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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마실 땐 역시 맥주 덕후 슈베르트와 함께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 '송어' 4악장 라장조 D.667
입력 : 2020.07.01

바야흐로 맥주의 계절 여름이 다가옵니다. 맥주에 관한 글을 읽었더니 맥주가 더 생각나네요. 요즘은 수입 맥주뿐만 아니라 맛있는 수제 맥주도 다양하게 즐길 수가 있죠. 맥주 덕후인 저도 맥주에 관해서라면 할 말이 참 많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음악가들은 맥주 덕후예요. 연주회만큼이나 동일한 횟수의 뒤풀이에서 시원한 맥주는 절대 빠질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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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스톡

독일 유학의 첫 번째 장소는 쾰른이었습니다. 유학을 가겠다고 당차게 선포하고 떠나오긴 했지만, 막상 말도 설고, 사람도 설고 모든 게 낯선 도시 쾰른에 도착하니 무섭고 슬펐습니다. 저를 태우고 온 쾰른행 공항버스기사는 무뚝뚝하게 “알레스 구테!”(Alles Gute! 잘 살길 바라!) 이 한 마디를 던지고 슝 떠나버렸습니다.

새로 살 집의 주소가 적힌 종이를 손에 쥐곤 무거운 캐리어를 의자 삼아 혼자 덩그러니 앉아 주변을 살펴봤습니다. 칠흑 같이 어두운 그 거리엔 버스 정거장 건너편의 휘황찬란한 가게만이 저를 반기고 있었어요. ‘가펠 쾰쉬’(Gaffel Koelsch)! 그땐 몰랐죠. 뜻도 모르는 파란 글씨가 쓰여 있는 그곳이 저에게 새로운 세계를 알려 줄 거라곤. 그곳엔 사람들이 북적북적하게 모여서, 뭔가를 먹고 마시며 즐겁게 앉아 있었어요. 저 빼곤 다 행복한 것 같아 갑자기 울적해졌습니다.

독일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 쾰른. 라인 강이 흐르고 중앙역 바로 앞 대성당 쾰른 돔이 아주 유명한 곳입니다.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맥주 쾰쉬를 마시는 도시예요. 사실 저는 독일에서 공부를 시작하기 전까진 맥주를 잘 몰랐습니다. 커피나 맥주 맛을 알게 된 건 순전히 독일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였죠. 흐리고 끄물끄물한 날씨엔 저기압으로 머리가 아프니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고, 수돗물에 석회가 많아 맥주를 물처럼 마시는 독일 사람들의 삶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맥주의 참맛을 알게 됐습니다.

독일 땅 밟은 기념으로 맛있는 거 사준다며 선배가 데려간 곳은 독일의 첫날밤 저를 외롭게 만든 그 파란 간판의 식당이었습니다. 살펴보니 그 집은 아주 유명한 맥주집이었습니다. 쾰른에서 만드는 수제 맥주인 쾰쉬를 마실 수 있는 대성당 근처의 유명한 맥주집 ‘가펠 쾰쉬 암 돔!’ 쾰른에 처음 입성한 사람들은 당연한 통과의례처럼 그곳에 가서 독일식 돼지 족발인 슈바인학세와 쾰쉬를 맛봤습니다.

맥주를 무슨 맛에 마시는지 1도 몰랐던 저는 슈탕에(Stange)라고 불리는 0.2 리터의 가늘고 얇은 잔에 담긴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들이켜면서 맥주의 세계로 입문하게 됐습니다. 맥주가 맛있더라고요. 그때부터 독일 사람들이 왜 맥주를 즐겨 마시는지 이해하게 됐고, 그들에게 맥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삶의 완충제요, 쉼표라는 것을 공감했습니다. 라인 강 근처에 있는 쾰른 음대를 다니면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열심히 준비한 연주회를 마치고 연주자들과 함께 라인 강의 술집에서 쾰쉬를 한잔씩 들이켰던 기억입니다.

