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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의 겨울빛이 그리운 날에 오펜바흐 '호프만의 이야기' 중 뱃노래와 멘델스존 ‘베네치아의 뱃노래’
입력 : 2020.12.10

팬데믹으로 많은 것이 불가능해졌습니다. 특히나 공간 이동을 하는 여행은 앞으로도 꽤 어려울 것 같아요. 여행 못 가는 답답함을 예전에 찍었던 사진을 보면서 달래는 분들도 많던데요. 저도 오랜만에 과거 소환해봤습니다.

이탈리아 로마와 베네치아 여행 사진을 들여다봅니다. 세번을 여행했는데 모두 여름이었고, 우연이지만 각각 20대, 30대, 40대였어요. 처음엔 여러 도시들을 잠깐씩 들렀고 두 번째는 집중적으로 한 도시를 여행했어요. 마지막으로 간 건 3년 전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였는데 사실 그때는 아이 위주의 여행이라 특별히 감정을 잡기가 쉽진 않았습니다.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여름에 사람들 모두 짧은 옷을 입고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 그리고 손에는 다들 젤라토가 들려있는 사진들이 많군요. 동전을 던졌던 로마의 트레비 분수도 생각나고, 콜로세움보다 더 보고 싶었던 베네치아의 비발디 생가도 기억이 납니다. 세 번의 여름이었지만 같은 여름은 한 번도 없었어요.  

이제 겨울입니다. 이탈리아의 겨울 특히나 베네치아의 겨울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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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의 여름 사진을 보면서 지금 베네치아는 어떤 빛깔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이런 저의 마음을 친구에게 전했더니 책 좋아하는 친구는 《베네치아의 겨울빛》이라는 책을 추천해줬어요. 이 책을 쓴 작가는 17년 동안이나 겨울의 베네치아를 찾았다는데, 예술가들이 어느 특정 도시를 때를 달리 해서 가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모네가 시시각각 변하는 국회의사당 그림을 그린 것처럼 말입니다.

러시아 작가 브로드스키가 국가로부터 추방 당해 새로운 정착지로 베네치아를 선택했다니 그가 느낀 베네치아의 겨울빛이 궁금합니다. 추방이라는 단어에서 전해지는 느낌은 왠지 슬플 법도 한데 그는 베네치아를 유배지로 생각하지 않고 수많은 영감을 준 도시로 기억합니다.  

“저온에서 드러나는 아름다움이 ‘진짜’ 아름다움이다.”

차가운 밤공기로 그린 베네치아의 초상화 

이런 문장으로 소개된 브로드스키의 책을 한 줄 한 줄 읽으며 베네치아의 골목길을 느껴 보렵니다. 물론 베네치아에 어울리는 음악도 함께 들으면서요. 


베네치아에서 들으면 좋을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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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스존(왼쪽)과 오펜바흐.

교과서 속 위대한 역사 유적지도 거대한 미술관과 박물관도 좋았지만 이탈리아 공기를 한껏 마시며 빛나는 태양 아래서 뛰노는 아이의 모습, 보르게세 공원과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에서 보았던 사람들의 여유로운 미소와 환한 웃음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에게 베네치아를 기억하게 하는 건 두 곡의 음악입니다. 멘델스존과 오펜바흐예요.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Bartholdy 1809~1847)은 ‘엄친아’라 불릴 만큼 다재다능한 음악가였습니다. 그의 집안은 유태계로 할아버지 모제스는 당대의 유명한 계몽주의 철학자였고, 아버지 아브라함은 돈 많은 은행가였습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부유하고 좋은 환경에서 자란 터라 일찌감치 여행을 많이 했는데요, 이탈리아에서 얻은 영감으로 교향곡 ‘이탈리아’와 ‘베네치아의 뱃노래’ 같은 명곡을 작곡합니다. 

그는 총 48곡 구성으로 가사가 없는 노래라는 뜻의 ‘무언가’(Song without words)를 작곡했는데, 그중 3곡이 ‘베네치아의 뱃노래’입니다. 얼마나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받은 영감이 강렬했으면 3곡이나 작곡했을까요?

