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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진의 지구를 소개합니다
광활한 우주의 창백한 푸른 점, 지구는 어떤 곳일까요? 지구는 생물권, 기권, 지권, 수권이 상호 작용하는 동시에 우주 외계와도 역동적으로 작용하는 시스템입니다. 일상에서 발견되는 지구의 다양한 현상들을 교과서의 표준 과학 용어를 사용해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이 글을 통해 지구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더욱 깊어지길 기대합니다.
지진에 관한 모든 지식 3편 지진파로 지구 내부를 들여다보기
입력 : 2020.07.23

관성의 법칙을 이용한 지진계

지진기록(kabar.kg0.jpg

그림 출처: kabar.kg
  지진계의 바늘 펜이 지그재그로 움직이면서 지진파의 진동을 기록하는 장면은 재난 영화에서 긴장감을 높이는 장치로 사용되기도 한다. 겉보기에는 분명히 바늘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록지가 진동하면서 지진 패턴이 기록된다. 펜은 가만히 있고 노트가 움직이면서 글씨를 쓰는 방식이다.
  지진계는 두 종류가 있다. 바늘이 수평 방향으로 움직이는 지진계를 수평동 지진계, 상하 방향으로 움직이는 지진계를 상하동 지진계라고 한다. 
 

지진계-원리.jpg

그림 출처: 《지구를 소개합니다》 우리교육
 
  지진계는 바닥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땅과 건물이 흔들리면 지진계 장치도 함께 진동한다. 그러나 펜이 달린 무거운 관성추는 베어링 와이어 줄이나 진동을 상쇄하는 부드러운 스프링에 매달려 있어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관성의 법칙에 따라 정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사람도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상태에서는 지진계와 같은 패턴으로 진동한다. 따라서 진동하고 있는 물체는 정지한 것으로, 정지하고 있는 물체는 진동하는 것으로 보이는 착시 현상이 생긴다.
  과거에는 원통형의 기록지에 철필이나 잉크로 지진을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전자기 유도를 이용한 디지털 방식의 지진계도 사용되고 있다.

지진파로 지구 내부를 들여다보기
  지진파의 세 유형인 P파 S파 L파의 전달 방식은 〈지진에 관한 모든 지식 1편〉에서 살펴본 바 있다. 
  P파와 S파는 지구 내부로 전달되어 지구 반대편까지 전달되는 파동이기 때문에 실체파(Body wave)라고 하고, L파는 지구의 껍데기 수 킬로미터 이내의 표면으로만 전달되는 파동이기 때문에 표면파(surface wave)라고 한다.
 

지진파-정리.jpg

 
  P파와 S파는 지구 중심 방향으로 전파되므로 이를 분석하면 지구 내부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지진파의 어떤 특성이 그러한 분석을 가능하게 할까?
  파동은 성질이 다른 매질을 통과할 때 속력이 변하고 굴절 또는 반사하는 특성이 있다. 지진파도 마찬가지다. 지구 내부가 양파껍질처럼 여러 겹의 층으로 되어 있다면 층의 경계면에서 지진파는 굴절 또는 반사하여 방향이 바뀌고 속력도 달라질 것이다. 또한 지진파의 P파는 고체, 액체, 기체인 매질을 따라 전달되지만, S파는 고체만 전달되기 때문에 지구 내부의 물질 특성을 알아내는 데 귀한 정보를 제공한다.
  지진파 연구로 알아낸 지구의 내부는 달걀과 같은 구조였다. 달걀 껍데기는 지각(crust), 흰자는 맨틀(mantle), 노른자는 핵(core)에 비유할 수 있다. 노른자인 핵은 외핵(outer core)과 내핵(inner core)으로 구분되는데, 외핵은 액체이고 내핵은 고체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구-내부-구조.jpg


지각과 맨틀의 경계는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1909년 유고슬라비아의 지진학자 noname01.jpg모호로비치치(Andrija Mohorovičić, 1857~1936)는 지각 아래 수~수십 킬로미터 부근에서 지진파의 속도가 크게 변하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지진파의 속력이 변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아냈을까?
 거리에 따른 지진파의 도착 시간을 표현한 그래프를 주시곡선(주행 거리-시간의 곡선)이라고 한다. 지구 내부가 균질하다면 P파의 주시곡선은 그림A와 같이 거리에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noname02.jpg

 그러나 성질이 다른 층이 있다면 지진파는 속력이 변할 것이고 주시곡선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림B 지진파의 주시곡선은 중간 부분이 꺾여 있다. 주시곡선이 꺾인 구간부터는 예상한 시간보다 지진파가 빨리 도착했음을 의미한다.
  A라는 지하철역 지상 입구에서 두 사람이 출발하여 B, C, D라는 지하철역 지상 입구까지 가는 데에 걸리는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한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 한 사람은 지하철을 이용하여 이동한다
 

자전거와-지하철.jpg

 
  A역과 B역은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B역에 먼저 도착한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간 사람이었다. C역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간 사람과 지하철을 이용한 사람이 동시에 도착했다. 출발지 A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D역에 먼저 도착한 사람은 지하철을 이용한 사람이었다.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가, 먼 거리인 경우에는 지하철이 더 빠른 것이다.
  지진파의 도착 시간도 이와 같은 원리가 적용될 수 있다. 지진이 발생한 지점에서 가까운 지역은 지각을 통과한 지진파가 먼저 도착하고, 먼 거리에 있는 지역은 맨틀을 통과한 지진파가 먼저 도착하는 것이다.
 맨틀에서 지진파의 속력이 빨라지는 이유는 맨틀을 구성하는 암석이 고밀도로 압축되어 탄성률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공기 중에서보다 물속에서 음파의 속력이 더 빨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림407-지각과-맨틀-지진파.jpg


