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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는지 몰라 헤매고 있을 때 힘이 된 음악 아르보 페르트 ‘거울 속의 거울’
입력 : 2020.08.07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god ‘길’ 중에서 -


얼마 전 <비긴어게인>이라는 버스킹 프로그램에서 20년 전 노래를 소환해서 들었습니다. 다른 일을 하느라 그저 배경음악으로 틀었을 뿐인데, 하던 일을 멈추고 시선을 고정하게 되더군요. god가 불렀던 ‘길’이란 노래였습니다. 노래를 부르던 가수들이 모두들 눈가에 눈물을 조금씩 머금었고, 그중 한 명의 가수는 감정이 복받쳤는지 자기 파트를 놓치기까지 했습니다. 그 노래를 함께 듣고 있던 관중들도 눈물 흘리는 장면이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모두들 같은 마음이었겠지요. 다들 자신이 제대로 길을 가는지 의심스럽고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이 있었기에 그 노래에 눈물을 흘렸을 겁니다. 저 역시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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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어게인> 출연자들이 god '길'을 부르는 모습 ⓒJTBC

20년 전 한참 인생의 갈림길에서 헤매고 있을 때 이 노래를 처음 들었습니다. 지금도 방황하고 흔들리는 건 매 한 가지지만 그땐 지금보다 훨씬 어리고 여렸기에 더 많이 휘청거렸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제대로 가고 있긴 한 건지, 그 길의 끝엔 뭐가 있는 건지, 정말 길의 끝에 도착하면 내가 웃을 수 있을지 한없이 불안했죠. 불안의 정확한 이유를 모를 땐 자기를 둘러볼 시간이 훨씬 많이 필요합니다. 막무가내로 달리기만 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니까요.

이왕 이렇게 됐으니 잠시 앉아 마음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가고 있고, 가고 싶어 하는 이 길이 맞는지, 과연 난 잘 살고 있는지, 난 누군지, 앞으로 어떻게 살 건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거의 명상을 하고 싶은 지점까지 도달하자 이런 순간에 딱 어울리는 클래식도 한 곡 재생시켜봅니다.

묵직한 울림으로 나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곡. 아르보 페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입니다. 제목에 ‘거울’이란 단어가 들어가니 당연히 들여다보는 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거울 속에 또 거울이 있습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도 중요하지만 그 거울 속에 비치는 내 모습 안에 있는 마음을 거울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묵직한 힘을 갖고 있는 음악

클래식에는 유난히도 묵직한 힘을 갖고 있는 음악이 많은데, 이 곡은 그 힘이 더합니다. 톤은 낮췄고 속도는 느렸지만 저력과 내공이 느껴지는 음악입니다. 점점 빨라지고 강렬해지는 음악 속에서 이런 음악을 들으면 낯선 신세계를 만난 기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음악이 저에게 위로를 건네는 것 같기도 하고, 힘을 전해주는 듯하기도 했어요. 원래 이 곡은 바이올린과 피아노로 작곡되었는데, 요즘은 첼로로도 훨씬 많이 연주됩니다. 10분정도로 짧게 연주되지만 긴 울림이 있는 곡이에요.

아직 생존해 있는 작곡가 아르보 페르트입니다. 그는 발트 3국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 출신의 작곡가입니다. 에스토니아는 유럽이지만 우리에게 낯선 국가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페르트라는 이름도 생소하지요. 아르보 페르트는 굉장히 수도자처럼 생겼습니다. 손에 들고 있는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는 사진도 볼 수 있는데요, 바로 종입니다. 페르트는 굉장히 신령스러운 느낌을 주는 이 종소리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 작곡합니다. 이 곡은 그의 작품집 ‘엘리나’에 수록되어 있는 곡인데요 틴틴나불리 기법으로 작곡되었습니다.

틴틴나불리란 종소리라는 뜻의 라틴어 복수인데요. 음악을 듣고 있으면 우리나라 절에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를 듣는 듯 경이로운 느낌이 듭니다. 절에서 느끼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아주 감동이잖아요. 현대 음악은 무조건 불협화음으로 가득한 시끄러운 음악일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예상과는 정반대로 아주 단순한 몇 음을 가지고 굉장히 매력적인 음악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페르트는 클래식 작곡가이지만 영화 음악에도 많은 관심이 있어, 영화 <어바웃 타임>에도 수록되었습니다.

지금 잘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몰라 헤매고 있을 때 힘이 되던 음악 두 곡 소개해 봤습니다. 우리 헤매고 방황하더라고 계속 자신의 길을 찾아 걸어가도록 해요. 그 길의 끝에 서서 환하게 웃을 수 있게 말입니다.


아르보 페르트 ‘거울 속의 거울’ (Spiegel im spiegel)

<비긴 어게인> ‘길’ (원곡 god)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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