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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의 공부법
초중고교를 졸업하고 신학교와 대학원에서 10년, 로마로 유학 가서 10년, 그리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로타 로마나(바티칸 대법원)의 변호사가 되기까지 도합 30년 넘게 공부한 한동일 변호사. 베스트셀러 『라틴어 수업』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한마디로 공부에 ‘이골이 난’ 사람이다. 그에게 공부한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겸손한 사람이 공부를 잘합니다 공부하는 사람이 겨울나무 같아야 하는 이유
입력 : 2021.01.25

실패한 경험을 자랑할 수 있다면 저는 남 부러울 것이 없을 겁니다. 사람들은 역경이 닥치면 실망하지만 인생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갈 때가 많습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의지와는 상관없는 결과가 나와 수없이 절망했습니다. 그때마다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공부를 늘 열심히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공부하면서 맞닥뜨리는 슬럼프나 실패의 경험은 우리를 좌절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실패는 우리의 수많은 부분 중 하나일 뿐입니다. 제 책 『라틴어 수업』에서 말했듯이 겸손한 사람이 공부를 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좌절하지 않는 태도는 겸손함에서 나옵니다. ‘맞아. 솔직히 난 아직 부족해. 실력을 더 쌓아야 해.’ 이런 태도 말입니다. 

겸손함은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알고 인정하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걸 정확히 아는 태도입니다. 실패를 통해 내가 다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기 때문에 잠시 실망하고 좌절감을 맛볼 수 있지만 그대로 멈추지 않습니다. 실패에 대한 기억, 무능한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잊고 새롭게 정비한 기억을 통해 자신이 가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나가는 겸손함이 ‘공부하는 노동자’의 자세입니다.

사실 저는 그리 겸손한 사람이 못 됩니다. 그러나 공부를 할 때는 모르는 게 보이고 제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났기에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럽의 내로라하는 석학들의 수업, 그분들과 저의 격차는 가늠하기조차 어려웠지요. 그분들처럼 되고 싶다는 열망은 있었지만 욕심부리진 않았습니다. 학문은 자동차처럼 순간 가속으로 앞차를 추월할 수 없기에 그저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듯 묵묵히 채워갔습니다. 그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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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사람도 겨울나무와 같을 때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허세와 겉치레, 핑계와 변명을 다 버리고 나면 비로소 자신의 본모습이 보입니다. ©조선DB

나무를 가장 정확히 볼 수 있는 계절은 언제일까요? 바로 겨울입니다. 풍성한 녹음도 화려한 단풍도 모두 진 나무의 가장 적나라한 모습이 보입니다. 계절이 바뀌어도 변치 않고 그대로인 나무의 본모습 말입니다. 가지가 얼마나 많고 어느 곳을 향해 뻗어 있으며 모양은 어떠한지……. 나무와 더불어 산의 모습도 정확히 보입니다. 산에 있는 모든 나무가 나뭇잎을 떨구고 자신의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드러낼 때 산도 능선과 골짜기를 더 또렷하게 보여줍니다.

공부하는 사람도 겨울나무와 같을 때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허세와 겉치레, 핑계와 변명을 다 버리고 나면 비로소 자신의 본모습이 보입니다. 다 버리고 남은 게 공부하려고 책상 앞에 앉은 자신입니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나무와 같은 모습은 공부하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겸손한 자세입니다. 그 자세로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마주하고 묵묵히 수행해야 합니다. 겨울 동안 나무는 잎은 남아 있지 않지만 죽은 게 아닙니다. 다시 잎을 피울 때까지 묵묵히 찬바람을 견디며 준비하고 있는 겁니다.

움직이지 않는 나무가 사람보다 자기관리를 더 잘합니다. 세찬 바람에 스스로 가지치기도 하고, 한 해 동안 풍성하게 키웠던 나뭇잎도 미련 없이 떨어뜨립니다. 둘러싼 껍질이 단단해지고 때로 불필요한 건 스스로 걷어냅니다. 사람이 지루하고 지난한 공부를 해나가는 시간과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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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편은 도서 『한동일의 공부법』(한동일 지음, EBS BOOKS 발행)의 일부를 발췌 및 편집한 것입니다.

한동일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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