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리스트 사랑의 꿈 No.3 - S. 541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
입력 : 2020.08.13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나온 이 대사가 대유행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직접 본 적이 없어도 이 문장만큼은 사람들의 입에서 자주 오르내려 알게 됐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 사는 데 사랑이 빠지면 할 말이 없습니다. 모든 것이 사랑이에요. 이렇게 생각하면 사랑은 죄도 아닐뿐더러, 사랑에 빠진 것도 죄는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사랑이냐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내로남불’이라는 재미난 말도 있더군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나요? 사랑에는 입장 차이라는 변수가 있습니다. 누구는 사랑에 빠져 세상 행복하지만, 그 사랑 때문에 마음이 찢어지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

20200330_163254_6110.jpg
드라마 <부부의 세계>. ⓒJTBC

음악사에서 내로남불의 주인공들이 몇 명 있습니다. 낭만주의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도 그중 한 명입니다. 매번 남편이 있는 여인을 사랑했으니까요. 물론 이 잘못된 사랑 하나만으로 리스트를 매도해선 절대 안 됩니다. 그러기엔 그가 음악사에서 남긴 위대한 업적들이 너무 많아요. 살아보니 다 별것 아니더라, 하는 생각이 들었던 리스트도 마지막엔 모든 잘못을 뉘우치며 수도자의 길을 걷습니다.

프란츠 리스트(1811~1886). 헝가리 태생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입니다. 대혜성이 등장한 1811년 정말 그는 혜성처럼 우리 곁에 등장합니다. 지금은 오스트리아 영토지만 당시에는 헝가리 영토였던 라이딩에서 태어난 리스트는 일찍부터 음악가였던 아버지에게 음악을 배웁니다. 음악 영재의 자질을 보였던 리스트였기에 아버지도 제2의 모차르트를 만들어 보려고 애를 씁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음악적인 행보를 위해 하던 일을 접고 오스트리아 수도 빈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모차르트의 라이벌로 유명한 이탈리아 작곡가 안토니오 살리에리 선생에게 작곡을 배웁니다. 그리고 평생을 스승으로 섬긴 칼 체르니에게 피아노를 배우죠. 칼 체르니는 우리가 피아노 학원에서 배웠던 어려운 테크닉 교본의 주인공 바로 그 사람입니다.

빈에서 유명해진 리스트는 파리, 런던 등으로 유럽 순회연주를 다녔고 파리에 정착해서 살아갑니다. 한 살 차이 나는 프레데리크 쇼팽(1810~1849, 폴란드)과 거의 비슷한 행보죠. 고국을 떠나 빈에 들렀다가 마지막에는 파리에 정착해서 음악적인 업적을 쌓아가는 두 사람. 나이도 비슷하고 분야도 비슷하니 여러모로 비교가 되지만,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사랑밖에 난 몰라

shutterstock_395497681.jpg
ⓒshutterstock

리스트의 인생은 사랑이라는 단어가 없다면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일찍부터 아버지의 극진한 사랑 속에 음악적 재능을 키웠던 그는, 항상 옆에서 자신의 음악적 삶을 보살펴 주던 아버지의 이른 죽음으로(1827년, 리스트의 나이 16세) 방황을 합니다. 부모의 죽음은 언제나 슬픈 상처로 남습니다. 그래서 그는 사랑에 더욱 목말랐는지도 모릅니다. 이 곡이 작곡될 무렵 리스트는 사랑의 폭풍에 휩싸인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헝가리에서 태어났지만 예술적 성공을 위해 파리 사교계로 진출한 그는 그곳에서 운명 같은 연인 마리 다구 백작부인을 만납니다. 그녀는 파리 사교계의 힘 있는 여주인이었습니다. 마리는 처음 리스트를 본 순간부터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마른 몸과 창백한 얼굴의 리스트에겐 예술가에게 느껴지는 알 수 없는 특별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나의 하나뿐인 생명이며 나의 소원이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운입니다.”라고 말했던 리스트. 23살의 용감하고 패기 넘친 리스트에게 반한 그녀는 리스트보다 6살 연상이며 이미 남편과 아이가 있는 유부녀였지만, 뜨거운 사랑의 화염을 이기지 못하고 그와 함께 스위스 바젤(Basel)로 떠납니다. 가정까지 버리며 모든 것을 걸고 선택했던 그 둘의 사랑. 인간의 사랑은 진정 영원하지 않은 걸까요? 처음의 뜨거운 사랑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둘은 서로에게 지쳐가기 시작했습니다. 1844년. 그 둘의 사랑은 세 명의 아이를 남긴 채 이별로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마리 다구 백작부인과는 그렇게 헤어졌지만 그는 여전히 사랑을 합니다. 마리 다구 백작부인과 헤어진 3년 후 리스트는 운명의 두 번째 여인을 만납니다. 역시 유부녀로 러시아의 키예프 연주 때 만났던 카롤리네 폰 자인 비트겐 후작 부인입니다. 그녀는 남편을 버리고 멀리 독일의 바이마르까지 리스트를 찾아옵니다. 그 둘 또한 사랑을 하게 되고 그녀는 남편과의 이혼소송을 시도하지만 끝내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이혼을 허락받지 못해 결혼에 이르지는 못합니다. 이 시기에 리스트가 작곡한 곡이 바로 가곡 ‘사랑의 꿈’입니다.