  지각과 맨틀의 경계면을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 또는 줄임말로 ‘모호면’이라고 한다.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의 깊이는 대륙에서 평균 30~65킬로미터, 해양에서는 5~7킬로미터로 관측되었다. 이는 대륙 지각에 비해 해양 지각의 두께가 훨씬 얇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륙 지각과 해양 지각은 두께도 다르고, 구성 암석과 밀도도 다르다. 대륙 지각은 화강암질 암석으로 밀도는 약 2.7g/㎤이며, 해양 지각은 현무암질 암석으로 밀도는 약 3.0g/㎤ 정도이다.
  맨틀은 어떤 암석으로 되어 있을까? 맨틀의 물질이 궁금했던 과학자들은 맨틀까지 땅을 뚫는 모홀 계획(Mohole project)을 추진했으나,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 맨틀의 암석을 어떤 방법으로 알아낼 수 있을까? 화산 폭발 때 흘러나오는 용암은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용암은 암석이 녹은 뜨거운 액체이므로 이를 연구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용암을 식혀서 분석하면 대략적인 화학 성분은 짐작할 수 있겠지만, 원래의 암석 형태를 재구성할 수는 없다.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을 섞어서 녹인 후 식히면 원상태로 돌아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지구 내부에서 올라오는 용암 속에는 드물게 맨틀의 암석이 녹지 않은 채 덩어리로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덩어리를 ‘포획암(xenolith)’이라고 한다.
  아래 그림은 맨틀 포획암의 사진이다. 초록색을 띠는 덩어리는 감람암(peridotite)이다. 감람암은 감람석(olivine)과 휘석(pyroxene)이라는 광물의 조합으로 형성된 암석이다. 감람(橄欖)은 올리브(olive) 나무를 뜻하는데, 이는 광물의 초록빛 색깔이 올리브 나무를 닮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noname03.jpg noname04.jpg
맨틀 포획암(이화여대자연사박물관, 왼쪽)과 감람석 포획암(picssr.com. by James St. John)

맨틀과 핵의 경계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
  1914년, 독일 태생의 미국 지진학자 noname05.jpg구텐베르크(Beno Gutenberg, 1889~1960)는 지진파 데이터를 분석하여 지구 내부 2,900킬로미터 부근에 지진파 속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액체의 핵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떤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진파는 지구 전체로 퍼져나간다. 지진이 발생한 진앙 지점을 0°라고 잡으면, 지구 반대편은 180° 지역이 된다. 예민한 지진계는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제법 큰 규모의 지진을 감지한다. 그런데 진앙으로부터 각거리 103°~143° 지역은 지진파가 도착하지 않으며, 143°~180° 지역은 P파만 전달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지구 내부에 물질의 상태가 크게 달라지는 경계면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파동은 매질의 경계면에서 굴절하거나 반사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구 내부가 균질한 상태였다면 지진파가 지구 전체에 골고루 전달되어 나타났을 것이다.
  진앙으로부터 각거리 103°~143° 지역을 지진파의 암영대(shadow zone)라고 한다. 구텐베르크는 지진파의 암영대가 나타나는 사실로부터 맨틀과 핵의 경계를 설정하였고, 지구 반대편으로는 S파가 전달되지 않고 P파만 전달되므로 핵의 상태는 액체일 것으로 추정하였다. 
 

암영대.jpg


액체 상태인 외핵 내부에는 고체 상태의 내핵이 있다
  1936년, 덴마크의 지진학자 noname06.jpg잉에 레만(Inge Lehmann, 1888~1993)은 이전까지 액체 상태로만 알려져 있던 핵의 내부에 고체 상태의 핵이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논문(제목: P')을 발표했다.
  이는 핵의 중심부를 통과한 P파의 전파 속도가 이론적인 예상치보다 빨랐기 때문에 도달한 결론이었다. 액체로 된 핵의 내부에 고체로 된 내핵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못했던 놀라운 발상이었다. 그는 맨틀에서 10km/s의 속도로 전파되던 P파가, 액체인 외핵에서는 8km/s로 급격히 감소하고, 내핵에서는 8.6km/s로 증가할 것으로 계산하여 미해결 문제를 풀었다. 아울러 지진파의 암영대(103°~143°) 범위에 해당하는 부분에도 내핵의 표면에서 반사한 P파가 도착할 것으로 보았다.
  레만의 이론은 이후 20년 동안 과학자들의 검증을 거쳐서 확실한 것으로 판명되었고, 핵은 외핵(Outer core)과 내핵(Inner Core)으로 분리되었다.
  오늘날의 교과서는 S파의 암영대를 진앙으로부터 각거리 103° 이상인 지역, P파의 암영대를 103°~143°지역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암영대 내 110° 부근에는 내핵에서 반사된 약한 P파가 관측되는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지진파-연구2.jpg

Lehmann의 데이터로 그린 지진파 전달 경로 Strobach(1983)
지진파의 전파 경로가 직선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 지구 내부의 층은 양파처럼 겹겹이 밀도가 변화하기 때문에 지진파의 전파 경로는 오른쪽의 작은 그림처럼 곡선의 형태가 된다. 
지구의 반지름(r₀) 6370km, 외핵 반지름 5/9·r₀, 내핵 반지름 8/10·r₀sin16°
그림 출처: Harvard.edu

 

신규진 ≪최고들의 이상한 과학책≫,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지구의 과학≫, ≪지구를 소개합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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