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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각자의 ‘오퍼스 원’(Op.1)이 있습니다 슈만 아베크 변주곡 op.1
입력 : 2020.07.22

누구에게나 처음의 의미는 각별하죠. 첫사랑, 첫 만남, 첫 책, 첫 마라톤, 첫눈, 첫 출근, 첫 아이, 첫 작품. 모든 명사에 ‘첫’이라는 접두사가 붙으면 의미가 각별해집니다. 작가에게는 첫 책이, 작곡가에게는 첫 작품이 굉장히 소중하죠. 어설프고 서툴러도 그때의 처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지금이 있습니다. 저도 제가 처음 쓴 책을 보면 고개 들기 부끄럽고 웃음이 나오지만 그래도 그 책은 언제나 보물입니다. 작곡가들의 첫 작품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클래식에서 출판된 순서대로 작품을 정리한 것을 ‘작품번호’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Op라고 표기합니다. Op는 작품이란 뜻을 지닌 라틴어 ‘opus’의 약자예요. 독일 낭만주의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에게도 어설프고 서툴지만 설렜던 op.1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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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스톡

1829년 19살의 슈만은 당대 유명한 교육자인 비크 선생에게서 피아노를 배우면서, 1830년 20살에 자신의 첫 작품 ‘아베크 변주곡’을 발표합니다. 그전에도 습작으로 몇 곡을 작곡하긴 했지만 정식으로 출판을 한 곡은 이 ‘아베크 변주곡’이 처음입니다. 아베크 변주곡(op.1)의 주인공이 바로 무도회에서 만난 첫사랑 여인 메타 아베크(Meta Abegg)예요.

슈만의 작품은 유난히 제목이 붙은 표제음악(programm music)이 많은데, 제목이 있어 기억하기가 더 쉽습니다. 첫사랑 이름을 붙인 이 곡에서부터 음악 속 숨은 그림 찾기가 시작됩니다. 8분정도 되는 짧은 곡이지만, 전형적인 슈만의 작곡법이 드러납니다.

그녀의 이름을 그대로 따서 ‘ABEGG’(B는 독일어 ‘내림 시’ 음을 말하는데, B플랫 대신 B로 표기)라는 음계로 바뀌어서 라 시미 솔솔 이렇게 누르면 ‘아베크’라는 이름을 음악 안에서 찾을 수 있어요. 슈만 음악 속에는 그만의 음악 언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피아노 독주곡과 가곡이 많은데, 유난히 피아노를 사랑했던 그의 마음이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피아니스트가 아니라면 글 쓰는 작곡가로

슈만은 피아노를 아주 잘 연주하고 싶었습니다. 피아니스트로 많은 작품을 연주하고 또한 자신의 작품 역시 스스로 연주하며 발표했습니다. 1830년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연주를 처음 듣고 자신도 그렇게 멋진 연주자가 되고 싶어 무리하게 연습합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너무 무리하게 연습을 한 탓에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을 다쳐요. 네 번째 손가락은 가장 약한 손가락입니다. 게다가 세 번째 손가락과 네 번째 손가락은 근육이 붙어있어서 네 번째 손가락이 독립하기가 매우 어렵죠. 그런 네 번째 손가락을 독립시켜 보겠다고 무리했으니 탈이 날 수밖에요.

1832년 이 사건으로 슈만은 피아니스트 길을 접고 작곡가와 비평가로 활동을 합니다.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플로레스탄(Florestan)이나 조용하고 명상적인 성격의 오이제비우스(Eusebius), 중립적이고 이성적인 성격을 지닌 라로(Raro) 등의 필명을 썼어요. 손가락 부상에 좌절하지 않고 다른 모습으로 그의 음악세계를 펼치면서, 1834년 드디어 <음악신보(Die Neue Zeitschrift für Musik)>라는 음악 비평 잡지를 창간을 합니다. 음악가 중에 잡지를 발간하고 직접 편집장으로 글까지 쓰는 작곡가는 많지 않습니다. 이것 또한 그가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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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이 창간한 음악 비평 잡지 <음악신보(Die Neue Zeitschrift für Musik)>의 홈페이지

이 잡지는 지금까지도 발행되고 있는 독일의 유명한 음악잡지예요. 뭐든 금방 생겼다가 금방 사라지지 않고, 한 번 생기면 최대한 오랫동안 지속되는 독일 스타일이 보이는 부분입니다. 1834년 창간이니 거의 200년 역사죠.

슈만은 이 잡지를 10년 동안 운영하면서 쇼팽이나 브람스 등을 소개해서 음악계에서 인정을 받게 만듭니다. 폴란드 출신의 미소년 쇼팽을 음악계에 소개한 사람도, 고향 함부르크 선술집에서 피아노 반주로 연명하던 브람스를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소개한 사람도 모두 슈만입니다. 슈만이 40대 중반에 정신 착란을 보이기 전까진 그도 그만의 방식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줬어요.

 

우린 모두 각자의 op.1이 있습니다.

독일의 낭만주의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1810~1856, 독일)은 동독과 폴란드의 국경인 작센 지방의 츠비카우(Zwickau)에서 태어났습니다. 츠비카우는 라이프치히와 드레스덴 중간에 위치한 공업도시로, 유명한 자동차 폭스바겐의 공장이 있는 곳이라 자동차 마니아들은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죠. 부모님이 전문 음악가는 아니었지만 아버지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슈만(1773~1826, 독일)은 교양이 높은 서적상이었고 어머니 요한나 크리스티아나는 아마추어이면서도 노래를 잘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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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츠비카우의 모습 ⓒ셔터스톡

음악을 좋아하는 분위기. 가족 모두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집안의 분위기는 슈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아빠가 하는 서점은 슈만의 놀이터였습니다. 서점이 하루를 마치고 문을 닫으면 그곳은 온통 슈만의 독차지였죠. 13살엔 아버지가 책에 실을 글을 써보라고 했고, 출판할 책을 직접 편집도 해봅니다. 예비 편집장의 역할을 이미 시작한 거죠. 책을 좋아하면서 음악적 재능이 있는 그런 아이로 슈만은 성장합니다.

슈만은 유난히 독일 문학에 빠졌는데, 그의 문학적 우상이었던 장 폴 리히터 (1763~1825, 독일)를 좋아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그렇게 문학에 심취했던 그였기에, 이런 음악적 언어를 만들어 내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요.

작곡가로서 그가 세상에 처음으로 내놓은 op.1 아베크 변주곡. 20살 슈만은 그 당시 그의 감성을 담아 첫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아주 유명한 곡은 아니지만 그의 처음이 있었기에 우린 슈만을 알 수 있어요. 첫사랑을 담은 그의 첫 작품. 서툴고 어색하고 부족하지만 우리에게도 모두 각자의 소중한 op.1이 있습니다.

 

유튜브 검색어 - 슈만 아베크 변주곡 op.1

 


피아노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피아노 -랑랑

 

피아노 –스티아토슬라브 리히터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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