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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과 동네 목욕탕, 뭐가 다를까 온천의 법적 기준 온도는?
입력 : 2020.09.30

 온천에 관한 심층 취재 뉴스를 TV에서 본 적이 있다. 한 남성이 온천 목욕탕의 물을 바가지로 떠서 벌컥벌컥 들이키고 어린 아들에게도 마시게 하는 장면이 나왔다. 아마도 그는 온천수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었던 모양이다. 취재팀은 저수탱크를 열어 비위생적인 관리 실태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저수탱크가 깨끗했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했을 것이다. 탱크에 가두어 둔 물은 더러워지는 것이 당연하다.

 위생 상태는 별개의 문제로 두자. 과연 온천수는 어떤 효능이 있을까? 오래전이지만, 국립 연구소의 온천 담당 부서에서 근무했던 경험에 의하면 딱히 특별할 것이 없다. 그렇지만 온천이 사람들에게 주는 심리적 만족감은 높은 편이어서 지자체는 온천 개발을 통해 지역 사회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
     
온천의 법적 기준 온도는 25℃
대한민국 온천법 제 2조 1항은 온천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온천”이란 지하로부터 솟아나는 섭씨 25도 이상의 온수로서 그 성분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적합한 것을 말한다.」
 온천의 법적 기준 온도는 의외로 낮다. 겨우 25℃라니, 대중목욕탕의 냉탕도 그 정도는 되지 않나 싶다. 그러나 지표의 평균적인 온도가 15℃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10℃ 이상의 차이가 있어야 하므로 아무 데서나 온천물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곳에서 지하수를 시추하여 물의 처음 온도가 25℃인 곳을 발견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온천이 될 실질적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겨울에 25℃의 지하수가 뿜어져 나올 때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기도 한다. 이 상황을 보고 시추를 담당한 일꾼들이 만세라도 부른다면 구경하는 사람들은 영락없이 온천이 터진 줄 알 것이다. 그러나 하루에 적어도 1천 톤 이상의 물이 쏟아지는 시추공이 2개 이상인 것으로 확인되지 않으면 온천법 시행령 제 6조를 만족할 수 없다. 따라서 충분한 수량이 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24시간 내내 시추공에서 물이 뿜어져 나온다면 희망적이지만 또 한 번 고비가 있다. 처음 온도 측정에서 25℃를 상회하던 물의 온도가 시간이 흐를수록 내려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단순 지열에 의해 가열된 온천수를 뽑아내면 차가운 냉수가 유입되면서 온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온천수 성분에 따른 조건도 있다.
 「온천법 시행령 제 2조. 다음 각 호의 성분 기준을 모두 갖춘 경우로서 음용 또는 목욕용으로 사용되어도 인체에 해롭지 아니한 것을 말한다.
      1. 질산성질소(NO₃-N)는 10mg/L 이하일 것
      2. 테트라클로로에틸렌(C₂Cl₄)은 0.01mg/L 이하일 것
      3. 트리클로로에틸렌(C₂HCl₃)은 0.03mg/L 이하일 것」
 시행령 제 2조에 제시된 세 가지 독성 물질은 오염된 지하수에서 나오는 성분들이다. 그러므로 온천 개발 지역은 공장이나 목장처럼 오염원이 될 수 있는 시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야 좋다.
 온도, 수량, 성분 등의 법적 기준을 만족하는 지하수나 용출수가 발견되면 시장이나 군수는 해당 지역을 온천으로 고시할 수 있다.
 과거 온천 개발 사례를 보면 극히 드문 경우지만 물의 온도가 섭씨 60~70℃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 온도가 몇 년 동안 유지되기는 어렵다. 주변에 온천장이 우후죽순 생겨나면 수온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지하의 수위가 내려가면서 지반 침하가 진행되기도 한다. 온천으로 유명한 모 도시도 과거에 지반 침하가 일어나 군수가 연구를 의뢰한 적도 있다.
     
단층이 있을 때 온천 가능성이 높아진다
 땅을 파내려 가면 온도가 상승한다는 것은 광부들이 잘 알고 있다. 그 비율은 지구 어디나 비슷해서 차가운 시베리아 동토에서도 거의 같은 비율로 온도가 상승한다. 그 비율은 대략 2~3℃/100m인데, 이를 지하증온율이라고 한다. 물론 마그마가 늘 솟구치는 하와이 열점(hot spot)이나 맹렬히 활동 중인 화산들, 아이슬란드나 동아프리카 열곡대(裂谷帶, lift valley))처럼 지하 마그마 활동이 활발한 지역은 평균보다 훨씬 높은 지하증온율을 보인다.
 
 만약 어떤 지역에서 지하로 백 미터씩 들어갈 때마다 3℃씩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330 미터 깊이에서 25℃에 이르게 된다. 이 깊이에 지하수가 존재한다면 온천법이 규정하는 온천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지하수는 수~수십 미터 깊이에만 존재할 뿐이다. 더 깊이 들어가면 딱딱한 암반이 버티고 있어서 물이 침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는 땅을 깊이 파지 않고도 우물물을 얻을 수 있다.
 전형적인 지층은 표토, 심토, 모질물, 기반암 네 개의 층으로 구분된다.

1.-토양-단면과-단층.jpg

 토양의 최상부 표토에는 낙엽, 동식물의 유해, 배설물 등이 쌓여 분해되어 생긴 유기물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각종 세균과 애벌레를 비롯하여 지렁이, 땅강아지, 두더지도 사는 곳이다.
 세립질의 점토나 콜로이드(1~100㎛의 작은 입자)는 빗물에 섞여서 지하로 침투하여 심토를 만든다. 심토는 표토가 먼저 생긴 후에 고운 입자가 침전하여 만들어지므로 풍화가 오래 진행된 성숙한 토양일수록 두꺼워진다.
 
