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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바장조 op.24
입력 : 2020.05.28

모든 일상이 그리운 요즘입니다. 아침에 학교 가는 일도, 친구들과 만나 편하게 밥 먹고 수다 떠는 일도, 여행을 가는 것도, 여럿이 모여 함께 일을 하는 것도 지극히 당연해서 한 번도 특별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었습니다. 그랬던 일상이 이리 오랫동안 멈추게 될지 몰랐어요. 일상이 멈추고 나니 날마다 눈을 떠 해를 바라보고,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매해 봄이 되면 어김없이 즐겨 듣던 곡인데, 올해는 마음에 여유도 없고 심란해서 이 곡도 듣지 못하고 5월 마지막을 맞이했네요. 언제 들어도 좋은 음악이지만 봄에 들으면 제격인 음악을 한 곡 소개합니다. 봄이 되면 입맛도 바뀌면서 제철음식을 찾게 되잖아요, 전 항상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면 이 음반을 꺼내 들었습니다. 이 곡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상위권에 항상 선곡되는 유명한 곡,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바장조 op.24입니다. 한때 이 곡이 통화 연결음으로 아주 많이 쓰였습니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사내 부서끼리 연결한다거나 전화를 끊지 말고 기다리라는 멘트를 할 때 많이 들었던 음악입니다.

 

베토벤이 봄을 맞이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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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스톡

봄이 되면 작곡가들도 봄 잔치를 벌입니다. 봄과 관련된 클래식이 얼마나 많습니까? 비발디의 사계 ‘봄’부터 하이든의 사계 ‘봄’, 슈만의 교향곡 ‘봄’, 멘델스존의 무언가 ‘봄노래’,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까지 시대를 불문하고 우린 봄의 노래를 듣습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봄’이 최고죠.

작곡가 베토벤. 간혹 꼬마 아이들은 베트맨이라고 농담을 합니다. 베토벤의 인생은 드라마 그 자체였습니다. 이민자의 자손으로 태어나 부유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거친 아버지와 철없는 형제들을 부양하며 생계를 책임졌습니다. 그나마 마음 기댈 수 있는 어머니는 이미 베토벤 17살에 하늘로 떠났어요. 잘 아시다시피 그는 1770년 독일 본에서 태어나서 1827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 57년의 생애 동안 절반은 귀가 들리지 않은 채 살았습니다. 절체절명의 생을 살아내며, 청력 상실로 목소리도 컸고 상대방에게 화를 낸다는 오해도 많이 샀죠.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베토벤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바게트 빵 같은 남자입니다. 밖으로 보면 냉정하고 무뚝뚝한데 안은 부드러운 사람이죠. 특별히 클래식을 좋아하지 않아도 베토벤 이름은 들어보셨을 거예요. 불같은 성격과 거친 표현에도 그는 항상 자연과 사람을 사랑했고, 그 사랑을 음악으로 전했습니다.

보통의 소나타가 3악장 구성인데, 5번은 특별하게 4악장 구성입니다. 이 곡은 듣는 입장에선 참 듣기 편한 곡인데 막상 연주자 입장에서는 연주하기가 까다롭습니다. 특히 처음 나오는 주제 멜로디를 무수히 연습해야 합니다. 이 곡의 성패는 그 주제 멜로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통화 연결음에서도 대부분 여기까지만 듣게 됩니다. 연주 시작한 지 1분 정도 되는 부분인데, 이 이상 음악이 흐르면 기다리다 지쳐 바로 끊었던 기억이 납니다. 바이올린 소나타라지만 피아니스트 역할이 중요해서 피아니스트끼리는 바이올린 소나타 아니고 피아노 소나타 같다고 합니다. 들으면서 좋다고 선곡했다가 연주하면서 엄청 애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도 다시 남이 연주하는 것을 들으면 좋아요.

제1악장은 빠른 악장인데, 전주 없이 바로 바이올린이 멜로디를 연주합니다. 피아노는 밑에서 속닥속닥 베이스를 연주하며 봄을 맞이합니다. 처음에 바이올린이 멜로디를 연주하고 피아노가 반주를 하면, 다음엔 바로 피아노가 올라와서 멜로디를 연주하고 바이올린이 반주를 합니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 사이좋은 부부 같습니다. 한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은 따뜻한 온도의 멜로디, 참 봄볕 같은 멜로디입니다. 시냇물이 흐르고, 숲 속을 뛰어가는 피터 래빗이 나올 것 같습니다. 봄 산책할 때 들으면 좋은 음악이죠. 1악장은 곡의 마지막까지 순도 100프로의 상쾌함을 전달합니다. 2악장은 느린 악장인데 베토벤의 낭만이 충만해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3악장은 아주 짧고 경쾌한 맛깔스러운 악장이고, 마지막 4악장은 같은 주제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주제들이 삽입되며 등장하는 A-B-A-C-A-B-A-코다로 7 부분 형식의 론도입니다.

베토벤은 모두 10곡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작곡했는데, 이 곡은 4번과 비슷한 시기인 1801년에 작곡됩니다. 4번이 좀 우울한데 반해, 이 곡은 아주 분위기가 밝아요. 그리고 1번부터 4번까지는 전체 3악장 구성인데, 5번은 특별하게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10개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각각 특징이 있는데, 1번부터 3번까지는 베토벤이 좋아했던 모차르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4, 5번은 차츰 베토벤의 성향이 드러나고, 6번부터 8번까지는 새로운 자신의 길을 모색하는 음악이고, 크로이처라는 바이올리니스트에게 헌정되어 이름 붙은 9번 소나타 ‘크로이처’와 마지막 10번 소나타로 나뉩니다. 10곡 모두 아름다운 음악이지만 그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곡은 뭐니 뭐니 해도 5번 ‘봄’입니다. ‘봄’이라는 제목은 베토벤 자신이 붙인 것은 아니지만 곡의 첫 주제를 듣고 나면 꼭 봄이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봄이라는 제목 말고는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평온하고 따뜻해요.

일상의 봄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진짜 봄에 듣는 봄 소나타! 청명한 하늘과 따뜻한 햇살이 함께 했으면 좋겠고. 통유리로 된 창가에서 소중한 사람과 어깨 맞대고 듣고 싶네요.

 

유튜브 검색어 -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전악장

바이올린 정경화 /피아노 케빈 케너

 

바이올린 안네- 소피 무터/ 피아노 램버트 오키스

 

Beethoven violin sonata No. 5 Spring Mvt 1

바이올린 이작 펄만/ 피아노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쥐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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