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제목은 모르지만 들어는 봤습니다 피아졸라 ‘리베르 탱고’
입력 : 2020.09.02

부에노스 아이레스. 부에노스 아이레스. 계속 읊조려보니 발음부터 입에서 쓱~ 하고 미끄러지는 느낌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좋은 공기라는 뜻을 지닌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결혼 전 탱고를 막 배우기 시작한 제 마음을 울렁이게 했습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골목에서 흘러나오는 끈적끈적하면서도 왠지 구슬프고 처연하게 들리는 탱고 음악이 참 좋았습니다.

꼭 가 보리라 결심하고 비행기 편을 알아보는데, 서울에서는 직항도 없고 경유지를 거쳐 대략 27시간을 타고 가야 했습니다. ‘비행공포증이 있는 저로서는 포기해야만 했죠. 하지만 지금도 마음 한편은 우수에 젖은 반도네온 소리에 맞춰 몸을 흔드는 무희들과 좋은 공기가 그립습니다. 언젠가는 꼭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태어난 아르헨티나에 가서 리베르 탱고를 듣고 싶습니다.

열정과 낭만이 가득한 아르헨티나. 여러분은 아르헨티나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일단 축구, 마라도나, 스테이크, 말벡 와인, <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를 불렀던 에비타. 이런 단어들이 생각나지 않나요? 이렇게 아르헨티나 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대부분 열정과 낭만이 가득한 것입니다.

 저는 음악가 입장에서 제일 먼저 탱고가 떠오르는데요, 춤이란 건 음악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입니다. 누군가 말하기를 음악은 춤의 하느님이라고 하더군요. 생각해보면 음악이 어떤 곡이냐에 따라 추는 춤도 달라지니까 그 말이 맞습니다

 

20181017_224746.png
영화 <여인의 향기>

탱고는 쿠바의 아바네라 음악이 아르헨티나로 유입이 되면서 변형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둘 다 악센트가 있는 2/4 박자 계통의 음악이죠.

 유럽과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위치해 있는 아르헨티나에는 아르헨티나 드림을 꿈꾸면서 이민 왔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주로 남자들만 이민을 왔는데요, 사람들은 부둣가에서 하루 일을 마치고 저 멀리 가족을 그리워하며 향수를 달랬습니다. 하지만 남자인지라 그리고 인간인지라 육체의 외로움을 달랠 그 무엇이 필요했었죠. 그래서 홍등가를 찾는데, 거기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남자들끼리 췄던 춤이 탱고의 처음입니다.

 사람들은 탱고를 남녀가 붙어 달짝지근한 느낌으로 추는 그저 그런 춤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탱고는 남자들끼리 추던 춤으로 이방인의 외로움을 달래 주는 정신적 치료제였습니다. 남자들끼리 췄던 춤이 남녀가 추는 춤으로 바뀌고 차츰 가사가 붙은 노래로 그리고 악기로 연주하는 기악곡으로 발전된 것입니다.

탱고 하면 생각나는 영화, 다들 머리에 떠오르시죠? 영화는 못 봤어도 이 장면만큼은 워낙 유명해서 기억이 나실 겁니다. 시각장애인인 중년의 알 파치노가 젊은 미모의 여인과 멋지게 춤을 추던 그 영화 여인의 향기입니다.

 결정적인 그 장면에 흘렀던 멜로디 또한 유명한데, 이 곡이 바로 간발의 차이로입니다. 이 음악을 들으면 왠지 춤을 추고 싶습니다. 원래 이 곡은 탱고의 신이라고 불리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가수 겸 작곡가 카를로스 카르델의 작품인데요, 영화 탱고 바(1935)’를 위해 작곡된 곡입니다. 

이 곡 말고도 유명한 탱고가 바로 오늘 소개할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탱고에 대한 첫인상은 좋지 않았습니다. 그저 뒷골목의 끈적한 음악으로 여겨지며 늙수그레한 아저씨들의 반짝이 옷이 생각나는 음악이었죠.

 처음에 탱고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서민의 음악이었습니다. 서민들의 문화적 향유물이었던 탱고가 무대 위의 클래식이 되기까지 무한한 노력을 했던 사람이 바로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입니다

 

commonBQBD9TXI.jpg
아스토르 피아졸라.

 

카르델이 탱고의 신이라면 피아졸라는 누에보 탱고의 신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누에보>란 새로운 이라는 뜻입니다. 그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클럽이나 뒷골목에서 남녀가 자유롭게 추던 탱고를 클래식과 융합해서 누에보 탱고라는 장르를 개척하죠. 탱고를 예술적 지위까지 점진적으로 그려낸 장본인이에요.

 피아졸라의 작품 중에서는 리베르 탱고가 가장 유명한데, 이 곡 역시 따로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아이들도 다 알만큼 멜로디가 익숙하고, 개그 프로그램에도 자주 흘렀던 음악입니다. <리베르 탱고>란 자유의 탱고라는 뜻으로 음악이 밀고 당기고 하는 게 정말 자유롭습니다.

곡의 길이가 대부분 3분을 넘지 않는 탱고는 짧고 강렬한 인상만큼이나 3분 안에 상대의 마음을 끌어내는 매력이 있습니다. 3분의 떨림으로 평생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다면, 탱고야말로 그 어떤 예술보다도 훨씬 강력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탱고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악기, 반도네온입니다. 탱고를 연주하기에 가장 적합한 악기죠. 악기 자체의 음색이 아주 섹시하면서도 매력적입니다. 반도네온은 얼핏 보면 우리가 자주 봤던 아코디언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오른쪽의 멜로디를 연주하는 부분입니다. 반도네온은 버튼이고, 대부분의 아코디언은 건반으로 되어 있습니다. 연주하기에는 양쪽 모두 동그란 버튼이 있는 반도네온이 훨씬 어렵습니다. 손가락의 힘이 훨씬 많이 들어가고 버튼이 세 줄로 구성되어 손가락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리베르 탱고를 들으면서 몸을 가만히 두기란 여간 어렵습니다. 제목은 모르지만 음악은 많이 들어봤던 리베르 탱고. 무대에서 탱고를 추는 여인들을 보면 장미꽃이라도 한송이 선물하고 싶어 져요.

 탱고의 드레스 코드가 블랙이나 레드라고 하는데, 기분도 꿀꿀하고 몸을 좀 움직이고 싶을 때 이런 색의 옷 한 번 입고 탱고 한 곡 어떠세요? 춤을 잘 못춰도 막 들썩여 보자고요. 정말 제대로 배워보고도 싶네요. 음악이란 몸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 맞습니다.

 


탱고 춤과 함께

반도네온 고상지

영화 <여인의 향기> 중에서 알 파치노 탱고 장면, 여인의 향기(1993, Scent of a Woman)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이달의 인기기사

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