 심토의 하부로 계속 파고 들어가면 굵은 자갈과 바위 덩어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 자갈들은 기반암이 깨져서 생긴 것으로 모질물(母質物)이라고 한다. 모질물이 나오는 깊이는 수 미터 이내일 수도 있고, 수십 미터 정도일 때도 있다. 모질물이 굵어져서 바위 덩어리가 나오기 시작하면 해머로 때리는 방식의 시추는 더 이상 진행하기가 어렵다. 이때부터 시추기는 인조 다이아몬드로 코팅된 파이프 드릴을 장착하고 암반을 뚫는 방법으로 전환한다. 파이프 드릴이 고속 회전하면서 암반을 뚫을 때는 고열이 발생하므로 물을 주입하며 굴착한다. 그렇지 않으면 드릴과 암석이 들러붙기 때문이다.
 단단한 기반암은 물이 스며들기 어렵다. 따라서 지하수는 기반암 위의 모질물과 심토에 머물게 되는데, 지하수가 포함되어 있는 지층을 대수층(帶水層)이라고 한다.
 지열이 높은 화산 지대에는 노천 온천이 발달하기도 한다. 백두산 천지 주변에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온천이 여러 곳 있다. 그런데 화산섬인 제주도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온천이 딱 한 곳뿐이고 온도도 낮은 편에 속한다. 그러니 일반적인 지역에서 수십 미터 깊이의 대수층은 온도 미달로 온천이 되기 어렵다. 따라서 단층과 같은 구조가 있어서 기반암이 깊은 곳까지 깨져있고 그 틈을 따라 지하수가 침투할 수 있어야 온천을 기대할 수 있다.
      
땅속은 왜 뜨거운 것일까?
 
 지구 중심부는 5000℃ 이상의 온도로 추정된다. 왜 뜨거운 것일까?
 지구 내부의 1차 열원은 중력 에너지이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지구는 작은 미행성들이 충돌 병합하여 성장했다. 지구 공전 궤도면에 개구리 알처럼 바글바글하던 미행성들이 원시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충돌 병합하는 데는 수천만 년이 걸렸다. 미행성들의 폭격은 지구의 표면 온도를 1천 도 이상으로 상승시켰다. 이후 지구 표면은 모두 녹아 마그마의 바다의 상태가 되었다.

2.-지구-내부의-열원.jpg

   
 마그마 바다가 형성되자 무거운 철과 니켈 성분은 지구 내부로 가라앉았다. 이 과정에서 중력에너지가 열에너지로 전환되었다. 철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암석 성분(규산염)의 마그마는 떠올라서 지각과 맨틀을 구성하게 되었다.
 지구를 조용히 달군 2차 열원은 돌멩이였다. 돌멩이, 즉 암석(巖石, Rocks)은 우라늄, 토륨과 같은 방사성 원소를 함유하고 있다. 방사성 원소는 서서히 붕괴하여 다른 원소로 변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열이 46억 년 동안 지구 내부의 온도를 5천 ℃ 이상으로 상승시켰다.

3.-지열의-축적.jpg

 지각에서 땅속 밖 지상으로 흘러나오는 나오는 열량은 1㎠ 면적에서 1초당 0.0000015㎈ 정도이다. 이는 태양 복사 에너지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라서 우리의 감각으로는 느낄 수가 없다. 지각에서 지표로 흘러나온 지각의 열은 우주로 방출된다. 덕분에 지표 근처는 생물이 살기에 적합한 온도를 유지한다. 그러나 지각에서 지구 안쪽으로 전달되는 열은 지구 내부에 쌓인다. 암석 속에 포함된 방사성 원소의 붕괴열로 인하여 내부 온도가 백만 년에 1℃씩만 상승해도 46억 년이 흐르면 지구 내부의 온도는 4600℃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방사능과 라돈
 방사성 원소가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반감기라고 한다. 질량수 238인 우라늄의 반감기는 약 45억 년이다. 그러므로 지구 탄생 초기에는 2배나 많은 우라늄이 지구 내부에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질량수 232 토륨의 반감기는 140억 년으로 우라늄보다 몇 배나 더 많이 들어 있고, 13억 년의 반감기를 가지는 질량수 40 칼륨의 양도 우라늄 못지않게 들어 있어서 지구 내부의 땔감은 아주 먼 미래에도 고갈되지 않을 것이다.
 온천수에는 라돈(Rn) 가스가 미량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자연 우라늄과 토륨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라듐(Rd)이 재차 라돈으로 붕괴하면서 발생한다. 라돈은 다시 붕괴하여 폴로늄(Po)으로 변하는데 반감기가 며칠 정도로 짧다. 퀴리 부인은 라듐 덩어리를 연구하다가 방사능을 발견했고, 이 때문에 혈액암에 걸려 사망했다. 라듐 발견 초기에는 유럽의 사업가들이 라듐을 만병통치 물질인 것처럼 광고하였고 화장품 등에 섞어서 떼돈을 벌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방사능 질환으로 숨지기도 했다고 역사는 전한다.
 라듐과 라돈 연구는 이처럼 위험해서 과학자들도 연구하기를 꺼린다. 라돈은 공기보다 7.5배나 무거운 기체로 목재가 아닌 흙이나 석재로 지은 건축물 내부에서 높은 측정치를 보이는 것으로 보도된다. 라돈은 폐암 사망 원인의 제1 물질인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질병 원인과 사망의 인과 관계를 밝히는 것은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정하기는 어렵다.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는 실내 환기를 자주 하는 것이 좋겠다.

 

신규진 ≪최고들의 이상한 과학책≫,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지구의 과학≫, ≪지구를 소개합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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