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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학벌시대'는 이런 인재를 원한다 전문대가 대수냐, 넥슨 미국 지사 Senior DBA 강성욱
입력 : 2021.01.02

 넥슨 아메리카(넥슨의 북미지사)에서 Senior DBA(Database Administrator)로 LA에서 근무 중인 강성욱. DBA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이 원활히 운영되도록 전체적인 관리 운영을 책임지는 전문가다. 기업의 중요 자산인 데이터베이스를 다루는 일을 주 업무로 하는 DBA는 기술력과 실무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넥슨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다루는 일이라면 그 전문성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 정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미국에서 일한다고 하면, 유학파이거나 적어도 명문대학을 나왔을 거라 짐작하기 쉽다. 하지만 그는 국내 전문대학에서 모바일 웹마스터를 전공했다. 이후 용산 컴퓨터 도매상가에서 컴퓨터 부품 및 정보기기를 유통하는 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장사가 꿈이었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서 세일즈가 천직인 줄 알았던 강성욱. 그는 어떻게 30대 후반에 미국에서 IT 전문가로 우뚝 서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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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아메리카 LA에서 데이터 베이스 전문가로 활약하는 강성욱씨는 전문대를 나와 컴퓨터 도매상가에서 사회생활 첫 발을 디뎠다. Ⓒ셔터스톡

 

부산 컴퓨터 도매상가서 첫발

 

온라인 쇼핑몰이 발달하기 전, 전자제품이나 컴퓨터 부품을 사기 위해 많은 사람이 들렀던 곳이 컴퓨터 도매상가이다. 전문대를 막 졸업한 강성욱의 첫 직장이 되어 준 곳도 부산 컴퓨터 도매상가이다. 그는 2년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IT 기기, 컴퓨터 관련 용품을 유통하는 일을 했다. 그런데 문득 무언가 탐구하고 성취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무작정 평생교육원의 사이버대학에 등록하고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직장에 다니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특별한 일도 아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주경야독하고 있다. 하지만, 그를 다른 사이버대학 학생과 구별되게 만든 것은 바로 블로그 활동이었다. 2008년 7월, 25살의 강성욱은 자기가 배운 것을 기록하기 위해 블로그 활동을 시작했다. 블로그에 첫 번째로 올린 글에서 그는 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라클을 창업한 래리 앨리슨의 일화를 소개하며 이렇게 썼다. 

“래리 앨리슨은 자신을 Mr. Oracle로 칭한다고 한다. 내 꿈은 최고의 DBA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Mr. DBA라 부르기로 했다.”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 DBA가 되겠다는 출사표를 던진 강성욱은 계속 공부하며 경력을 쌓았다. 작은 게임 회사를 시작으로 몇 번의 이직과 창업을 통해 실무 능력을 키운 것이다.

“새롭게 알게된 것, 공부한 것은 꼭 블로그에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기록하면서 내가 알게된 것을 좀 더 명확히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더라구요. 또한 제가 기록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보며 큰 성취감도 느꼈습니다.”


 "내 꿈은 최고의 DBA"


혈기 왕성한 20대에 최고의 DBA가 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었을까? DBA로 전직하여 넥슨과 같은 큰 기업에서 일할 때에도 그는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이 분야 최고가 되기 위해 데이터베이스 포럼의 질문에 하나도 빠짐없이 대답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잘 모르는 질문이 나오면 거기에 답변하기 위해 공부했습니다. 심지어는 비슷한 데이터베이스 환경을 구축해서 테스트도 해보았어요. 어떤 때는 잠을 2시간 정도밖에 못 잔 적도 있네요.”

이러한 노력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은 없었지만 강성욱은 자신이 목표로 한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했다. 이렇게 1년 정도 꾸준히 하니 사람들로부터 ‘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포럼에 남긴 피땀 어린 답변들은 고스란히 그의 이력이 되었다. 이를 통해 강성욱의 전문성과 커뮤니티 리더십을 확인한 마이크로소프트는 그에게 MVP 어워드를 수여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MVP 어워드를 받게 되니 자연스럽게 시야가 넓어지기 시작했습니다. 1년에 한 번씩 본사가 있는 시애틀에 방문하여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같은 분야 MVP, 그리고 본사 엔지니어와 토론하는 것도 신선한 자극이 되었습니다.”

 

블로그 콘텐츠 꾸준함의 힘


그러면서 그는 막연하게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에게 우연하게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생면부지의 외국인이 그에게 페이스북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온 것이다. 넥슨 아메리카에서 일할 수 있는 실력 있는 데이터베이스 관리자를 추천해 달라는 메시지였다. 당시 강성욱은 6년 정도 마이크로소프트의 MVP로서 여러 커뮤니티 활동을 한 덕분에 데이터베이스 전문가로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 데이터베이스 관리자를 추천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막연한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미국에 가고 싶다고 바로 답장을 보냈어요.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그간 꾸준히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외국인 면접관들이었지만 제 블로그 콘텐츠의 전문성과 오랜 기간 포스팅한 꾸준함을 높이 평가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취업비자(Working Visa)를 받는 일은 또 다른 난관이었다. 매년 미국상무부가 발표하는 취업비자의 TO는 급격히 줄어드는데 지원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고, 그래서 비자를 받기 위한 영어 인터뷰를 통과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넥슨 아메리카는 미국 LA에 있고 250명의 직원이 있지만, 한국 회사이기 때문에 한국 직원의 비율이 높습니다. 영어가 많이 부족한 저였지만, 입사를 위한 인터뷰에서 영어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취업비자를 받기 위한 인터뷰는 달랐다.

