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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어라면 아무렇게나 써도 되나요? 탐험대원 '로운'의 언어탐험
입력 : 2020.07.14

욕은 누군가에게는 습관처럼 붙어버려 더 이상 별 의미 없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들을 때마다 적응할 수 없는 불쾌한 말이기도 하다.

중학교 시절, 친구가 감탄사로 툭 내뱉은 욕설에 놀란 적이 있다. 그때, 다른 친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던 것을 보면서 욕설을 받아들이는 일에는 꽤 개인차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후에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비속어들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내성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여전히 주변에서 욕설이 들리면 흠칫하면서도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넘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욕설을 들었던 때가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고등학교 때, 친구와 장난을 치던 중 친구가 내게 뱉은 욕은 웃으며 한 것이었음에도 잘 잊히지 않는다. ‘심한 욕도 아니고 장난이니까라는 생각으로 넘겼지만, 내심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이후로도 그 친구는 몇 번 더 장난으로 욕을 했는데, 그때마다 매우 불쾌했다. 친구에게 장난인 건 알지만 욕을 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해야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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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비속어 같지만 알고 보면 표준어라는 단어들을 정리해놓은 글들을 읽게 되었다. ‘개기다’, ‘조지다등의 말이 비속어로 오해받고 있지만 사실 표준어라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표준어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많았기에 신기하고 놀라웠다. 하지만 동시에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하나의 걱정은 그 글들에 담긴 잘못된 정보 때문이었다. 글들이 이야기하는 단어들은 표준어로 분류되는 동시에 비속어이기도 하다. 그런데 비속어 같지만 표준어’, ‘비속어로 오해받은 표준어등의 제목은 이런 말들이 비속어가 아니라는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다. 이 제목을 보고 글을 읽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표준어라면 비속어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표준어에는 비속어, 욕설도 포함된다. 표준어라고 해서 모두 아무 때나 사용해도 되는 말은 아닌 것이다.

또 다른 걱정은 이런 글들이 이 단어들의 사용을 부추길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표준어가 아니라고 생각할 때에도 사람들은 이 단어들을 상당히 많이 사용하곤 했다. 그런데 이들이 사실 표준어라는 글을 읽은 후에는 더 당당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위 정보 글에서 개기다’, ‘조지다등은 표준어이므로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고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속되게 쓰일 때가 많기 때문에 조심해서 쓰자는 의견을 담은 글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비속어 같지만 표준어라는 제목은 속되게 쓰인다는 내용과는 달리 비속어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써도 된다는 느낌이 들게 만드는 듯하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라면, 어떤 말이 표준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당연히 아무 때나 써도 되는 말로 인식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털 사이트에서 ‘~가 표준어인지 궁금해요!’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질문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러한 질문들을 보고 사람들이 어떠한 말을 사용하는 데 있어 표준어인지 아닌지를 꽤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표준어는 표준이 되는 말이기에 언제 써도 괜찮은 말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표준어가 무엇인지 알고 정확히 사용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단어가 표준어인지 아닌지는 욕설, 비속어 등을 구분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욕은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이라면 표준어인지 아닌지와 관계없이 모두 욕설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사용하려는 말이 표준어인지 알아보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인지 아닌지를 먼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누군가에게는 그저 아무렇지 않은 말이 어떤 사람에게는 큰 상처로 남을 수도 있다!

로운(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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