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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어느 아파트에 사세요? 탐험대원 '다온'의 언어탐험
입력 : 2020.11.30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와 사단법인 국어문화원 연합회에서 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설문조사는 ‘아파트 이름을 우리말로 개선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66.4%가 아파트 이름을 우리말로 개선하는 것에 동의했다. 하지만 ‘아파트 이름을 직접 결정할 경우 아파트 이름을 우리말로 지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연령대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20대는 32.0%가, 60대는 72.4%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실제로 오늘날 많은 아파트들은 ‘자이(XI), 타워펠리스(Tower Palace), 롯데캐슬(Lotte Castle)’ 등 다양한 영어 이름을 사용한다. ‘디에이치 아너힐즈(The H Honor Hills), 디에이치 클래스트(The H Claest)’ 등 몇 번을 들어도 외우기 어려운 이름들도 많다. 더 나아가 해당 이름들이 도대체 무슨 뜻을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해 내기도 쉽지 않다.

앞서 살펴봤듯이 아파트 이름을 우리말로 짓겠냐는 물음에 20대는 32.0%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로는 외국어를 쓰면 ‘아파트가 고급스러워 보인다’, ‘가격이 비싸 보인다’ 등 다양하다. 물론 이러한 장점들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우리말이 아닌 영어나 외국어로 아파트 이름을 지었을 때 생기는 문제점들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위의 물음에 대해 60대는 ‘우리말이 친근하다’ 등의 대답 외에도 서울에 사는 자식들의 집을 찾아오는 게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심지어 ‘시어머니가 못 찾아오도록 영어 이름의 아파트로 이사 간다’라는 농담이 생길 정도로 오늘날 영어로 된 아파트 이름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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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DB

하지만 단순히 ‘아파트 이름을 우리말로 하는 것에 동의하는가, 동의하지 않는가’에서 더 나아가서 ‘멋이나 고급스러움’ 때문에 영어 이름을 사용하다 생긴 문제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문제는 멋스러운 의미를 담기 위해서 여러 영어 단어를 섞다가 문법적 오류를 보이는 이름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디에이치 클래스트(The H Claest)’가 있다. 현대건설은 해당 아파트 이름을 통해 ‘최상급 클래스(class)’라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다. 이때 ‘클래스트’는 ‘class’라는 명사와 최상급 접미사인 ‘-est’가 결합한 것이다. 최상급 접미사인 ‘-est’는 영어 문법에 따르면 형용사 뒤에 붙어야 하지만 아파트 상호를 고급스럽게 짓기 위해 문법적 요소는 잠시 잊은 듯하다.

두 번째 문제는 외국어로 된 아파트 이름이 해당 지역의 분위기나 특징에 맞지 않아 어색함을 주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의 고급스러운 이름을 우선시 하다보니 정작 아파트가 만들어진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생겨난 것이다. 이처럼 주변 분위기와 어울리지도 않고 문법에 맞지도 않는 아파트 이름을 단순하게 외우고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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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이치 클래스트 홍보영상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우리말 외에도 영어나 외국어 등 여러 언어들에 관심을 보인다. 이는 아파트 이름의 변화 외에도 회사명, 방송 프로그램명 등을 통해서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외국어 이름의 아파트를 짓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해당 지역의 특색을 해치지 않는, 특정 계층을 소외시키지 않는 아파트 이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외국어 이름의 아파트와 우리말 이름의 아파트 모두 장점이 있기에 어느 한쪽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둘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온(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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