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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을 흔드는 공부를 하세요 공부는 머리로 하는 노동이 아니라...
입력 : 2021.01.18

저처럼 오랜 시간 공부를 한 사람에게 기대하는 건 공부하는 기술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공부했습니까”,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와 같은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이 질문에 대해서는 어떤 대학자도 만족스러운 답변을 할 수 없을 겁니다. 하나의 공부에는 백 가지 기술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 공부를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공부 기술이 모두 다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많은 공부를 하고, 그 공부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 어떤 매듭을 짓기까지 긴 시간 동안 공부를 하려면 전략이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들 것인가’입니다. 오직 결과만으로 인정받는 이 ‘직업’에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자세는 선택이 아니라 힘겨운 과정을 버텨내기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알고 있다고 끊임없이 자신을 속이기만 할 뿐 실천에 옮기진 않습니다. 스스로가 이 일을 해낼 수 있도록 용기와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공부가 단순히 머리로 하는 노동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수련의 과정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밑바닥을 흔들고 다시 바닥을 다지는 게 ‘공부’입니다.

저의 밑바닥을 흔든 최초의 공부를 기억합니다. 중고등학생 시절,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좋지 않아 실망하며 무기력하게 지냈습니다. 공부에 대한 구체적 목표도 없었고, 그저 가난한 집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다른 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지요. 일찌감치 제가 처한 현실을 뼈아프게 느끼고 있었기에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늘 초조하고 두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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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책이 빼곡한 친구네 책장에서 한동일 교수는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그에게 책은 "암담한 현실을 잊게 만드는 마취제나 진통제와 같았다"고 한다. 조선DB.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집에 갔다가 우연히 대학생인 친구 형의 방에서 생각지도 못한 세상을 만났습니다. 그 방엔 그때까지 제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책들이 가득했는데요. 주로 법학, 철학, 사회과학 서적이었습니다. 그중 사회과학 서적에 담긴 낯선 용어와 사상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세상에는 이런 생각을 하며 이런 이야기로 논쟁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이런 방향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놀라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왜 부지런하게 일하는 우리 어머니는 늘 가난한가?”

늘 갖고 있던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그 안에서 어렴풋이 찾았습니다. 가난이 오로지 부모님의 탓만은 아니라는 것을요. 부지런한 어머니가 새벽부터 일해도 더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것을요.

제 머리는 새로운 지적 자극에 완전히 무장 해제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친구 형의 방에 쭈그리고 앉아 책을 읽기도 하고, 빌려와서 집에서 읽기도 했는데요. 그 책들은 제게 암담한 현실을 잊게 만드는 마취제나 진통제와 같았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학교 공부보다 어려운 책을 한 권 한 권 독파하는 게 훨씬 더 성취감이 컸습니다.

사춘기에 사회과학 서적을 탐독한 경험은 이후 저를 한층 더 공부에 매진하게 만든 기폭제가 됐습니다. 그 안에서 어제보다 나은 저를 만들 수 있는 길이 보였다고 할까요. 한심한 나, 열등한 나와 조우할 때마다 버텨낼 힘이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우리에겐 저마다의 아픔과 고통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남들이 모르는 자기만의 아픔이 있습니다.

공부하는 과정에서는 이런 아픔과 더 자주 부닥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기 응시와 성찰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내 아픔의 근원이 무엇인지, 그것이 내가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인지 알아야 합니다.

나는 어떨 때 상처받고 무엇으로 극복하는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될지 마음속 아지랑이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진짜 내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타인이 그려놓은 내 모습에 좌절하거나 상처받지 않습니다. 내 집 앞 담장에 그들이 그려놓은 것들은 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공부에 매달린다면 결정적 순간에 다시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게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설령 완벽하지 않더라도, 도중에 조금씩 달라지더라도 질문에 대한 답을 분명히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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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편은 도서 『한동일의 공부법』(한동일 지음, EBS BOOKS 발행)의 일부를 발췌 및 편집한 것입니다. 

한동일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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