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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 스위치를 켜라 까칠한 사람도 내 편으로 만드는 법
입력 : 2020.11.12

영미권 독자에 비해, 우리 독자들은 상대를 설득한다거나 어떤 행동으로 감정을 유발한다는 식의 행동과학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알고 네가 아는 사이에 행동으로 감정을 유추할 필요가 크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말 한마디라도 어감에 따라 무슨 의도인지, 그 느낌 아니까.

특히 해석노동이 절대적으로 ‘아랫사람’의 몫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는, 윗사람의 눈치 볼 것 없는 솔직한 표현을 제때 읽어내는 게 중요하다. 서로 알고 있는데다가 서열도 분명한 사이에 감정을 바꾸는 설득을 하기가 멋쩍다. 게다가 협상이 결렬되면 관계도 끝장나고 마는데, 무슨 협상의 법칙인가?
서울과 수도권에 2600만 인구가 집중된, 초고밀도 도시에 살아가고 있어도 한국은 여전히  인맥, 학맥, 출신 지역으로 엮어진, 뻥튀기된 농경사회와 비슷한 면이 있다. 이질적인 문화 속에서 성장해온 낯선 타인들이 서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며 행동과학을 발휘해야 하는 그런 도시가 이제까지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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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자석의 비밀을 파헤쳐보자. ©shutterstock


그러나 X세대는 밀레니얼 세대를 모르고, 밀레니얼은 바로 밑 Z세대도 모른다고 할 만큼 문화 층위가 다양해졌다. 일할 때는 물론이고, 각 가정에서 세대 격차가 점점 더 심해진다. 보스니까, 가장이니까, 엄마니까, 연장자니까 하는 체면을 내려놓고 부드러운 표정과 말로 호감 점수 좀 따보면 어떤가. 우리는 더 친해져야 한다. 만날 집에서 말없이 모여 고기만 구워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과 달리, 섬세한 인간관계나 감정을 주제로 한 책의 판매가 증가하는 것도 ‘필요한 곳에 공부 있다’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미 아마존에서 장기간 베스트셀러를 지켜온 《호감 스위치를 켜라》도 그런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잭 셰이퍼는 FBI 행동분석가로 말 한마디 없이 수많은 스파이를 친구를 돌려놓은 ‘호감 전문가’다.
 
호감을 일으키는 행동 네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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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기울이는 동작은 동물의 왕국에서 보편적인 ‘친구’ 신호로 통하는 듯하다. (출처: 《호감 스위치를 켜라》)
《호감 스위치를 켜라》에서 알려주는 호감을 얻는 표정과 행동을 몇 가지 알아보자. 어떤 행동이 공식처럼 어떤 결과를 가져온다는 게 신기하다. 세계적인 영장류 학자인 프란스 드 발에 따르면, 감정은 자극에 즉시 반응하는 반사행동은 아니지만, 약간의 숙고 과정을 거쳐 일정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사람마다 제멋대로 느끼는 주관적인 마음과는 다른 것이다.
▲눈썹 찡긋하기
눈썹 찡긋하기는 6분의 1초 동안 눈썹을 위아래로 재빠르게 움직이는 동작으로, 기본적인 친구 신호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다가갈 때 눈썹을 찡긋거리며 자기가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이 동작은 2미터 이하의 거리에서도 서로 신호로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다. 상대의 시선을 피하지 말고 당장 테스트해 보라.
▲고개 기울이기
여성 연예인의 사진 포즈를 유심히 살펴보자. 머리를 살짝 기울인 동작이 상당히 많다. 이 포즈는 은연중에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고개를 기울이고 대화하면 고개를 똑바로 세울 때보다 더 친근하고 친절하고 솔직한 느낌을 준다.
▲미소 짓기
이를 보이고 웃는 그 미소 맞다. 미소를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가짜’ 미소에 주의해야 한다. 단체 사진에서 어쩐지 미소가 어색한 사람이 보일 것이다. 진실한 미소는 입 꼬리가 위로 향하고 두 뺨이 올라가면서 눈가에 주름이 잡히는 표정이다. 보톡스를 맞으면 얼굴 근육이 안 움직여 뜻하지 않게 억지웃음을 짓는 사람으로 오해받기 쉽다.
▲살짝 터치하기
당신의 과거를 떠올려본다. 우스운 얘기를 하면서 당신을 살짝 터치했던 상대는 당신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고 싶었을지 모른다. 다만 이걸 본인이 실천할 때는 상당히 주의하길 바란다. 당신의 손짓으로 유발된 결과는 오직 당신의 책임이다.

