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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의 공부법
초중고교를 졸업하고 신학교와 대학원에서 10년, 로마로 유학 가서 10년, 그리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로타 로마나(바티칸 대법원)의 변호사가 되기까지 도합 30년 넘게 공부한 한동일 변호사. 베스트셀러 『라틴어 수업』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한마디로 공부에 ‘이골이 난’ 사람이다. 그에게 공부한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쉬운 선택'보다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이유 환경 탓은 쉬운 선택이지만...
입력 : 2021.03.02

대학에서 라틴어 강의를 마치고 시간이 나면 학생들과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아 각자 마실 음료를 고르는데 한 학생이 “아무거나요”라고 말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저는 그 학생에게 “인생은 어느 한순간도 ‘아무거나’일 수 없는, 모든 순간이 선택과 포기의 반복이고 그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라 말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말한 학생은 제게 거창한 잔소리를 듣게 되어 마음이 상했을까요?

저자 사인회를 할 때도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책에 사인할 때 가능한 한 독자가 원하는 문구를 적어주려고 어떤 문구를 원하느냐고 물어봅니다. 곧바로 자신이 원하는 문구를 말하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좋은 문구 하나 써주세요”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 저는 다시 묻습니다.

“그것을 생각해보는 걸 숙제로 내드려도 될까요?”

저는 학생들에게 ‘선택’의 중요성에 대해 자주 이야기해왔습니다. 모든 공부의 시작, 선택의 시작은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답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이 과정에는 내가 공부하는 방식에 대한 복기도 포함됩니다. 진정한 답은 타인이 찾아주는 게 아니라 내 안의 원의, 즉 내 안에 있는 진짜 갈망입니다. 공부는 그걸 찾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부에 임하는 자세가 모두 같을 순 없지만 쉬운 선택을 하지 않았던 게 저의 자세이자 방법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힘들게 사냐, 좀 쉽게 살지”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쉬운 선택을 한다고 해서 이후의 삶이 탄탄대로인 건 아닙니다. 쉬운 선택을 해서 삶이 나아진다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쉬운 선택으로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과정을 살펴보면 쉬운 길을 선택한 경우보다 쉽지 않은 선택을 했을 때 더 크게 이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를 피하고자 합니다. 왜일까요? 어려우니까요. 쉬운 선택을 할 때는 마음의 갈등이 없지만 쉽지 않은 선택을 하려면 자기 자신이 본능적으로 밀어냅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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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어느 한순간도 ‘아무거나’일 수 없는, 모든 순간이 선택과 포기의 반복이고 그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shutterstock

어린 시절 저 역시 그랬습니다. 공부하는 대신 가정환경을 탓하며 부모를 원망했습니다. 매사 귀찮고 괴로운 마음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만 잤습니다. 학교에서도 수업 시간 내내 책상에 엎드려 자고 집에 와서도 어머니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방에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잤어요. 눈을 뜨면 어머니에게 갖은 푸념을 하고 때로는 독설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화가 가라앉지 않으면 그 길로 나가서 그야말로 ‘미친놈’처럼 싸돌아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런 행동은 막막한 인생에서 제가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아직 어리다, 미성년자다, 그러므로 내 잘못은 아무것도 없다. 이렇게 된 건 모두 무능한 어른들 탓이다.’ 그런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이런 생각을 하고 아무렇게나 산다고 마음이 편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도대체 언제쯤 이런 생활이 끝날까? 계속 이렇게 살면 어떻게 될까?’ 슬슬 걱정도 되고 저 자신에게도 짜증이 났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제가 선택한 이런 생활이 삶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상상력도 한몫했지요. 성인이 되어서도 변함없이 안타깝게 살아가는 상상 말이죠. 서서히 정신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환경이 채워주지 못한 빈 곳을 제가 채우지 않으면 삶이 달라지지 않음을 깨닫자 쉽게 할 수 있는 행동, 쉬운 선택을 하려는 마음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됐습니다.

 

Hanc ego viam si asperam atque duram negem, mentiar.

한크 에고 비암 시 아스페람 아트퀘 두람 네젬, 멘티아르

이 길이 거칠고 험하다는 것을 내가 부정한다면, 나는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만약 그런 노력도 없이 뭔가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갖는다면 그야말로 ‘도둑놈 심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부하는 사람은 마음에서 이 도둑놈 심보를 몰아내야 합니다. 거기엔 최선을 다하지 않고 목표하는 바를 성취하고자 하는 마음도 해당합니다. 이런 마음 하나하나가 모두 쉬운 선택은 아니지만 이런 선택을 피하지 않고 감당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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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편은 도서 『한동일의 공부법』(한동일 지음, EBS BOOKS 발행)의 일부를 발췌 및 편집한 것입니다. 

 

한동일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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