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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 리전 매니저로, 전세계 커뮤니티 리더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2000여 명의 소프트웨어 인재와 소통하며 그들의 커뮤니티 리더십을 알리는 일을 합니다. 이 경험을 녹여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적 있는가?》를 펴냈고, 각계각층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전략과 지혜를 나누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시총 1위 탈환의 비밀 스티브 발머 vs 사티야 나델라
입력 : 2021.01.08

내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한 해가 2004년이니 입사 16년이 지났다. 그간의 시간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흥망성쇠를 모두 담고 있는 한 편의 드라마틱한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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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2004년만 해도 윈도우의 아성은 절대 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도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었고, 막 태동하던 온라인‧모바일 서비스에서도 인지도를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던 윈도우의 아성은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고, 구글이 모바일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인수하여 서비스하자 여지없이 무너졌다. 게다가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컴퓨팅(computing) 시장에 가세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의 시장 점유율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소비자 시장뿐만이 아니었다. 전 세계 개발자들도 오랜 독점에 반대하며 반 마이크로소프트 진영을 만들며 등을 돌리고 있었다. 게다가 온라인 서점과 쇼핑몰로 거침없이 성장하던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장에 소개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즈니스 영역 대부분에 큰 영향을 미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나가고 있었다.

다급해진 마이크로소프트는 유럽의 모바일 최강자인 노키아를 약 8조에 인수하며 그간의 실책을 만회하려 했다. 하지만 인수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7조 50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하며 1만 8000명의 직원을 구조조정해야만 했다. 그야말로 풍전등화, 일촉즉발의 위기였다. 많은 이들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제2의 모토로라가 되는 것은 아닌가’라며 걱정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 당연할 정도였다.


위기의 마이크로소프트를 구한 사티아 나델라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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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7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열린 ‘퓨처 나우’콘퍼런스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DB

이런 위기 앞에 빌게이츠의 오랜 친구이자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약 14년간 마이크로소프트를 이끌어온 스티브 발머가 사임하게 된다. 그 자리에 퍼블릭 클라우드 ‘애저(Azure)’의 개발을 성공적으로 지휘한 인도 출신 개발자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가 신임 회장으로 임명되었다. 빌 게이츠, 스티브 발머야 익히 아는 인물이지만, 사티아 나델라라니. 이름도, 출신국도 낯선 이방인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세 번째 회장에 올랐을 때 많은 이들이 의아해 했다.

그는 대학 졸업 때까지 인도에서 나고 자라서 영어에 인도 악센트가 강하게 남아 있는, 그야말로 생면부지의 인물이었다. 하지만 2014년 2월 그가 회장직을 수행하면서부터, 10년 넘게 주당 30달러 대를 넘지 못하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4년 동안 쉼 없이 올라 무려 주당 140달러를 넘어섰다.

애플과 구글, 그리고 아마존을 제치고 16년 만에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를 탈환하며, 한국 돈으로 약 1200조를 넘어 1조 달러 클럽을 달성했다. 마치 60대 할아버지가 어느 날 마법의 물약을 마시고 멋진 20대 청년으로 변한 것 같은 기적이 마이크로소프트에 일어난 것이다.

 

“나 아니면 다 틀렸다”는 스티브 발머의 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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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BILE DEVICES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 CES 2011 에서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조선DB

무엇이 쇠락을 거듭하던 마이크로소프트를 이런 극적인 변화로 이끌었을까? CEO 한 명 교체했을 뿐인데, 어떻게 늙은 IT 공룡 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하루아침에 날쌔고 잘나가는 최첨단 IT 기업들을 모두 제치고 세계 1위 기업으로 재도약할 수 있었을까?

이유야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나는 끊임없이 추락하던 스티브 발머 회장 시절 10년과 새롭게 도약하는 사티아 나델라 회장 시절 5년을 모두 겪어 봤기에 이 두 사람이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달랐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스티브 발머가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똑똑하고 성공을 입증한 사람들이 누가 더 똑똑하며 숫자적인 성과를 많이 내는지를 경쟁하는 문화가 있었다. 부서 이기주의는 극에 달해 각 사업 주체별로 완전히 다른 회사처럼 운영되었다. 윈도우 사업부서는 윈도우 회사, 오피스 사업부서는 오피스 회사처럼 말이다.