“깐깐하게 생긴 미국 대사관 직원이 ‘미국에도 데이터베이스 엔지니어는 많다. 심지어 영어도 부족한 강성욱 씨를 왜 미국에서 필요로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니까요. 저 말고도 너무나 많은 이민자로 넘쳐나는 미국인 데다 새롭게 취업비자를 받으려는 사람도 셀 수 없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강성욱은 자신이 마이크로소프트 MVP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천천히 면접관의 눈을 보며 말했습니다. 나는 마이크로소프가 인정한 데이터베이스 분야 전문가이다. 미국 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에 꼭 필요하다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정해 주었다. 이 답변을 듣더니 갑자기 면접관의 위압적인 목소리가 부드러워지더라고요.”

 

마이크로소프트 MVP는 이런 사람에게!

 

그러고는 별다른 질문 없이 비자가 통과되었고 꿈에 그리던 미국 생활이 시작되었다. 사실 전 세계에 데이터베이스 전문가는 많다. 한국에도 DBA 전문가가 많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든 전문가에게 MVP를 수여하지는 않는다. 많은 전문가 중, 강성욱 씨처럼 꾸준히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나누는 사람, 다른 사람의 질문에 답변하고, 커뮤니티를 꾸려 같이 공부하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을 골라 MVP 상을 준다. 그러니 이러한 사람이 미국 시장에 꼭 필요하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미국 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나 필요한 사람이다. 

미국으로 이직한 후에도 강성욱 씨의 커뮤니티 사랑은 끝이 없다. SQL Angeles(https://www.facebook.com/groups/SQLAngeles/)라는 LA/OC에 거주하는 한인 IT 커뮤니티 그룹을 만들어 다양한 IT 기술을 함께 공부하고, 회원 간 소통을 도모하고 있다. 이 그룹에서 강성욱 씨는 3개의 스터디 그룹(Database, Programming, Machine Learning)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매주 자체적으로 모임을 만들고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운영자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계속되는 이런 활동은 자칫 고립될 수 있는 이민 생활에 활력을 주는 데에만 그치지 않았다. 미국 굴지의 테크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들이 연대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들이 의기투합하여 《우린 이렇게 왔다》라는 책을 출간하도록 이끌었다. 미국의 테크 기업으로 이직한 토종 한국인 25인의 취업이야기인데, 강성욱 씨의 사례도 함께 실려 있다. 이처럼 그의 영향력은 한국을 넘어 더 큰 세계로 무궁무진하게 뻗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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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세계 최고의 DBA가 되겠다는 꿈을 품은 강성욱씨는 10년 넘게 블로그에 전문 콘텐츠를 올렸다. 꾸준함의 힘은 예상 못할 터닝포인트를 안겼다. Ⓒ셔터스톡

 

강성욱 DBA의 커뮤니티 공부 성공 키워드


 

① 나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습관을 들여라


“머리로 아는 것과 글로 표현하는 것, 그리고 말로 설명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큽니다. 스터디에서 발표할 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얼버무리는 것은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알았더라도, 지금 다시 설명할 수 없다면 모르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스터디를 하면서 저의 부족한 점을 찾을 수 있어서 무척 즐겁고 행복합니다."

그는 끊임없이 함께 공부할 사람을 모아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다. 그리고 스터디 그룹을 통해 자신이 어렴풋이 알고 있는 지식을 확실한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정말 내 것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다. 스터디든, 커뮤니티든 나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습관을 들이자.


 


② 커뮤니티 공부로 리더십을 연마하라


사실, 커뮤니티를 만들고 운영하려면 열정과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 우선 나와 관심사가 같은 사람을 모아야 하고, 그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이외에도 스터디의 주제를 선정하거나 스터디 장소를 섭외해야 하는 등, 실제 공부 이외의 노력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강성욱 씨의 사례에서 보다시피, 커뮤니티를 운영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을 이끄는 리더십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사회에서 정말로 필요로 하는 사람은 고학력자,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필요한 일을 스스로 찾아내고 필요한 공부를 하는 사람, 한 발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여 목표를 이루어 내는 사람이다. 시간 낭비라 생각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공부를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운영해 보자.


 


③ 공부한 것을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라, 내 이력이 된다


최고의 데이터베이스 전문가가 되기 위해 그가 온라인에 남긴 수없이 많은 족적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떠올려 보라. 25살의 강성욱 씨가 Mr. DBA가 되겠노라고 자신의 블로그에 출사표를 던졌을 때 지금의 그를 상상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가 하나둘 올린 블로그 포스팅이 10년이 되었을 때, 한글을 모르는 미국의 면접관에게도 통하는 무기가 되었다. 2시간밖에 자지 않으면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질문에 답변하려고 애썼던 그의 노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MVP라는 결실로 이어졌고, 미국이라는 더 큰 세계로 가는 문을 열어주었다. 

지금도 드넓은 미국 땅에서 커뮤니티 리더십으로 실력을 쌓고 있는 그에게 어떤 기회가 기다릴지 아무도 모른다. 그의 사례를 통해 알게 된 실천 팁을 하나둘 실천하다 보면, 자신에게도 어떤 기회가 올 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 커뮤니티 리더십을 다룬 책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내용의 일부입니다. 빠르게 격변하는 시대에 필요한 인재, 이런 인재는 어떻게 탄생되고 또 길러지는지  함께 고민해보기 위해 마련한 장입니다.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이소영 마이크로소프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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