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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이승섭의 교육이 없는 나라
이승섭 교수는 학창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하던 모범생이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학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고, 카이스트 교수가 되어 우리나라의 과학영재들을 바라보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를 '교육이 없는 나라'라고 한다.
공부를 잘 하면 연구도 잘 하나요? 연구 중심 대학 카이스트는 이런 인재를 원한다
입력 : 2020.07.20
ⓒshutterstock

 필자의 학창 시절 어른들은 ‘공부를 잘 해야 나중에 성공한다’고 말씀하시면서, 한편으로는 ‘사회에서의 성공은 학창시절 성적과 큰 상관이 없다’라고도 하셨다. 서로 상반되는 가르침 속에서 학창시절 나름 공부를 잘했던 필자는 전자가 논리적이고 당연히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었지만,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오늘날 후자가 오히려 타당성이 높고 일반적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사회생활과 동떨어진 우리의 교육 내용을 고려할 때, 후자의 논리적 타당성은 앞으로 사회가 다변화되고 변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더욱 높아질 것 같다. 혹자는 다른 분야들에 비해 학계의 경우 전자의 논리에 더욱 부합하지 않느냐는 이견을 보일 수도 있지만, 20여 년간 대학교수로 학계에 몸담고 있는 필자는 여전히 후자의 관점에 공감하고 동의한다.

 

학창시절 공부와 대학원 연구는 다르다

 비지니스의 세계에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능력의 척도인 것과 같이 학문의 세계에서는 연구를 통해 좋은 논문을 많이 쓰는 것이 능력이 척도인데, ‘공부를 잘 하면 연구도 잘 하나요?’란 질문에 필자는 '아니요’라고 답을 하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 기본적으로 성실하고 지능이 높아 연구를 하는 데 다소 유리한 점은 있을 수 있지만, 학창시절의 공부와 대학원에서의 연구는 일반인들의 예상과는 달리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부가 이미 알려진 답의 내용을 이해하고 습득하는 과정인 반면, 연구는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등산길을 따라 산을 오를 때는 쉬지 않고 올라가는 성실함과 힘들어도 참고 이겨내는 체력과 정신력이 중요한 덕목이지만, 험한 산 속에서 길을 잃거나 갑자기 사막 한 가운데에서 놓인 상황이라면 정확한 상황 판단, 결단력과 용기는 물론 반드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과 의지가 중요한 덕목이 된다.

 다른 예로 요리에 비유하면, 공부는 주어진 요리법으로 음식을 만드는 과정과 같아 요리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때로는 암기하고) 성실하고 꼼꼼히 순서에 따라 해야 한다. 이에 반해, 연구는 전혀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과 같다.

 이 경우 요리사는 새로운 요리에 대한 막연한 ‘상상’을 바탕으로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통해 새로운 맛을 창조해야 하는데, 이 때 요리사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새로운 음식에 대한 상상력과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 용기, 그리고 동료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인성과 협동심, 혹은 소통 능력 등이다. 더 나아가, 이 모든 과정을 흔쾌히 감수하고 즐길 수 있는 진정코 ‘맛’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한국 유학생들의 고민

 필자는 미국 유명 대학교를 방문할 때면 종종 한국 유학생들과 식사를 하곤 한다. 간혹 필자에게 상담을 토로하는 유학생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연구와 관련된 내용이다.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 해서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에 들어갔고, 그 곳에서도 우수한 성적으로 학부를 졸업하고 청운을 꿈을 안고 미국 유명 대학원에 유학을 왔지만, 안타깝게도 연구의 본질을 잘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필자도 과거에 비슷한 경험으로 어려움을 겪어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곤 한다. 대개 성적도 좋고 시험은 잘 보지만 막상 연구에서는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거나, 심지어 무엇을 해야 할지 연구 주제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경우들이다. 한편으로, 강의실에서는 뛰어나지 못하고 머리도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다른 나라 동료들이 연구실에서는 활기차게 떠들고,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결국 그 아이디어를 크게 성공시키는 경우를 보면서 상대적 좌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 하는 자식이 최고의 효자다. 자식이 공부를 잘 하면 학부모 사회에서 엄마의 위상이 높아지고 대우가 달라진다. 그리고 그 아이는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으로 자신의 공부 성공 이야기의 정점을 찍는다. 하지만, 대학교수인 필자의 눈에서는 갓 들어온 신입생이고 학문적으로 아직 갈 길이 먼 지금부터가 시작인 새내기일 뿐이다.

