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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팬데믹→세계적 유행, 드라이브 스루→? 탐험대원 '느루'의 언어탐험
입력 : 2020.07.28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관련 소식들이 자주 보도되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와 관련된 외래어 표현들에 대한 우리말 순화 표현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많아졌다. '코호트 격리'는 '동일 집단 격리'로, '드라이브 스루'는 '승차 진료소'로, '팬데믹'은 '세계적 유행'으로 보다 이해하기 쉽게 바뀌었다. 이제는 뉴스에서도 기존의 표현보다 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바뀐 표현들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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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외국어를 그대로 들여와서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을 우리말로 더 자연스럽게 바꾸고자 하는 노력은 예전부터 있었다. 국립국어원 다듬은말 누리집에서는 1977년부터 2002년까지의 순화어를 종합한 2003 국어 순화 자료집 합본과 2004년부터 우리말 다듬기 누리집에서 다듬은 말을 제시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코호트 격리, 드라이브 스루, 팬데믹의 순화 표현도 이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드라이브 스루를 검색하면 최근 자주 쓰이는 승차 진료소가 아니라 2014년에 이미 승차 구매 혹은 승차 구매점으로 순화되었다고 나온다. 드라이브 스루는 원래 차에 탄 채로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에서 온 것으로 처음 순화 표현을 만들 때만 해도 상점의 의미만을 가졌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점차 차에 탄 채로 진료를 보거나 책을 대출하거나 팬사인회를 하는 등 점차 그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승차 진료소처럼 매번 새로운 순화 표현을 추가하는 대신에 드라이브 스루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순화 표현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드라이브 스루처럼 하나의 순화 표현으로 그 의미를 다 담기가 어려운 경우에도 우리말로 무리해서 순화하고자 할 필요가 있을지에 대해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물론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외래어 표현은 우리말로 바꿀 필요가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카메오를 깜짝 출연으로, 언박싱을 개봉기로, 레시피를 조리법으로 바꾼 경우다. 이 단어들은 순화 표현이 원단어의 의미를 잘 담고 있으면서도 우리말에 맞게 잘 바꾸어 바뀐 단어가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는 경우이다. 또한 오티피, 키스 앤드 라이드처럼 외래어 표현 자체의 의미가 이해하기 힘든 경우에 각각 일회용 비밀번호, 환승 정차 구역과 같이 바꾼 경우도 순화 표현의 성공적인 사례다. 이처럼 원단어의 의미를 순화 표현이 잘 담아낼 수 있거나 원단어 표현 자체가 우리말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순화 표현이 더욱 빛을 발한다. 이때는 순화 표현이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또 다른 문제를 갖고 있는 순화 표현도 존재한다. 텀블러를 통컵으로, 화이트 해커를 착한 해커로 바꾸었는데 순화 표현에도 또다시 컵과 해커라는 외래어가 표현된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스펙을 공인자격, 크리에이터를 광고창작자로 바꾸었는데 이들은 드라이브 스루와 비슷한 문제가 있다. 우리는 스펙을 공인자격의 의미를 넘어 그 사람이 했던 모든 활동을 전반적으로 가리킬 때 주로 사용한다. 그리고 크리에이터는 광고뿐만이 아니라 사진, 디자인, 1인 방송 등 보다 다양한 예술 분야 종사자를 가리킬 때 사용한다. 크리에이터라는 말 자체도 창작자라는 의미를 가지기에 이를 광고에만 국한시켜 순화시키는 것은 그 단어의 원래 뜻을 다 표현한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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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외래어 표현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 언어만으로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다 표현할 수 없기에 외국어 표현을 빌려 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하게 외래어 표현을 쓰는 것은 오히려 의사소통을 해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순화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데 순화 표현에 다시 외래어나 외국어가 포함되지는 않는지, 바꾼 단어가 원래 외국어의 의미를 잘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 어떤 표현으로 바꾸어 말하는 것이 적절할지 우리 모두의 관심과 토의가 활발해지기를 바라본다.

느루(필명)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 17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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