사랑의 꿈은 모두 3곡으로 각각 1,2 번째 곡은 시인 울란트의 시에 세 번째 곡은 시인 프라일리히라트의 시에 곡을 붙인 것입니다. 1번은 <고귀한 사랑-1849년 작곡> 2번은 <가장 행복한 죽음> 3번은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입니다. 그중 가장 늦게 작곡된 세 번째 곡만 ‘사랑의 꿈’으로 불리며 자주 연주되는데, 한 남자와 두 여자 사이의 사랑 속에서 아름다운 곡은 탄생하게 된 겁니다. 정말 사랑할 수 있는 한 계속 사랑을 했던 리스트였습니다.

shutterstock_790383958.jpg
ⓒshutterstock

피아니스트지만 작곡에도 능통했고, 관현악곡을 피아노 위에서 연주할 수 있도록 피아노곡으로 편곡하기도 했으며, 교향곡과는 달리 단악장으로 이루어진 교향시라는 장르를 개척한 리스트.

성악, 기악, 독주, 합주 등 여러 장르, 여러 사람이 합해져서 연주되던 혼잡스럽고 어수선한 연주회를 오로지 한 연주자에게만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도록 개인 독주회를 기획해서 많은 대중들 앞에서 연주했습니다. 나 혼자 연주하는 콘서트인 거죠. 그리고 그런 기획 연주를 통해 돈도 꽤 벌었던 사람입니다.

또한 이전까지 작곡가들이 악보를 보며 연주했던 관습을 깨고, 최초로 암보 연주를 하는 연주회를 선보였습니다. ‘암기하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에서 탄생한 ‘리사이틀’이라는 단어를 선보인 것도 리스트입니다. 여러분들이 음악회에 가서 보는 프로그램 중에 ‘~ 리사이틀’이라고 하는 음악회의 형태가 대부분 1인 연주자가 꾸미는 형식입니다. 물론 몇 명이 더 추가되어 함께 연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한 사람을 중심으로 그 사람의 연주를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보통 ‘리사이틀’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아무튼 최초 암보연주, 최초 1인 단독 콘서트, 최초 교향시 작곡 등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피아노 실력이며 무대 퍼포먼스도 최고였고, 여자의 마음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언변술과 세련된 매너까지 정말 우주 최강 음악가였던 리스트입니다.

사랑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사랑했고,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었을 리스트의 곡 감상해 보시죠. 아참! 이번 영상은 특별히 일본의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노부유키 츠지의 연주로 준비했습니다. 건반이 보이지도 않는데, 오로지 손에 느껴지는 건반의 감각만으로 음을 찾아내는 그는 누구보다도 피아노를 사랑하는 피아니스트입니다. 2009년 손열음 씨가 2위를 했던 반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큰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천재 피아니스트입니다.


유튜브 검색어 - 리스트 사랑의 꿈 S.541 중 No.3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
피아노- 노부유키 츠지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이달의 인기기사

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