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시험 문제, 너 왜 반말해? 탐험대원 '하릅'의 언어탐험
입력 : 2020.09.08

다음은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 영역(나형)1번 문항 내용이다.

이 문항을 본 순간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묻고 싶다. 혹시 어디서 나한테 반말이야?’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가?

 

KakaoTalk_20200803_185631495.jpg
Ⓒ유튜브채널 '진용진'

 

지난 2, 인기 유튜버 진용진채널에서 시험 문제는 왜 말을 놓을까?’라는 주제의 영상을 게시한 적이 있다. 이 유튜버는 특히나 수학 문제의 ‘~의 값은?’이라는 표현을 지적하며 수학 강사와 연구원에게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자랑하는 이 영상 속 인물들과 댓글은 대부분 이 주제에 공감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초등학교 문제와 달리 고등학교 수학 문제가 반말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KakaoTalk_20200803_185631495_01.jpg

 

실제로 초등학교 시험 문제의 일부는 ‘~를 구해보세요’, ‘~를 구해봅시다와 같이 마무리된다. 반면 고등학교 시험 문제나, 수능 문제의 경우 ‘~의 값은?’ 또는 ‘~를 구하시오로 끝을 맺는다’.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를 근거로 시험 문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말을 놓는다고 받아들였다.

 따져보면 시험 문제는 우리에게 반말을 한 적이 없다. 초등학교 문제에 자주 등장하는 구해봅시다의 경우 상대 높임법 중에서도 아주 높임 표현에 해당한다. ‘구해보세요비격식체이자 두루 높임 표현이다. 반면 고등학교 주관식 문제의 구하시오예사 높임 표현으로 구해봅시다보다는 높임의 정도가 낮다. 그러나 구하시오는 반말이 아니라 높임 표현이다. 따라서 고등학교 문제가 말을 놓았다고 보기 어렵다.

아직 객관식 문제의 ‘~의 값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다. 사실 이 표현만 두고는 높임의 정도를 따질 수 없다. 문장을 서술어와 종결 어미로 온전히 끝맺어야 높임의 정도도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 값은?’만 보아서는 이 문장이 반말을 하는지, 존댓말을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문제의 내용을 이와 같이 짧게 끝내는 것은 문제 출제의 매뉴얼 중 하나로, 학생들에게 간결하고 정확하게 내용을 전하기 위함이다. 결코 출제자들이 학생들에게 무례함을 표시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다.

 

KakaoTalk_20200803_185631495_02.jpg

 

수능 시험 이전의 학력 고사, 본고사 시절을 돌이켜보면 되려 오늘날의 시험 문제가 높임 표현을 갖추었음을 알 수 있다. 본고사나 학력 고사 때에는 문어체로만 문제를 작성했으며 주관식의 경우 쓰라’, ‘구하라등의 표현으로 문장을 끝맺었다. 즉 이 당시 시험 문제는 상대 높임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오늘날 말을 놓았다고 평가되는 구하시오‘~의 값은?’은 사실 출제자와 수험자, 교육자와 피교육자라는 관계 사이에서 시험 문제를 어떻게 출제해야 적절할지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구어체와 문어체, 높임의 정도 등에 대한 잘못된 지식으로 인해 예의가 없다는 오해를 받은 시험 문제의 종결 표현! 어쩌면 수험자를 존중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릅(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이달의 인기기사

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