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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외래어를 써야만 말을 잘하나요? 탐험대원 '나로'의 언어탐험
입력 : 2020.12.15

몇 달 전 글에서 필자는 낯선 외래어는 소외감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익숙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외래어를 쉬운 표현으로 바꿔 쓸 수 있을까?

국립국어원에서는 낯선 외래어와 어려운 한자어에 대한 쉬운 표현으로 다듬은 말을 제공하고 있다. ‘카메오’를 ‘깜짝 출연’으로, ‘피싱’을 ‘전자 금융 사기’로 다듬은 것이 그 예이다. 수많은 말에 대한 다듬은 표현이 존재하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은 다듬은 말을 알지도, 사용하지도 않는다. 

다듬은 말은 ‘카메오’와 ‘피싱’의 예시에서도 보듯이 둘 이상의 단어로 된 구로 다듬어지는 경우가 많다. 띄어쓰기 없이 하나의 단어로 쓰이던 표현이 말 다듬기 과정을 거친 후에는 여러 단어가 결합한 형태로 바뀌었다. 이렇게 길어진 표현은 비경제적이고 말의 맛도 잘 살지 않는다. 게다가 다듬은 말에 대한 홍보가 잘 이뤄지지 않아서 다듬은 말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이유로 다듬은 말은 외면 받고 있다. 

이제는 다듬은 말에 대한 새로운 방향이 제시돼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사회에서 사용되는 거의 모든 외래어 표현은 다듬은 말로 제공돼 왔다. 그로 인해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다듬은 말만 잔뜩 늘어나게 됐다. 앞으로는 꼭 필요한 말에 한해서 적절히 다듬고 활발한 홍보 운동을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누리꾼’은 참 잘 다듬어지고 홍보도 잘 이루어진 다듬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네티즌’을 ‘누리꾼’으로 다듬은 뒤 텔레비전 뉴스 등에서 ‘누리꾼’이라는 표현을 반복 노출함으로써 사람들은 ‘누리꾼’이라는 말에 적응하게 됐다. 그 후 ‘누리집’과 같은 관련 단어도 잘 정착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잘 만들고 잘 홍보한 다듬은 말은 다른 다듬은 말의 정착에도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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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다듬은 말에 대한 인식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자신이 외래어를 잘 안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새롭게 등장한 외래어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을 생각하며, 다듬은 말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현재 외래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분들을 배려하는 건 어떨까? 아무리 외래어가 세련되고 멋져 보이더라도 상대에 대한 배려를 담은 표현만큼 멋있지는 않을 것이다. 또 국립국어원이 정한 다듬은 말을 꼭 사용하지 않더라도, 같은 말을 더 쉽게 표현하려는 노력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당장은 외국어가 새롭고 재미있을 수 있지만 언젠가는 쉽고 편한 말을 찾게 될 것이다. 물론 현재 그런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외래어를 쉬운 표현으로 풀어서 말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소통 단절로 인한 소외를 겪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다. 어렵지 않다. 유튜브를 볼 때 ‘언박싱’이라는 말을 보고 ‘개봉기’라는 표현을 떠올리고, 뉴스의 ‘팬데믹’이라는 말을 보고 ‘세계적 유행’이라는 표현을 떠올리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런 사소한 노력들이 모여 사회적 소외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나로(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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