비호감의 증좌들
모든 사람이 엄마처럼 나를 좋아해줄 수는 없다. 비호감의 표시를 읽으면서 당신은 누군가를 떠올릴 수도 있고, 한 번 더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다. 상대가 당신과 대화 하는 중에 눈을 굴렸다면 더 이상의 대화를 차단하는 ‘적(enemy) 신호’다. 모두가 세일즈를 하는 시대 아닌가. 상대가 그런 비호감의 표시를 했다면, 설득은 다음으로 미뤄보자. 당신의 보고를 듣고 있던 상사가 입술을 오므린다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니 재빨리 플랜 B를 제시하는 걸 고려해보도록.
우리가 주의해야 할 비호감 표정도 있다. 미간 찌푸리기와 눈을 가늘게 뜨는 행위 역시 대표적인 비호감의 표시다. 단지 시력이 안 좋아서, 난시라 눈을 찌푸렸을 뿐인데 “왜 이렇게 불만이 많냐?”는 지적을 듣고 있다면. 안과에 갈 시간이다. 그 말을 한 사람이 시비를 거는 게 아니라, 인간의 감정 알고리즘이 그렇게 돌아간다. 현대인들이 고질적인 거북목에 구부정하게 서 있는 포즈도 공격성으로 읽힐 수 있다.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더 동물적인 본능으로 반응한다. 사실 인간이 동물 아닌가.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서 있다면(발이 서로를 향해 있다면) 둘만의 사적인 대화가 오간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이럴 때는 물러서야 한다. 남이 끼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두 사람이 마주보고 있긴 하지만 발이 비스듬히 열려 있다면 ‘틈’을 열어두어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도 좋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_《호감 스위치를 켜라》2장. 당신은 이미 읽혔다
 
동물과 인간의 감정은 말보다 신뢰할 만하다
즉흥적으로 보이지만 감정과 행동이 말보다 강하다. 당연하지만 우리가 잊기 쉬운 진실은, 감정은 언어에 비해 진화의 역사가 무척 길다는 것이다. 게다가 무엇을 말할 때 우리가 본심을 얼마나 드러내는지 자기 자신을 돌아보자. 이런 면에서, ‘인간 탐구의 초절정’인 의식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피험자들의 자기 감정 묘사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밖으로 드러난 사람들 간의 관계 속에서 표현되는 감정과 행동을 더욱 진실하다고 간주한다.
감정은 진화의 기원이 있다. 개성의 문제가 아니고 인류와 동물 공통의 생존 기술이다. 이를테면 침팬지의 웃음에 관한 프란스 드 발의 설명을 살펴보자.
"모든 암컷이 이빨을 드러내고 씩 웃으며 알파 암컷 오렌지를 바라볼 때도 있었다. 이 표정은 “나는 당신의 부하입니다. 감히 도전할 생각은 절대로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 사람은 고개를 숙이거나 굽실거리거나 윗사람의 농담에 크게 웃거나 두목의 반지에 입을 맞추거나 경례를 하는 등의 행동을 통해 복종 신호를 보낸다.
침팬지는 서열이 높은 침팬지 앞에서 몸을 굽히고 인사를 하기 위해 특별한 종류의 그런트 소리를 낸다. 하지만 영장류가 자신이 상대보다 아래라는 신호를 분명히 보여주기 위해 사용하던 원래의 신호는 입꼬리를 뒤로 젖힌 채 이빨을 드러내고 씩 웃는 표정이다. 이것은 두려움과 상대방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은 욕구가 함께 섞인 매우 사교적인 표정이다.”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2장. 정신을 들여다보는 창
 
동물과 인간과 로봇을 관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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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친구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가모장 침팬지 마마. 몇 주일 뒤 세상을 떠났다. (출처: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영상 https://bit.ly/3eOOBPE)
 
 
감정에 관한 책을 읽는다면, 동물의 감정에 관한 책도 함께 읽기를 권유한다. 그간 이성을 감정보다 우위에 놓고, 감정을 임시방편이며 측정할 수 없다고 간주해온 나의 무지를 돌이켜본 소감이다. 뇌 과학자 장현우는 최근 번역한 책 《뇌의식의 대화》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1970년대에나 유행하던 인공신경망이 ‘딥러닝’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의식 연구에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의식 연구에 대한 대중적인-특히 한국에서의-인식은 학문의 발전 추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감정과 행동의 역사에는, 진화 족보에서 우리의 직계 선조인 동물과 우리의 유사점이 넘치도록 많다. FBI 행동분석가가 사람을 상대로 한다면, 프란스 드 발은 영장류를 상대로 40년간 끈덕지게 연구를 해왔다.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을 읽어나가다 보면, 동물의 감정이 사람과 얼마나 유사한지, 이제껏 그렇지 않다고 믿어온 한편 동물의 관계 능력을 얕잡아본 자신이 어이없게 느껴질 지경이다. 침팬지와 보노보가 혐오부터 권력 과시, 화해 등 인간이 간직한 거의 모든 감정을 표현하는 것처럼, 사람 간에 표현되는 감정과 행동은 꽤 신뢰할 만한 오래되고 진화의 근본이 있는 알고리즘이다.
인간의 생명에 대한 신비가 벗겨졌듯 우리는 감정과 의식을 둘러싼 마법이 하나둘 깨져나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감정을 신비롭게 바라보지 않고 관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봄직하다. 작게는 상대방의 호감 스위치를 켜는 데 사용할 수 있고, 깊게 들어가면 나를 휘두르는 기분이나 강박적인 욕구와 조금은 거리를 둘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의식 연구의 선두에 선 철학자 대니얼 데닛은 인간 의식에서 신비로움을 완전히 걷어내어, 인간이나 로봇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감정과 의식을 공부하고 써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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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연 세종서적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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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이창훈   ( 2020-11-12 )    수정   삭제 찬성 : 3 반대 : 0
인간은 이성적이고 분석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듯합니다. 그만큼 사람이 이성적인 존재는 아닌 듯하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겠죠. AI도 배울 수 없고 가르쳐줄 수도 없는 내용을 이 책에서 말하는 것 같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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