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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2020년 올해의 한자성어, 내로남불? 탐험대원 '다온'의 언어탐험
입력 : 2021.01.05

새로운 해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목표를 세우고 새 마음가짐으로 한 해를 보내고자 노력한다. 시작이 주는 설렘과 앞으로 펼쳐질 시간에 대한 기대감은 모두를 설레게 하는 듯하다. 이렇게 시작이 중요한 만큼 지난 한 해를 잘 마무리했는지 돌아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지난 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모두 잊고 올 한 해 행복한 일이 가득하기만을 바라는 것은 더 큰 성장을 더디게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2020년은 어떤 해였을까?

교수신문에서는 2001년부터 매년 12월에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해왔다. 전국의 대학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이는 그 해의 대한민국 사회상을 평가하는 동시에, 사람들이 한 해를 돌이켜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해왔다.

2020년도 마찬가지로 교수신문은 127일부터 14일까지 교수 906명을 대상으로 중복투표를 허용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2020년의 사자성어로 32.4%의 득표율을 받은 我是他非(아시타비)’가 선정되었다. 이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인 내로남불의 뜻을 한자로 번역한 신조어로, ‘같은 사안도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의미를 갖는다. 21.8%2등을 차지한 올해의 사자성어厚顔無恥(후안무치)’였다. ‘낯이 두꺼워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을 지닌 이 사자성어 또한 1위를 차지한 아시타비와 같은 맥락을 다루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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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에 참여한 교수들은 어느 사회가 만들어지든 갈등을 온전히 피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정치, 사회적으로 편가르기가 유난히 심했던 2020년 대한민국의 사회상을 비판하는 데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사자성어가 일명 정치언어로 활용되면서 올해의 사자성어라는 기획은 대한민국 사회상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을 하는 듯하다. 역대 사자성어들을 보면서 한 해의 정치 현실을 절묘하게 반영하는 듯하여 공감이 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올해의 사자성어대부분이 부정적인 의미를 가져 안타깝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의 사자성어는 단순히 대한민국 사회상의 혼란스러움을 보여주는 것에 그친다. 만약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 많은 홍보를 통해 그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견제 수단으로 떠오를 것이다. 더 나아가 교수들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담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만드는 것 또한 유익한 기획이 되지 않을까 싶다.

2021년에는 좀 더 긍정적인 의미의 사자성어가 선정되기를 바라면서, 더 이상 혼란 속에서 소용돌이 치는 대한민국이 아닌, 안정과 발전의 대한민국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온(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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