워낙 내부 경쟁이 심하고, 우리가 최고라는 엘리트 의식에 젖어 있어서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고, 그러다 보니 변화에 둔감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스마트폰 시대가 와서 애플 세상이 되었어도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은 자신이 사용하지 않으면, 그래서 자기 눈에 띄지만 않으면 애써 그 변화를 모른 척했다. 스티브 발머 회장이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직원이 눈에 띄자 그 직원의 아이폰을 빼앗아 던져 버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철저히 외면하고 비난했다. 스티브 발머 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 생태계에 반기를 들며 탄생한 오픈소스 프로그램을 ‘암(cancer)’에 비유하며 비난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나 아니면 다 틀렸다’는 오만함이 팽배해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든 지표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데도 시장(market)이 틀렸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었으니, 그 오만함이 어느 정도였는지 잘 알 수 있다.

 

성장 마인드셋의 놀라운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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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사티아 나델라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이러한 폐쇄적인 문화를 바꾸는 데 온 힘을 다했다. 그러자 절대 변화하지 않을 것 같던 회사의 많은 부분이 변하기 시작했다. 내 경험과 사티야 회장이 쓴 《히트 리프레쉬(Hit Refresh)》를 토대로 그 원인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늘 공부하는 문화에 대한 강조다. 사티야 회장이 취임 후 가장 달라진 부분을 말하라면 나는 주저 없이 평생학습을 강조하는 문화의 정착이라고 말하겠다. 사티야 나델라 회장은 취임하여 지금까지 성과나 매출 목표를 직원에게 요구한 적이 없다. 하지만 모든 직원에게 끊임없이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강조했다. 성장 마인드셋이란 ‘사람의 지적 능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고 믿는 마음가짐’이다.

스탠포드대학 심리학과 캐롤 드웩(Carol Dweck) 교수가 주창한 성장 마인드셋은 이제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이라면 자다가도 읊을 수 있는 중요한 삶의 지표가 되었다. 성장 마인드셋의 반대는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이다. 이는 ‘사람의 능력이나 지적 능력은 타고 나는 것, 혹은 변화하기 어렵다고 믿는 마음가짐’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아이들을 칭찬할 때 ‘넌 참 머리가 좋구나’, ‘넌 참 똑똑하구나’와 같이 자신의 노력이 아니라 타고난 무엇을 칭찬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런 것이 고정 마인드셋이다.

고정 마인드셋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보통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은 똑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벌로 모든 것을 평가하려 한다. 이런 문화 때문에 아이들은 대입시험을 치를 때까지는 죽을 둥 살 둥 공부하지만, 이후엔 더 이상 공부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미 자신이 똑똑하다는 걸 증명했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는 열심히 공부하던 엘리트 여성이 결혼하여 아이를 낳으면 더 이상 공부하지 않는 것도 고정 마인드셋과 관련이 있다.

반면에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능력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늘 공부하며, 새로운 기술이나 개념을 배우기 위해 노력한다. 사티야 나델라 회장의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이런 성장 마인드셋을 실천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 되었다.

 

공감력과 포용력을 가진 리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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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두 번째는 인재를 보는 관점의 변화, 즉 공감 능력을 갖춘 리더를 중용한 것이다. 사티야 나델라 회장 자신이 이민자 신분으로 미국에서 살아와서인지, 아니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자녀를 키워서인지 그의 공감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18년 늦은 가을, 한국을 찾은 그와 짧은 만남을 한 적이 있다. 내가 하는 일과 마이크로소프트의 MVP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자리였는데, 따뜻한 미소로 끝까지 경청해 주던 모습에서 마하트마 간디를 살아서 만난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CEO가 된 이후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원에게 끊임없이 포용력과 다양성을 기를 것을 요구했다. 단지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포용력과 다양성을 기르기 위해 직원 개개인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성과 지표에 꼭 넣도록 하고 있다. 그간 성과를 내기 위해 앞만 보며 달리던 직원들이 이제는 ‘어떻게 하면 장애인을 도울 수 있을지’, ‘성차별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

사티야 나델라가 생각하는 마이크로소프트에 필요한 인재는 자신이 가장 뛰어나다고 믿는 사람이 아니다. 쉼 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것은 물론, 한 발짝 나아가 구성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사람이다. 그러한 공감 능력을 갖추고 구성원을 같이 성장하도록 이끄는 사람들이 인재인 것이다.

 

 * 커뮤니티 리더십을 다룬 책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내용의 일부입니다. 빠르게 격변하는 시대에 필요한 인재, 이런 인재는 어떻게 탄생되고 또 길러지는지 함께 고민해보기 위해 마련한 장입니다.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이소영 마이크로소프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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