맥주 덕후 욜로족 슈베르트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음악가 중에도 맥주 덕후가 있습니다. 몸매도 맥주통처럼 생긴 아주 인간적인 외모의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 오스트리아)입니다. 친구들과 맥주 한잔을 들이키며 음악에 관해,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즐겼던 욜로족이었죠.

그는 딱히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삶을 살았습니다. 시골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아들로 태어나 이것저것 자신의 직업을 찾아 고민했지만 이렇다 할 직업이 없었죠. 사람들은 초라한 슈베르트보다 당대의 거장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독일)만을 기억했어요. 한 번도 소속된 궁정이나 귀족 없이 자유롭게 살았던 그는 직장 없이 떠도는 방황하는 청년이라 가난했지만, 그랬기에 친구들과 어울리며 음악의 정취를 느낄 줄 알았어요. 얼굴도 못 생기고 곱슬머리에 볼록 나온 배까지 하나같이 너무 인간적입니다. 너무 완벽하게 다 가지고 있으면 사람이 거리감 느껴지는데, 슈베르트는 그냥 아는 동네 오빠 같아요.

더블베이스가 등장하는 피아노 5중주 ‘송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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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스톡

그가 만든 수많은 명곡 중 '송어'를 소개합니다. 피아노의 맑고 고운 소리가 또롱또롱하게 들리는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 라장조 D.667 4악장입니다. 슈베르트의 작품은 오토 도이치가 정리해서 그의 이름 이니셜을 따서 D로 표기합니다. D.667은 도이치가 정리한 667번째 음악이라는 뜻이죠.

이곡에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제가 좋아하는 더블 베이스까지 다섯 대의 악기가 등장합니다. 더블 베이스는 첼로보다 훨씬 큰 저음 현악기로 웬만해선 클래식 실내악 곡에서는 듣기 힘들지만, 재즈나 오케스트라 연주에선 꼭 필요한 악기예요. 그런 베이스를 피아노 5중주에 넣어준 슈베르트한테 정말 고맙습니다. 보통의 피아노 5중주는 피아노 한 대, 두 대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이렇게 구성되는데, 특별히 슈베르트의 5중주는 두 대의 바이올린이 아니라 한 대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송어’는 전체 5악장 구성인데, 주로 4악장을 즐겨 듣습니다. 1악장이 아닌 4악장이 더 유명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원래 이 곡은 1817년 20살의 슈베르트가 작곡한 ‘송어’라는 제목의 성악곡입니다. 슈베르트가 친구인 성악가 포글을 위해서 작곡했는데, 2년 후 포글과 함께 파움가르트너라는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아 방문합니다. 파움가르트너는 첼로를 잘 연주하는 음악 애호가로 자신의 살롱에서 자주 음악회를 열곤 했습니다. 그는 슈베르트에게 자신이 직접 연주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작곡을 의뢰합니다. 그리고 특별히 자신이 좋아하는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의 주제를 넣어 달라고 부탁하죠. 그래서 4악장에 자신의 가곡을 리메이크해서 완성하게 됩니다. 한 마디로 친구가 부탁해서 만든 자체 리메이크 작품이죠.

그런데 이 곡은 제목이 참 재밌어요. 클래식인데 ‘송어’라니! 이 곡의 제목을 두고 항상 내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송어인지 숭어인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슈베르트가 맑은 시내에 뛰노는 ‘송! 어!’를 보고 영감을 얻어 작곡한 곡이라서, 바다고기 숭어가 아닌 민물고기 송어가 맞아요. 자 이제부터 기억하세요, 민물고기 송어!

오늘 밤, 맥주 덕후 슈베르트가 작곡한 송어를 들으며 시원하게 맥주 한 잔 어떠세요?


유튜브 검색어-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 D. 667 4악장 ‘송어’
앙상블 디토

 


피아노 안드라스 쉬프

Schubert: Piano Quintet in A, D.667 - "The Trout" - 4. Thema - Andantino - Variazioni I-V - Allegretto · András Schiff · Lukas Hagen · Veronika Hagen · Clemens Hagen · Alois Posch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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