 대학교 공부는 고등학교까지의 공부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KAIST는 입학 후 성적이 크게 올라간 학생과 떨어진 학생들을 상담하면서 학생들의 성적 변화에 영향을 준 사항들을 조사하곤 했다. 성적이 크게 올랐던 한 학생의 예가 생각난다. 학생 왈, ‘대학교에서는 생각할 시간을 많이 준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고등학교 공부는 선행과 반복학습 중심으로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은 어려운 문제를 실수없이 빨리 푸는 데에 중점을 둔다. 그에 반해 대학교는 기본적으로 학습량이 많고, 어려운 개념들을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을 주며, 상대적으로 시험 시간도 충분히 주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정확한 이해 없이 암기 혹은 반복학습 위주로 공부하거나, 스스로 깊이 생각하고 깨닫아 가는 과정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은 대학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는 힘들다. 또한 자신의 전공 공부에 재미를 붙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등학교 시절 신주단지처럼 모셨던 <수학의 정석>은 졸업 후 다시 볼 필요가 거의 없는 책이지만, 전공 서적은 자신의 직업과 맞물려 평생 볼 책들이기 때문이다.

 

카이스트가 연구 참여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

 KAIST는 일반적으로 학부 3학년이 되면 연구 참여를 시작한다. 평소에 공부를 잘 했던 과목 혹은 관심을 가졌던 연구실을 찾아가 방학 중에 대학원 선배들과 함께 연구를 시작한다. 필자의 경우, 연구 참여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은 학생의 흥미와 관심, 열정이다. 학점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학점이 좋은 학생들은 오히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연구에 적합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시류에 휩싸여 오는 학생도 가급적 사양한다. 연구에도 유행이 있다 보니, 학생들이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아니고, 남들 보기에 좋아 보이는 것을 따라오는 경우다. 이 경우 유행이 지나가면 대부분 흥미도 함께 잃어버리곤 한다. 필자가 연구를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말은 “첨단을 하지 마라,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첨단으로 만들어라”이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만들었던 데미스 하바비스는 자신이 좋아하고 천재적 소질을 보였던 체스를 바탕으로 바둑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그를 통해 인공지능을 세계인의 가슴 속에 최첨단 기술로 각인시켰다.

 얼마 전에 필자는 같은 학과 동료 교수들을 상대로 간단한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 내용은 “출신 고등학교에 따른 학부와 대학원 학생들에 대한 만족도”였다. 교수들의 만족도는 학부의 경우 영재학교, 과학고, 일반고 순이었지만, 대학원의 경우는 일반고, 과학고, 영재학교로 그 순서가 뒤바뀌었다. 참여한 교수들의 숫자도 적고, 필자의 개인적 설문조사라 그 신빙성과 정확도에 대해서는 조심스럽지만, 나름 우리의 중고등학교 교육과 연구, 일, 그리고 사회에서의 성공과 관련해 나름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의 교육 목적이 더 이상 대학입시가 아니고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연구와 일, 그리고 사회에서의 성공으로 제자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승섭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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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김성   ( 2020-07-22 )    수정   삭제 찬성 : 0 반대 : 0
의사 요리사 판검사는 성실하고 꼼꼼히 순서에 따라 해야 하는 고급 기능인. 한국 판검사들이 가장 문제 많은 집단.성적이 의미 없는 증거. 부천 의사와 분당 의사들 비교해보면 분당 의사들이 정직하고 실력도 있는데 부천은 대학병원조차 믿을 수 없고 온갖 검사 비용으로 돈도 많이 들면서 엉터리 진단. 분당의사들은 환자들이 필요한 검사만 해서 진료비도 많이 안 들고 정확하게 진단. 연구는 없는 것을 만들어야 하는 창조적 힘은 성실과 끈기 열정 필수여서 교수님 말씀이 맞습니다
  최익선   ( 2020-07-22 )    수정   삭제 찬성 : 0 반대 : 0
본인은 대학병원장 출신 퇴직 교수로써,본인의 체험에서 얻은 결론은 절대 공부 잘 했다고,환자를 잘 보고,좋은 논문 반드시 쓰는 것은 아님을 분명하게 확인했지만,그러나 공부 잘 한 사람 속에서,환자 잘 보고,좋은 논문 발표가 많은 것은 분명하며,반대로 공부 못 한 사람들에서 환자 잘 보고,좋은 논문 많이 발표하는 것은 절대는 아님이 분명! 결론은 공부 잘 한 사람 속에서,더 나중에 환자도 잘 보고,강의도 잘 하며, 훌륭한 논문 발표 많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확실함이다!!
  Sunbig   ( 2020-07-21 )    수정   삭제 찬성 : 0 반대 : 0
좋은 글 감사합니다.
  ohkim   ( 2020-07-20 )    수정   삭제 찬성 : 0 반대 : 0
아... 주옥같은 글이네요. 헌데 이글을 이해 하는 젊은이가 많아야 하는데.
 가능하면 20대때... 저처럼 60에 이해하면 늦는데... 안타깝네요. 현업에 계시는 좋은 선생님/교수님들께서 잘 알려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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