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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이유 없이 무작정 사람의 온기가 그리운 날엔 타레가의 그랑 왈츠 <대왈츠>
입력 : 2020.11.26

오랜만에 동네 친구를 만났습니다. 맛있게 담근 김장김치 몇 포기와 직접 농사지어 수확한 배추와 무를 전해주려고 일부러 집에 찾아왔어요. 배추도 알이 꽉 차고 흙 묻은 무도 정말 신선해 보입니다. 부지런한 친구는 코로나로 일을 쉬는 시기에 농사를 시작했어요. 일을 못 한다고 무기력하게 집에만 있을 친구가 아닙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텃밭에 가던 친구가 씨 뿌린다고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수확을 해서 이렇게 선물을 주네요.

일하면서 만나는 사이도 좋지만 편하게 만나는 동네 친구는 좀 각별합니다. 동네 친구라는 게 원래 오가다도 만나고 아침 일찍 빵집에서도 만나고 밤늦게 편의점에서도 만날 수 있는 사이잖아요. 맨얼굴에 집에서 입던 츄리닝 차림으로 나가서 만나도 거칠 게 없습니다.

 한동네에서 워낙 오래 살다 보니 아이들은 물론이고 부모님, 남편들까지도 모두 친하게 지내요. 코로나 이전엔 자주 모여 밥도 먹고 사시사철 봄에는 꽃 보러, 여름엔 바다로, 가을엔 캠핑장에, 겨울엔 스키장까지 매 계절 행사가 있었는데 올해는 그 어떤 만남도 제대로 갖지 못했네요. 그러니 더욱더 반갑더라고요.

 드라이브 스루로 차 안에서 배추와 무를 건네주고 헤어졌는데 친구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니 갑자기 찡했어요.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김장김치에 보쌈을 함께 먹으며 실컷 수다를 떨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대체 언제나 우리의 잃어버린 일상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요? 예전처럼 사람과 사람이 서로 온기를 주고받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스페인의 씨에스타 같은 음악

Francisco_Tarrega.jpg
스페인 출신 작곡가이자 기타 연주자 프란치스코 타레가.

친구의 김장김치에 갓 지은 쌀밥을 먹으니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집니다. 밥의 온도뿐만 아니라 친구의 온도까지 함께 느껴졌어요. 사물도 사람도 각각 느껴지는 온도가 있지요. 어떤 사람은 굉장히 차가운 반면 어떤 사람은 굉장히 따뜻합니다.

 사람의 말투나 글뿐만 아니라 발걸음이며 눈빛 하나하나까지 모두 온도가 있어요. 작곡가의 음악도 그렇고 그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인 연주자의 온도에 따라서도 음악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오늘 만난 동네 친구처럼 따뜻한 온도가 느껴지는 그런 작곡가가 있습니다. 바로 스페인 출신의 작곡가이자 기타 연주자인 프란치스코 타레가예요. 오늘은 그의 그랑 왈츠를 한번 들어볼까요?

그랑 왈츠! <대왈츠>라고 번역되는 이 곡은 스페인의 씨에스타 같은 음악입니다. 씨에스타는 매일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의 휴식시간을 말하는데, 이 시간엔 가게도 문을 닫고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방에서 예쁜 멍멍이 한 마리 안고 딱 한숨 자고 싶은 그런 시간, 사방이 따뜻함으로 채워지는 그런 순간에 어울리는 음악이에요.

제자였던 콘차 부인을 사랑했던 타레가가 실연의 아픔을 달래려고 떠났던 여행지 그라나다에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작곡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졌죠. 타레가는 사랑의 아픔을 음악으로 만들 줄 아는 마음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타레가(Francisco Tarrega 1852~1909)는 스페인 카스텔론 지방의 비야레알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는 수도원에서 경비원으로 일했는데 기타 연주를 수준급으로 하는 멋진 음악 애호가였습니다. 특히 플라밍고와 다른 여러 장르의 스페인 음악을 잘 다뤘답니다그는 3살 때 사고로 눈을 다친 후 평생 완전한 시력을 찾진 못했지만 기타에 자신의 감정을 모두 실었습니다.

타레가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멋진 곡으로도 유명하지만 그 곡 말고도 여러 기타 곡을 작곡했습니다. 특히 이 그랑 왈츠는 3분 정도의 짧은 곡이지만 중간의 13음이 강한 인상을 주는 따뜻한 곡입니다

솔파라시 미레파솔 레도미솔 도13음만 울리면 반가운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는데요, 이유는 바로 이 음악이 핸드폰으로 유명한 노키아의 벨소리이기 때문입니다.

타레가가 1902년 작곡한 이 곡을 노키아는 1994년부터 사용했는데, 한때 온 유럽 사람들이 노키아 핸드폰을 쓰던 시절엔 이 음악이 안 울린 곳이 없었습니다. 저 역시 독일에 있을 때 노키아 핸드폰을 썼는데 이 음악만 들으면 그렇게 반가웠습니다. 누군가가 저를 찾는 거니까요.

인터넷에 이 곡을 검색하다 보면 연주회 도중 핸드폰 벨소리가 들리자 연주자가 재치있게 이 곡을 즉흥 연주하는 영상이 있습니다. 곡 자체가 대곡은 아니지만 짧은 곡으로, 13개의 단순한 음으로도 사람들에게 온기를 전해주는 곡입니다. 어쩌면 지금 저희에게 필요한 음악은 이런 온기가 있는 음악 아닐까요? 점점 쿨한 사람들이 많아져가는 요즘. 더군다나 코로나까지 겹쳐서 그나마 있는 온기도 전달할 수 없는 지금. 타레가 음악 어떠세요?

오늘은 이유 없이 무작정 사람의 온기가 그립습니다.

 

타레가 대왈츠  

Tárrega: Gran Vals - Anika Hutschreuther, Guitar 

노키아 핸드폰 광고

연주회 도중 노키아 벨이 울리자 피아니스트가 보인 반응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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