멘델스존의 뱃노래는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에 나오는 뱃노래에 비해 약간 어둡습니다. 아니 멜랑콜리하다고 해야 할 것 같네요. 세 곡 중 가장 유명한 건 바로 제2권(작품 30)의 제6곡 올림 바단조입니다. 잔잔한 물 위로 파도가 출렁거리는 것처럼 왼손의 반주가 세 개의 음표로 차분히 흐르고, 오른손에서는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프고 우아한 멜로디가 흐릅니다. 정말 듣고 있으면 피아노가 부르는 노래 같습니다.   

두 번째 곡은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도 흘렀던 뱃노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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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중.

이탈리아 시골 출신의 유대인 아빠 '귀도'는 로마로 상경해서 상류층 미녀인 엄마 '도라'를 사랑하게 됩니다. 처음엔 관심 없던 도라였지만 그의 순수함과 유쾌하고 긍정적인 성격에 반한 그녀는 귀도와 결혼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귀여운 아들 조슈아와 함께 행복한 생활을 하는 그들에게 갑작스레 고통이 다가옵니다. 유대인인 아빠 귀도가 독일군에 의해 포로수용소에 끌려가게 된 것이죠. 도라는 자기도 끝까지 남편과 함께 있겠다며 가족 모두 감옥으로 가게 되지만, 아빠 귀도는 아들에게 절대 이 잔인한 현실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귀도는 독일군 장교 집의 파티에서 식사 시중을 들던 중에 우연히 발견한 축음기로 여자 수용소를 향해 음악을 틀어줍니다. 수용소 어딘가에 있을 도라를 향한 음악이었지요. 각각 다른 곳에 있지만 두 사람은 온 가족이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자크 오펜바흐 (Jacques Offenbach 1819~1880)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중 3막의 아리아 '뱃노래'를 듣습니다.

오펜바흐는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주로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19세기 후반의 작곡가입니다. 그는 유달리 환상적인 소재를 많이 다룬 후기 낭만음악의 전문가였습니다. 오펜바흐라는 이름은 생소하지만 그는 유명한 ‘캉캉’을 작곡한 사람입니다. 그는 비발디 같은 바로크 음악가들과는 달리 환상적이고 꿈에서나 있을 법한 몽환적인 주제로 사람들을 반하게 하는 매력적인 능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역시 호프만 박사와 각각 다른 4명의 여자 주인공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일종의 만화처럼 허무맹랑한 이야기죠. 감동 전하는 영화와 달리 원래 아리아의 내용은 완전 달랐습니다. 오페라의 배경인 베네치아에서 두 남녀가 곤돌라를 타고 가면서 부르는 노래입니다.


내가 느끼는 베네치아  

베네치아는 도시 전체가 역사라는 말이 맞습니다. 알테르 문디(Alter Mundi). ‘세상의 다른 도시’로 불리는 이 곳에서는 볼 것도 느낄 것도 많습니다. 문예부흥인 르네상스의 종착역이며 산 마르코의 유해가 있는 성당과 세상에서 가장 큰 유화인 틴토레토의 이 있는 두칼레 궁전, 그리고 베네치아 회화의 본산인 아카데미아 미술관까지. 시간이 허락한다면 십일 아니 한 달을 머물고 싶은 도시입니다. 

빨간 머리 사제 비발디의 고향이고 괴테와 멘델스존이 사랑에 빠졌으며, 항상 떠있는 하늘의 태양도 ‘오 솔레 미오’로 들리는 도시. 그 도시는 정녕 저녁이 있는 삶 그 자체였습니다. 이탈리아인이 아니라 베네치아인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기 도시에 대한 애착도 강하고 해양 도시의 자존심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

그들의 음악은 강렬한 태양만큼 열정적이기도 하다가 잔잔한 강물처럼 낭만적이기도 합니다. 겨울인 지금은 차갑고 음습한 안개가 끼어있을 것도 같은 세상과 다른 곳. 지구 상에 오로지 한 곳인 베네치아를 그려봅니다.

Mendelssohn: Lieder ohne Worte, Op. 30 No. 6. Allegretto tranquillo "Venetian Gondola Song"

Felix Mendelssohn Venetian Boat Song Op, 19 No. 6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중에서 오펜바흐 ‘뱃노래‘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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