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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장국영을 보면 차이코프스키가 떠오를까 차이코프스키 사계 중 6월 뱃노래 The Seasons, Op. 37b: VI. June – Barcarolle
입력 : 2020.06.18

하루 종일 집에 붙어 있는 초등학생 아들이 속옷 차림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장국영 흉내를 냅니다. 한참 집중해서 글을 쓰는 중이었는데, 아들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습니다. 장국영이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아비정전>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이 엄마 덕(?)에 거의 외우다시피 영화를 본 아들은 연신 맘보춤을 따라 춥니다.

‘빰 빠라바라 빰~ 빠라라 빠바 밤!’
사비에르 쿠가트 밴드가 연주하는 ‘마리아 엘레나’ 음악에 맞춰 거울 속 자신을 보며 춤추는 장국영! 그의 유연하면서도 교태 섞인 몸놀림과 입술 움직임 그러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슬펐던 그의 눈빛이 잊히질 않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섹시하고 매혹적으로 맘보춤을 추는 사람은 장국영이 유일무이할 겁니다. 그 어떤 대단한 무용수가 추더라도 장국영의 그 맛이 살지 않습니다.

한참 사춘기 때 홍콩영화에 푹 빠져서 장국영이 나온 영화라면 죄다 챙겨 봤습니다. 원래도 영화를 좋아하지만 그때처럼 미친 듯이 몰아봤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영화를 봤던 그날의 공기와 그날의 떨림이 모두 기억납니다. <영웅본색>, <천녀유혼>, <우연>, <최가박당>부터 어른이 돼서 본 <패왕별희>, <아비정전>, 음악만으로 이미 취해버렸던 <해피 투게더>까지 볼 수 있는 영화는 다 봤어요.

많은 한국인이 사랑했고, 한국을 많이 사랑했던 장국영이었습니다. 장국영이 그렇게 사라져 버릴 거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는데 참 아쉽습니다. 전 이상하게도 장국영을 보면 꼭 차이코프스키가 떠오릅니다. 아무리 함박 웃어도 왜 그리 눈엔 슬픔이 그득한지. 장국영과 차이코프스키! 그 둘은 슬픔이 도장처럼 박혀 있는 것 같아요. 아이처럼 수줍게 웃는 모습도 비슷하고요. 제 나름대로 두 사람 사이의 공통점을 찾아봅니다.

 

장국영의 슬픔과 차이코프스키의 슬픔이 겹쳐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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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사람을 사랑했던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엄마를 좋아했지만 유모 손에 컸던 장국영은 10남매의 막내로 홍콩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유학을 했습니다. 역시 어머니를 끔찍하게 좋아했지만 법률 기숙학교로 가면서 부모와 떨어져야 했던 차이코프스키도 어릴 적부터 무척 외로워했습니다. 먹구름이 가득한 영국의 날씨 그리고 혼자 있다는 외로움이 장국영을 힘들게 했을 테고, 차이코프스키 역시 그리운 가족들을 떠나 홀로 기숙학교에 있어야 했던 것이 힘들었겠죠.

15살의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차이코프스키는 어른이 되어 가면서도 더 이상 여자에게 사랑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미 그는 자기 안에 다른 성 정체성이 있다는 것을 스멀스멀 느꼈어요. 장국영도 그런 면에선 비슷하죠. 삶의 마지막에 자살을 했다는 것도 비슷합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의견이 분분한 것까지도 말입니다. 사실 저에게 그들의 사생활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전 그들의 아련하면서도 가슴이 저며 오게 하는 슬픔의 정서에 반응을 하는 거니까요.

오늘은 그런 차이코프스키의 음악 중에서 6월 뱃노래를 들어보겠습니다. 1876년, 그의 나이 36살에 작곡한 이 곡은 ‘누벨 리스크’라는 월간지에 매월 한 곡씩 소개됐던 그의 피아노 소품입니다. 매월 한 곡씩이니 1월부터 12월까지 모두 12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월에는 소제목이 붙어 있어요. 1월은 난롯가에서, 2월은 사육제, 3월은 종달새의 노래, 4월은 아네모네, 5월은 백야, 6월은 뱃노래, 7월은 수확의 노래, 8월은 추수, 9월은 사냥의 노래, 10월은 가을의 노래, 11월은 트로이카, 12월은 크리스마스 이렇게 말입니다.

사계는 톨스토이, 푸시킨, 마이코프, 코리체프 등 러시아 문인들의 작품에 영감을 얻어 작곡된 곡입니다. 매월은 러시아의 구력과 우리의 달력이 조금 달라서 양력이 아닌 음력 개념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12곡 중 6월 ‘뱃노래’와 10월 ‘가을의 노래’가 많이 연주됩니다. 이 시기 차이코프스키는 제자인 밀류코바와의 원치 않던 짧은 결혼생활을 파국으로 마치고, 1875년부터 자신의 소울메이트였던 폰 메크 부인과 편지를 주고받습니다. 많은 것을 들켰고 괴로웠지만, 한편으론 결혼을 끝낼 수 있었기에 마음이 후련했는지도 모릅니다. 잃어버리고 나면 잃을 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좀 사라지니까요.

‘뱃노래’ 처음 부분에 쓰인 안단테 칸타빌레(andante cantabile) ‘느리면서도 노래하듯이’라는 나타냄 말이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 같기도 하고, 차이코프스키의 처연한 마음 같기도 하네요. 차이코프스키와 장국영 사이에는 100년 정도의 긴 시간이 존재하지만 하늘에 있는 장국영에게도 이 노래가 들리길 기도해 봅니다. 차이코프스키의 화법으로 느리고 나직하게 조곤조곤 풀어내는 6월 ‘뱃노래’와 장국영이 답가로 불러줄 것만 같은 <영웅본색>의 ost ‘Love Of The Past’ 들어볼게요. 오늘은 그가 나오는 영화를 다시 한번 챙겨봐야겠습니다.


유튜브 검색어- 차이코프스키 사계 중 6월
스티아토슬라브 리히터 연주 6

 

임동혁 연주

노래 장국영, 영화 <영웅본색> ost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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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insoobong   ( 2020-06-24 )    수정   삭제 찬성 : 0 반대 : 0
저도 뱃노래 좋아했는데, 요즘은 잘 안듣게 됩니다. 활력있는게 좋지요 그리고, 자살한 사람의 작품은 멀리하세요 좋을게 없습니다
  이소영   ( 2020-06-22 )    수정   삭제 찬성 : 0 반대 : 0
두 예술가의 삶이 마음 아프네요. 음악이 진혼곡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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