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topp 로고
칼럼진
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간절할 때 슈베르트 아베 마리아, 바빌로프 아베 마리아
입력 : 2020.10.03

저는 무신론자였습니다. 어릴 때 할머니 손을 잡고 절에 따라다니긴 했지만, 순전히 효도 차원이었지 불심이 있어서가 아니었어요.  그 나이 꼬맹이들에게 무슨 불심이 있겠습니까. 어릴 때는 뭘 몰라 아무 생각이 없었고, 어른이 돼서는 너무 생각이 많은 탓에 종교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주변에 교회를 다닌 친구들이 많았지만 특별한 동기가 없었기에 딱히 종교의 필요성도 의무감도 느끼지 않았어요. 게다가 나를 믿는 나신교 신자에, 삐딱한 20대의 시선을 가지고 있었던 저는 대체 신이란 존재가 있긴 한 건지 의문에 의문이 많은 인간이었습니다. 그랬던 접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독일 쾰른으로 유학을 갔고, 공부하며 머물렀던 쾰른이라는 도시에는 제2차 세계대전의 폭격에도 살아남았던 쾰른 성당(Koelener Dom)이 있습니다. 1987년에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높이 솟은 고딕 양식의 성당이며 언제나 공사 중인 성당입니다. 스페인 세비야 대성당과 이탈리아 밀라노 대성당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이 성당은 쾰른의 랜드마크고,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대부분 쾰른 돔을 만남의 장소로 정하며 그곳에서 만납니다. 돔을 보지 않고서는 쾰른이라는 도시를 제대로 만날 수 없을 정도예요.

쾰른에 머물렀던 동안 시도 때도 없이 그 앞을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성당의 종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가늠했죠. 하지만 한 번도 관광객 이상의 마음으로 그곳을 찾은 적은 없었습니다. 그냥 유명하다기에, 이 곳에 사는 이상 한 번은 와봐야겠다는 의무감에, 간혹은 한국에서 온 지인들을 안내하려고 그곳에 발을 디뎠을 뿐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대낮. 언제나처럼 쾰른 돔에서는 정오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습니다.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앞을 지나던 저는 뭐에 홀린 사람처럼 발길을 돌려 성당 안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오래된 가톨릭 신자 마냥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습니다. 알 수 없는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이건 뭐지? 그런 느낌이 처음이라 뭐라 설명할 수 없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세상에서 가장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했습니다. 졸업 시험을 앞두고 극도로 불안한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나 봅니다. 너무 힘든 시절이라 저도 모르게 그렇게 성당으로 발길이 옮겨진 것이라고 밖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기도할 때 들으면 좋을 아베 마리아

jo.jpg
2006년 파리에서 '아베마리아'를 부르는 조수미. 유튜브 화면 캡처

살면서 뭔가 중요한 일을 치를 때마다 간절한 마음이 듭니다. 인간으로서 어떻게 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일을 겪을 때마다 기도를 하게 되는데 이럴 때 꼭 듣고 싶은 두 곡의 아베 마리아를 소개합니다.

첫 번째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입니다. 슈베르트는 가곡의 왕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많은 가곡을 작곡했습니다. 겨울 되면 꼭 들어야 하는 <겨울 나그네>,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 그리고 <백조의 노래> 등 정말 많은 연가곡을 작곡했죠. 하지만 그런 노래 말고도 <자장가><들장미> 그리고 <세레나데> 같은 감미로운 곡도 많이 작곡했습니다. 

1797년에 태어나서 1828년에 죽었으니 정확히 31살 살았습니다. 천재는 한평생 쓸 에너지는 그렇게 한 번에 쏟아붓고 세상을 등졌습니다. 저의 31살을 생각해보면 마냥 어리기만 했던 것 같은데 슈베르트는 이미 그 나이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음악사에 어마어마한 업적을 남기고 말입니다. 일찍 죽었다니 슈베르트가 아주 불쌍해지는데요, 작곡가들도 신에게 빌고 싶은 것이 많았나 봅니다. 그랬을 거예요. 그들도 인간이니까요. 

이 곡은 슈베르트 작품번호 839번인데, 원래 제목은 엘렌의 세 번째 노래 (Ellens Gesang III, D. 839, Op. 52, No. 6’입니다. 프란츠 슈베르트가 월터 스콧의 서사시 호수의 연인을 가사로 하여 1825년 발표한 가곡인데, 앞부분에 아베 마리아라는 가사가 나오다 보니 그냥 <아베 마리아>로 알려지게 됐습니다. 작품이 정확히 정리되기 전엔 모든 성악곡의 제목은 가사의 처음 구절이었습니다. 호수의 연인 엘렌이 성모 마리아에게 드리는 기도 부분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했습니다. 본래 가사 대신 라틴어로 된 성모송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는데, 듣다 보면 종교와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이 됩니다. 

곡 시작하기 전에 들리는 반주도 잔잔하고 그 위에 얹어지는 멜로디도 듣기가 좋아요. 이 노래는 피아노 반주로도 부르고 오케스트라 반주로도 부르는데,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로 연주돼서 남자가 부르든 여자가 부르든 모두 듣기 좋습니다.

 특히 전 이 노래를 성악가 조수미의 목소리로 자주 듣습니다. 2006년 프랑스에서 했던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 버전입니다. 그때 조수미 선생님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듣고도 공연을 강행했는데, 공연 마지막 앙코르에 이 곡을 불렀습니다. 정말 신에게 아버지를 바치면서 간절히 노래하는 것 같았죠. 연주 영상을 보면 그 감정이 진심으로 전달됩니다. 개인적으로 그 영상을 보며 많이 울었습니다. 그녀에게도 그녀의 아버지에게도 슈베르트 아베 마리아가 참 위안이 됐으리라 믿습니다.

클래식에는 좋은 아베 마리아가 너무 많으니 한 곡 더 감상해볼까요? 블라디미르 바빌로프의 아베 마리아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라고 알고 있던 곡이죠.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 하고 말한 주인공, 기억나시나요? 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인기와 함께 이 음악도 전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역시 드라마나 영화에서 들은 음악들은 장면과 함께 봐서 그런지 기억을 잘하게 되죠. 워낙 드라마가 유명해서 이 음악을 <천국의 계단 OST>로 알고 계시는 분도 많은데, 원래 이 곡은 1925년부터 1973년까지 살았던 바로크 음악 연구가 블라디미르 바빌로프의 작품입니다.

 바빌로프가 무명이어서 옛날 작곡가 카치니의 이름을 빌어서 음반을 발표했다는 설과 바빌로프 친구가 이 곡을 카치니 것이라고 했다는 설이 있는데, 아무튼 중요한 것은 카치니의 작품이 아니라 바빌로프의 작품이라는 겁니다. 오랫동안 카치니로 알고 있었는데, 바빌로프한테 좀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드라마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분위기가 극적이어서 한번 들으면 쉬이 잊히지 않습니다. 라트비아 출신의 소프라노 이네사 갈란테가 멋지게 부르면서 더 많이 알려졌죠. 

살다가 기도가 필요한 순간에, 정말 절실해지는 순간에, 신의 도움이 필요한 날에 들으면 좋을 아베 마리아였습니다. 삶이 만만하진 않다는 것을 늦은 나이에 깨달았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들 때 아베 마리아를 들으면서 위로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유튜브 검색어- 슈베르트 아베마리아. 바빌로프 아베마리아

노래- 조수미

  

노래- 이네사 갈란테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