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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에 만나는 피아노의 시인 쇼팽 녹턴 내림 마장조 op.9-2
입력 : 2020.06.03

여러분은 밤에 무엇을 하시나요? 일찍 잠자리에 드는 분도 계시고, 야간 일을 하시는 분도 계시고, 집중해서 글을 쓰는 분도 계실 겁니다. 제 지인 한 명은 영화는 꼭 밤에 봐야 한다며 야간 상영만 고집합니다. 별도 달도 빛나는 밤. 이렇듯 각자 밤에 하는 일이 다릅니다.

밤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밤은 모든 것을 덮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많은 것을 되살아나게 합니다. 밤은 낮과 달리 마음이 차분해지고 사색에 잠기며 현실과는 다른 환상을 꿈꾸게 합니다. 낮의 삶이 현실이라면 밤에는 내면의 또 다른 내가 꿈틀거리며 감정의 분출을 재촉하지요. 밤을 건너는 동안 새로운 것들이 탄생합니다. 오늘은 이런 밤에 듣기 좋은 곡을 한 곡 소개할게요. 낭만주의 작곡가 프레데리크 쇼팽이 만든 ‘녹턴’ 작품번호 9-2입니다. 쇼팽 하면 떠오르는 곡을 딱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분명히 이 녹턴이 선택될 겁니다.
녹턴(Nocturn)이란 야상곡을 말하는데, 제목 그대로 밤에 듣는 음악입니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들을 수 있는 조용한 피아노곡 중에는 꼭 이 쇼팽의 ‘녹턴’이 들어 있습니다. 그만큼 쇼팽의 ‘녹턴’은 대중적으로도 아주 유명하죠. 흔히 쇼팽 (Frédéric François Chopin 1810~1849 폴란드)을 ‘피아노의 시인’이라 부릅니다. 누가 이런 타이틀을 붙였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쇼팽을 설명하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표현은 없는 것 같아요. 시인이란 사람의 감정을 들었다 놨다 하는 언어의 마법사입니다. 쇼팽은 시인처럼 피아노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사입니다. 그리고 쇼팽 음악의 중심에 녹턴이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녹턴’은 원래 쇼팽 이전의 작곡가인 존 필드(John Field 1782~1837 아일랜드)가 창안한 것입니다. 요즘은 존 필드의 녹턴도 많이 연주됩니다. ‘밤의 신’이라는 뜻의 라틴어 ‘녹스(Nox)’는 ‘노투르노’나 ‘녹턴’, ‘녹튀른’으로 발전합니다. ‘녹턴’이야말로 환상을 꿈꾸게 하는 밤의 음악입니다. 아마 클래식에 문외한이어도 쇼팽의 ‘녹턴’을 들으면 좋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멜로디(선율)가 아름답고, 적당히 편안한 템포(빠르기)로 연주되기 때문입니다. 왼손이 차분히 반주를 하면 오른손이 빙판 위의 요정처럼 아름다운 멜로디를 연주합니다. 멜로디가 워낙 아름다워서 휘파람으로 따라 부르기도 적합합니다.

스물한 개의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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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스톡

쇼팽은 생전에 모두 21곡의 ‘녹턴’을 남겼는데, 3곡은 사후에 발표되었습니다. 어느 곡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모두 좋은 곡이지요. 그중에서 특히 1832년(22살)에 출판된 Op.9 시리즈 3곡중 No.1과 No.2는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곡입니다. ‘녹턴’은 쇼팽이 1827년부터 1847년까지 20년에 걸쳐 열정을 쏟은 장르예요. 쇼팽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녹턴’ 중 처음 발표한 이 세 곡 묶음은 모두 마리 모크라는 여자 피아니스트에게 헌정되었습니다. 마리 모크는 피아노 제작자인 플례엘(Pleyel) 연하 부인인데, 마리보다 23살 연상인 플례엘은 파리에서 피아노를 제작하고 많은 피아니스트를 후원했던 악기 제작자이자 월간지의 발행인이며 플례엘 홀의 운영자였습니다.

밤에 듣는 쇼팽의 녹턴이야말로 저에겐 많은 영감을 떠오르게 하는 선생입니다. 녹턴을 듣고 있자니, 황현산 선생님의 ≪밤이 선생이다≫라는 책을 다시 펼치게 되네요. 고(故) 황현산 선생님과는 언젠가 잠시 인연이 스친 적이 있었는데, 무척 인상적이셨어요. 과묵하시지만 인자한 미소를 띠며 아껴하신 한 말씀 한 말씀의 깊이가 남달랐던 기억이 납니다. 선생님 책 표지의 화가 팀 아이텔(Tim Eitel)의 그림도 함께 들여다 보고, 황현산 선생님의 글도 다시 읊조리다 보니 제 밤도 이제 아침으로 건너가고 있네요.
우리나라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로 쇼팽의 이름 chopin을 따라 ‘조팽’이라는 귀여운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는데, 오늘은 조팽의 연주도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유튜브 검색어- 쇼팽 녹턴 내림 마장조 작품번호 9-2
Chopin, Nocturn in Eb Major Op.9-2
연주 마우리치오 폴리니
 
연주 조성진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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