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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비밀 병기가 있다 리스트와 나훈아의 공통점
입력 : 2020.10.07

국민의 방송 KBS에서 나훈아 씨의 공연이 방송된 뒤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입에서 그의 노래를 읊조립니다. 저 역시 연휴 때 처음으로 그의 공연을 보게 됐는데요, 그야말로 입이 쩍 벌어지더군요. 간혹 그의 히트곡을 들어보긴 했지만 무대 위의 공연은 한 마디로 큰 충격이었습니다. 한번 들었지만 가사의 내용이며 멜로디가 귀에 쏙쏙 박히는 게 역시 그의 음악은 파장과 울림이 컸습니다. 신박하고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는 말할 것도 없었고요.

연주자는 무대를 휘어잡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연주력이든 퍼포먼스든 어떤 형태로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해요. 작가는 글을 읽게 만드는 힘이 있어야 하고, 화가는 타인의 시선을 머물게 하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 모든 게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예술가는 상대를 설득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나훈아 씨는 가황이라는 호칭으로 인정받을만합니다. 클래식 대가들 중에도 이런 능력을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음악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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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위에 손을 얹고 서있는 리스트 ⓒ위키피디아

 

프란츠 리스트(1811~ 1886, 헝가리). 그는 대중이 뭘 원하는지 아주 정확히 알고 있는 작곡가였습니다. 일단 잘 생겼습니다. 매부리코에 얼굴에 이상한 점도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취향은 아니지만 당시 여인들에겐 상당히 꽃미남이었어요. 현란한 테크닉에 누구도 넘지 못할 편곡 실력, 음악의 역사를 써나갔던 여러 사건, 끊임없이 펼쳐진 여인들과의 러브 스토리까지. 뭐든 안 되는 게 없는 사람.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자유자재로 흔들었습니다. 리스트가 지금 태어났다면 그야말로 인플루엔서 자질이 충분해요. 천만 관객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티켓파워 최강자가 맞습니다.

피아노를 연주하다 보면 말도 안 되게 어려운 테크닉 때문에 입술을 깨물 일이 많습니다. 물론 어떤 곡이든 넘사벽인 부분들이 있지만, 특히 리스트 작품은 손가락이 10개라고 다 연주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4번 마제파!리스트는 대체 왜 이런 곡을 작곡해서 피아니스트들을 힘들게 했을까요? 본인은 그런 테크닉이 식은 죽 먹기처럼 쉬었습니다. 신출귀몰한 테크닉과 퍼포먼스에 귀족부인들은 기절을 했고, 사람들은 아이돌 팬클럽 못지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리스트가 끼웠던 장갑을 벗어던지면 서로 그것을 주우려고 난리가 났다는 이야기가 완전 허구였을 것 같진 않습니다. 리스트 굿즈(Goods)는 대체 얼마면 됐을까요?

 

초절기교 연습곡? 초절기절 연습곡?

리스트 작품 중에서도 우주 최강으로 어려운 피아노 작품이 있습니다. 12곡으로 구성된 초절기교 연습곡입니다. 얼마나 어려우면 기교를 뛰어넘는 초절일까요? 연주자들은 초절을 연습하다 기절하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저희끼린 초절기절 연습곡이라 부릅니다. 정말 어려워요.

리스트는 연습곡이라고 불리는 에튀드 (Etude:화장품 브랜드와 이름이 같음)를 여러 권 작곡했는데, 그중에서 제일 어려운 곡이 12개의 초절기교 연습곡 작품번호 139(S.139)입니다. 리스트의 작품은 (Serl)’이라는 사람이 정리해서 이름의 앞 자를 따서 S로 표기합니다. 1827년 처음 출판됐지만 1839년에 보완하고 1852년에 다시 수정해서 출판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곡을 15살에 작곡해서 16살에 출판을 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시나요? 이 사실만 봐도 리스트의 피아노 실력과 작곡 실력이 어떠한 지 알 수 있습니다. 음악에 있어서는 완벽하고 철저했던 그였기에 초기 작품이 흡족해질 때까지 수정 보완을 거쳐 첫 출판 25년 만에 제대로 완결판을 내놓습니다. 집념이 대단합니다. 음악가로서의 본령에 충실한 사람이었습니다. 


말에 묶인 마제파.jpg

말에 묶인 마제파를 그린 그림  ⓒ위키피디아

 

마제파는 어쩌면 현실의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은 12개 중 10개는 제목이 붙어 있고 2번과 10번만 무제예요. 곡에 제목이 붙는 것은 전 시기인 고전에는 드물었지만 낭만은 대부분이 표제음악입니다. 마제파 (Mazeppa)! 초절기교 연습곡 4번은 1847년에 먼저 리스트가 따로 떼어내어 마제파라는 제목을 붙여 출판했습니다. 곡의 제목인 마제파는 본명이 이반 스테파노비치 마제파(Ivan Stepanovich Mazeppa, 1644~1709)로 우크라이나의 전설적인 실존 영웅입니다. 이 곡은 빅토르 위고의 시 마제파가 원작인데, 이런 이유로 위고에게 헌정이 됐습니다.

마제파는 원래 궁정의 하인이었다가 백작부인과 사랑을 하게 되고 그에 대한 벌로 부인의 남편에게 들켜서 말에 묶인 채 추방됩니다. 그림으로 보면 정말 섬뜩해요. 그냥 쫓아낸 것도 아니고 말에 묶인 채 쫓겨났으니 도망도 못 가고 죽기 십상입니다. 왜 백작부인을 사랑을 해서는...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는 구조되고, 이를 계기로 다시 살아나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영웅으로서의 삶을 삽니다. 주인공 마제파는 현실의 리스트와도 삶이 비슷합니다. 리스트 역시 마리 다구, 비트켄슈타인 두 명의 귀족부인들과 죽고 못사는 사랑을 했거든요. 그러고도 잘 살아 남아 마지막엔 음악의 영웅이 되었으니, 누가 봐도 마제파의 빙의입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비밀병기가 있다

리스트에게는 그만의 비밀병기가 있었습니다. 사람을 휘어잡기에 필요한 것들에 통달했던 음악가였죠. 타고난 테크닉과 음악성, 무대를 휘어잡는 연주 퍼포먼스 그리고 매끄러우면서도 유창한 화법과 문장력, 마지막으로 하나 더 추가한다면 단발머리에 수려한 외모도 보탬을 줬습니다. 엄청난 노력과 끊임없이 모색하는 예술가로의 모습 역시 인정 합니다. 리스트도 가황도 누구나 자신만의 비밀 병기를 이용해서 세상을 살아갑니다

여러분의 비밀 병기는 무엇인가요?

 

유튜브 검색어-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마제파>

Études d'exécution transcendante, S.139 - No. 4 Mazeppa

피아노 베레조프스키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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