. 바흐 혼자 벌어서 부인 안나와 11명의 자식을 먹여 살렸을 생각하니 그 와중에 이런 음악을 만들어낸 그가 다시 한번 존경스럽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었을 바흐! 뭐라도 만들어내야 월급을 받는 실정이었으니까요. 

같은 해에 태어난 헨델이 도버 해협 건너 영국에서 큰돈을 만지고 있을 때 묵묵함과 성실함의 대명사 바흐는 독일의 라이프치히에서 월급쟁이 음악가 생활을 합니다. 평생을 거쳐 교회와 관내 당국에 계약된 음악 공무원이었던 바흐는 바이마르와 쾨텐을 거쳐 라이프치히 토마스 교회에서 일하다 생을 마감했습니다. 말년의 27년 동안은 라이프치히에서 대표적인 교회음악 장르인 칸타타를 200곡 가까이 작곡해요. 

오늘 소개할 음악 칸타타 147번 <마음과 입과 행동과 생명으로> 이 곡 역시 라이프치히에서 작곡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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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의 세속 칸타타 중에 가장 유명한 곡이 커피 칸타타>였다면, 교회 칸타타 중 가장 유명한 곡은 마음과 입과 행동과 생명으로> 바흐작품번호(BWV) 147입니다. 칸타타는 바흐의 성실성과 신앙심을 가장 잘 나타내는 성악 장르입니다. 약 200여 곡의 교회 칸타타를 작곡했다는데, 마음과 입과 행동과 생명으로 Herz und Mund und Tat und Leben> BWV 147 중 6번째 합창 예수를 가진 나의 기쁨 Wohl mir, dass ich Jessum habe>이 가장 유명합니다.

1723년에 작곡된 이 칸타타는 10곡 구성인데 6 번째와 10 번째에 예수를 가진 나의 기쁨>이 흐릅니다. 이 성악곡은 한참 후인 20세기 초에 피아니스트 마이라 헤스(Myra Hess, 1890~1965, 영국)가 피아노 솔로 곡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으로 편곡해서 자주 연주했습니다.

그밖에 크로스오버 연주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아일랜드 4인조 여성 그룹 켈틱 우먼의 연주나 영국의 킹스 칼리지 합창단 노래도 훌륭해요. 개인적으로는 피아노 솔로 버전을 아주 좋아해서 연말이 되면 크리스마스 캐럴 대신 무대에서 자주 연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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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악 들으면서 읽을만한 책도 한 권 소개할게요. 이제는 세상과 이별한 음악가이자 훌륭한 저술가인 니콜라스 아농쿠르의 <바로크 음악은 말한다 (Musik als Klangrede)>입니다. 

그는 지휘도 잘하는데, 글도 잘쓰고 말도 잘합니다. 그냥 말하는 게 아니라 심지어 재밌기까지 합니다. 외모는 평범한 옆집 할아버지처럼 생겼지만 모든 면에 재능 있는 만능인이었습니다. 니콜라스 아농쿠르 (1929~ 2016, 오스트리아)는 지난 2016년에 타계했지만 사람들은 지금도 음악과 글로 그를 기억합니다. 어릴 적부터 문화사와 철학 그리고 인형극에 빠져 있던 그는 자신의 생각을 쉽게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상황에서건 자신만의 체에 걸러 정제한 후, 설득력 있는 표현이 될 때까지 내면으로 삭히고 삭혀 드러냈다고 합니다. 뭐든 쉽게 쓰고, 쉽게 말하는 지금과는 너무도 다른 그였지요. 

그래서일까요? 다른 연주자들에 비해 약간 늦은 나이에 첼로라는 악기로 음악을 시작한 아농쿠르는 고(古)음악에 특히 관심을 갖습니다. 발효된 시간의 맛을 좋아했던 그에게는 아주 적합한 선택입니다. 제가 한참 바흐에 심취해 있을 때 이 책을 힘겹게 읽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국어 제목은 바로크 음악은 말한다> 였는데, 어려웠지만 읽고 나니 바로크에 대한 이해가 좀 편해졌습니다.

사족을 붙이자면 제 개인적으론 이 책의 제목을 소리로 말하는 음악>이라 붙이고 싶습니다. Klang은 '소리'라는 뜻의 독일어고 rede는 '말하다'라는 동사 reden의 파생어입니다. 소리로 말하는 음악이라. 그건 과연 뭘까요? 

작곡가들은 머릿속의 음들을 악보로 적습니다. 그럼 저희 연주자들은 각각 자신만의 방법으로 악보를 해석해 음악으로 살아 숨 쉬게 합니다. 연주자가 어떤 소리로 연주를 하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에게 음악은 다양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들은 말이나 글이 아닌 소리로 표현을 하는 거지요. 연주를 준비하는 그 고된 시간들은 단어를 거르고 걸러 글을 쓰는 작가와 같습니다. 

단어 하나로도 글의 의미는 굉장히 달라지듯이, 어떻게 해석하고 연주하느냐에 따라음악도 매우 달라집니다. 결국 소리로 말하는 음악은, 음으로 말하는 연설이지요. 

연말 정산 이야기를 하다가 바흐가 생각났고 바흐를 듣다가 아농쿠르의 책을 떠올려봤습니다. 현실은 팍팍하지만 느끼는 마음만은 풍요로운 예술가의 소회였는데요, 생계형 음악가 바흐가 만든 칸타타 들으면서 몸도 마음도 따뜻한 시간, 모든 것이 이뤄지는 행복한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지휘 니콜라스 아농쿠르

칸타타 전곡 Johann Sebastian Bach: Kantata BWV 147 - Nikolaus Harnoncourt

(16:33 6. Choral "Wohl mir, daß ich Jesum habe") 


J.S. Bach: Herz und Mund und Tat und Leben, Cantata BWV 147: Jesu, Joy Of Man's Desiring

Carols by The Choir of King's College, Cambridge

노래 킹스 칼리지 합창단

피아노 라파엘 블레하치
J.S. Bach: Herz und Mund und Tat und Leben, Cantata BWV 147 - Jesu, Joy Of Man's Desiring (Arr. For Piano By Myra Hess) · Rafal Blechacz

노래 켈틱 우먼
Celtic Woman - Jesu Joy of Man's Desiring (live)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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