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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떠나십시오 밤마다 베개가 축축해지도록 운 나의 어린시절
입력 : 2021.02.01

저는 살면서 유복한 집안에서 별 어려움 없이 자란 사람 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어떤 점에서 그런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지만, 생김새와는 별개로 큰 고생을 하지 않고 자란 것처럼 구김이 없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밤에 잠자리에 들어 자주 베개가 축축해지도록 울었습니다. 매일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부모님은 틈만 나면 싸우셨는데요. 그때마다 단칸방 그 어디에도 숨을 곳이 없었습니다. 힘없는 아이들을 가운데 두고 어른들이 휘두르는 폭력 속에서 두려움과 고통을 이기는 길은 현실을 부정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저 사람들이 내 부모가 아니었으면 좋겠어.’

‘차라리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가 없었으면 좋겠어.’

어느 해인가 혼자서 어린이대공원에 놀러 간 적이 있습니다. 공원에는 부모님과 함께 놀러 온 아이들이 많았는데, 집에서 준비해온 음식을 펼쳐놓고 맛있게 먹는 모습이 몹시 부러웠습니다. 부러운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혼자서 씩씩하게 뛰어놀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한테 없는 걸 부러워하지 말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내가 갈 수 있는 길을 가자. 그게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 없다 해도.’

많은 날을 눈물로 베개를 적시며 제가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친구의 부모가 내 부모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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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틸다>의 한 장면. 무관심한 부모 밑에서 자라온 주인공 마틸다가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이때부터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내 부모님은 왜 저럴까?’, ‘부모님이 해준 게 뭐가 있어?’ 하고 불평만 했습니다. 그게 가장 손쉬운 방법이고 또 제가 아무렇게나 살아도 되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철든 어른 같은 생각을 했으면서도 사춘기 내내 저는 부모님에게 참 나쁜 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습니다. “부모님은 이 세상에 나를 낳아준 것만으로 모든 책임을 다한 것이다. 그 후에는 오로지 내 몫이다.” 어느 책에선가 본 이 글귀가 뇌리에 깊이 박혔습니다. 늘 부모님을 원망한 제게 하는 말 같아서 가슴이 뜨끔했죠.

이 세상에서 저 말고 제 공부나 진로를 가장 걱정하는 사람은 누굴까요? 아마 부모님일 겁니다. 라틴어 명언에도 부모의 자식 사랑과 걱정이 담긴 속담이 유독 많은 걸 보면 이는 시공을 초월한 현상인 듯합니다. 

그 시대에도 대다수 사람들은 이른바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해 요즘 말로 ‘아빠 찬스’에 기댈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았을 겁니다. ‘가난한 부모의 자식(pauperum sanguis parentum, 파우페룸 산귀스 파렌툼)’이나 ‘지위가 낮은 부모 밑에 태어난 사람(humilibus parentibusnatus, 후밀리부스 파렌티부스 나투스)’에 관한 명언이 여럿 있는 걸 보면 말이죠.

 

Homines, si parentibus nati sunt humilibus, vel animo vel fortuna augere debent opes suas.

호미네스, 시 파렌티부스 나티 순트 후밀리부스, 벨 아니모 벨 포르투나 아우제레 데벤트 오페스 수아스.

만약 어떤 사람이 비천한 부모에게서 태어났다면 정신력이나 행운으로 자기 재화를 늘려야 한다.

 

우리는 부모의 지원이 있고 없음에 큰 의미를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주는 부족함 없는 지원이 언제나 그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는 건 아닙니다. 엄청난 사랑과 관심, 경제적 조력을 아끼지 않는 부모의 든든한 지원이 자식에게 독이 되는 경우를 주변에서 간혹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저는 부모를 떠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심리적으로, 경제적으로 부모에게서 독립하세요.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 왜 이런 고생을 감내해야 하는가? 어떤 목표를 완수하는 과정에서 결핍은 큰 동력이 됩니다. 결핍을 채우고자 하는 마음이 성장의 동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인간은 결핍을 통해 성장합니다. 저 역시 그런 동기 덕분에 성장한 사람 가운데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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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한 가정에 자녀가 한두 명 안팎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뭐든 다 해주는 평범한 가정들이 많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안타깝게도 하고 싶은 일이 없거나 아니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지 않아 쉽게 포기하곤 합니다.

반대로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지레 포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모두 부모로부터 스스로를 독립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겪는 일입니다. 그 결과에 대해 계속 부모를 원망하고 탓한다면 누구 손해일까요?

부모에게서 완전히 독립하여 온전히 자기 힘으로 살아가고자 힘써야 합니다.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미래를 생각하며 자신이 선택한 삶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합니다. 부모의 능력이 곧 내 능력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나면 공부든 일이든 반드시 해야 하는 ‘절실’하고 ‘절박’한 동기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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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편은 도서 『한동일의 공부법』(한동일 지음, EBS BOOKS 발행)의 일부를 발췌 및 편집한 것입니다.

 

한동일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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