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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나는 한국인이 될 수 없나요? '한국인'의 조건 탐험대원 '느루'의 언어탐험
입력 : 2020.06.23

현행법상 불법체류 중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동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강제 출국 대상이 된다. 대한민국 국적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를 인권 침해로 판단하고 법무부 장관에게 시정을 권고하면서 이를 두고 많은 논의가 오고 갔다. 국내에서 체류 자격을 획득하지 못한 이주 부모가 낳은 아이들이므로, 이러한 미등록 이주 아동에게 체류 자격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과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고 국내 정규 교육 과정을 받으며 사회적 기반을 형성하였기에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즉 이들을 한국인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견해가 나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을 외국인이라고 본다면 여기서 '외국인'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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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외국'이란 '자기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를 가리킨다. 즉 공간적으로 한국이 아닌 곳을 말한다. 그러므로 부모가 한국인이 아니고, 우리나라가 아닌 곳에서 태어나서, 그 나라의 말을 모국어로 하며,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외국인이라는 데에는 논란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 네 가지 조건 중 일부를 충족하는 이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발생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아동들 중에는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이 아니거나 부모 모두가 한국인이 아닌 경우가 많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태어났지만 이민을 가서 외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나 우리말을 모국어로 습득한 이민 가정의 자녀들, 외국에서 태어나 외국어를 모국어로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로 이민을 와서 삶의 터전을 대한민국으로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등 다양한 경우가 존재한다.

법률상으로 '외국인'이란 '우리나라 국적을 갖지 않은 사람'을 가리킨다. 부모 모두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자녀는 자연스레 외국인이 된다. 미등록 이주 아동들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고 한국에서 살아왔음에도 부모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적으로 외국인에 해당한다. 그것도 부모가 체류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 또한 불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것이 된다.

 그렇다보니 이들은 한국인을 위한 지원과 외국인을 위한 지원 모두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등록 이주 아동들에게는 오히려 부모의 나라가 외국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부모 나라의 정체성과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나라의 정체성을 함께 가지고 성장하지만 사회적 인간관계의 기반이 한국이기에 한국인의 정체성을 더 강하게 갖는 것이다. 과연 이들의 성장배경에 대한 고려 없이 타고난 국적만으로 이들을 외국인이라 구분 짓는 것은 타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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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외국인'의 기준에는 또 다른 문제가 존재한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8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에 따르면 '외국인주민''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장기체류 외국인귀화자외국인주민 자녀(출생)'를 가리킨다. 여기서 귀화자또한 외국인주민으로 여기고 있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국적을 갖지 않은 사람이라는 정의와 모순되기 때문이다. 우리말을 습득하고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하여 우리나라에서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외국인이라고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외국인이라는 기준은 단순히 현재의 국적만이 아니라 앞서 언급한 출생 장소, 모국어 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가 이들을 외국인이라고 칭하는 순간 한국인과는 다른 기준점에 놓이게 되고, 이는 또 다른 많은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미등록 체류 아동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느루(필명)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 17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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