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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만의 그 法이 알고 싶다
법무법인 청파 이재만 대표변호사는 폭우 속에서 비에 젖지 않도록 돕는 우산 같은 사람이 되고자 법조인의 길을 선택했다. 그동안 삼성·동아·쌍용 등 대기업과 각종 연예인 사건 약 2000건을 승소로 이끌면서 무죄 제조기, 법정의 승부사, 연예인의 수호천사 라는 별칭을 얻었다.
강제 키스 혀 절단, 56년 만에 재심청구 가능할까 사춘기 처녀의 호기심이었다고?
입력 : 2020.05.27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70대 여성이 56년 만에 정당방위를 인정해 달라며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최말자(74)씨는 1964년 5월 6일(당시 18세),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노모(당시 21세) 씨에게 저항하다 노 씨의 혀를 깨물어 1.5㎝ 자른 혐의(중상해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정당방위임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부는 “피고에게 호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 “피고와 결혼해서 살 생각은 없는가”라고 되물었고 언론은 ‘키스 한 번에 벙어리’ ‘혀 자른 키스’ 등의 표현을 하며 최씨를 2차 가해로 몰아세웠다.

shutterstock_1166882995.jpg ⓒ셔터스톡

 

Q. 56년 만에 재심청구 받아들여질까?

A. 재심은 확정된 유죄판결에 대하여 다시 재판을 청구하는 제도입니다. 법적 안정성을 위해 우리 법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재심 청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의 7가지 사유에 따르면 1)원판결의 증거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 판결에 의해 위변조된 것이 증명된 때, 2)원판결의 증언, 감정, 통역, 번역 등 증거가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 3)무고로 유죄판결을 받게 된 경우, 상대방의 무고죄가 증명된 때, 4)원판결의 증거가 된 재판이 확정 재판에 의해 변경된 때, 5)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해 무죄 또는 면소를 또는 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만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때, 6)저작권 등 지적 재산권 침해죄에 대하여 해당 권리에 대한 무효 심결이 확정된 때, 7)판결에 관련된 법관이나 검사, 사법경찰관 등이 해당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 판결에 의해 증명된 때 재심 청구를 받아줍니다.

최씨의 재심청구가 인용되기 위해서는 위 사유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어야 합니다. 재심을 엄격하게 인정하는 법원의 태도를 고려하면 ‘현재의 기준에는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제5호 새로운 사실의 발견한 사유’로 보는 것은 무리일 수 있습니다. 한편 최씨의 주장에 따르면 검찰이 조사 첫 날 최씨에 대해 변호인 선임권, 진술거부권 등을 전혀 고지하지 않고 영장 없이 구금당했다고 합니다. 이는 위법한 수사로서 그 상태에서 증거를 수집하였다면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에 따라 위법한 증거가 되므로 1), 2) 사유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친부를 살해하였다고 15년 동안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김신혜 씨가 재심을 청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김씨는 ‘수사과정에서 허위자백을 유도하였고, 또 공범이 있다고 거짓 진술하게 강요했다’ 즉 수사 절차상의 위법한 사정이 있었다고 주장하였고, 이에 재심 결정이 받아들여진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전례에 따르면 재심청구가 가능할 수 있겠으나 이를 위해서는 최씨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최씨의 경우 수사기록 보존기간이 지나서 그 당시 수사기록이 없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결국 입증자료를 구하는 것이 이 사건 재심청구의 승패를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Q. 과거 잘못된 통념에 의해 판결된 사건들이 재심에 들어간 사례가 있다면?

A. 법적 정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법적 안정성입니다. 법적 정의를 구현하기 위하여 확정된 유죄 판결에 대해서 불복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였으나, 동시에 법적 안정성을 위해 형사소송법 제420조에서 정한 사유 이외에는 재심 사유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법령’이나 ‘판례’가 변경되었다는 이유로 재심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15년 2월 26일 종래 합헌이었던 간통죄(형법 제241조)를 위헌이라고 결정하였습니다. 그동안 부부 중 일방이 행한 외도에 대하여 간통이라는 죄목으로 국가가 범죄로 취급했던 것을 국민의 인식 변했다는 것을 주요 근거로 비범죄화를 선언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위헌결정 이후 간통죄로 처벌받은 일부 사람들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였습니다. 이 모습을 보면 자칫 사회통념의 변화가 있는 경우 이를 근거로 재심을 청구할 수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관련 규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이 위헌결정을 받을 경우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는데(단,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는 경우 그 결정이 있는 날이 다음날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 이 경우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제47조 제3항, 4항).

이와 같이 사회통념의 변화로 특정 범죄가 위헌결정을 받으면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재심청구를 할 수 있지만, 사회통념의 변화에 따라 법리나 법적 판단이 달리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재심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Q. 최씨는 정당방위를 주장하는데 정당방위의 기준은 어떻게 되나?

A. 최씨는 강간을 피하려고 혀를 깨물어 상해를 입힌 행위를 ‘정당방위’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형법 제21조에서 말하는 정당방위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면 처벌하지 않습니다. 정당방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1)‘현재’의 침해에 대한 것이어야 하고, 2)그 침해는 ‘부당’한 것이고, 3)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위하여, 4)방위하기 위한 의사를 가지고 한 행위이어야 하며 5)그 행위는 사회상규에 비추어 ‘상당한 정도’를 넘지 않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절도범을 죽이는 것은 상당성이 없어 정당행위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중 마지막 요건인 ‘상당한 이유’는 그 자체로 추상적인 개념이여서 명확한 판단 기준이 없이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씨 사건의 경우 당시 재판부는 “범행 장소와 집이 불과 100m거리다. 범행 장소에서 소리를 지르면 충분히 주변 집에 들릴 수 있었다”며 “노씨의 혀를 끊어버려 일생 말 못하는 불구의 몸이 되게 한 방위 행위는 일반적·객관적으로 볼 때 법이 허용하는 정당방위의 정도를 지나친 것”라고 판시하면서 “사춘기의 처녀가 범행 장소까지 자유로운 의사로 따라간 것은 이성에 대한 호기심의 소치이며, 이는 남자로 하여금 그녀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것이라고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키스하려는 충동을 일으키게 한 것에 대한 도의적 책임도 있다고 할 수 있다.”하며 상당성을 부정하였습니다. 그 결과 최씨는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아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Q. 성폭행을 시도한 노모씨는 왜 처벌받지 않았을까?

A. 최씨가 노씨의 혀를 깨물게 된 경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1964년 5월 6일, 18살이던 최씨는 자신의 집에 놀러 온 친구들을 데려다주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 당시 21살이던 노씨와 마주쳤다고 합니다. 노씨에 대한 위협을 느낀 최씨는 친구들로부터 집에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노씨를 다른 길로 가도록 유인했는데 얼마쯤 걷다 노씨는 최씨에게 느닷없이 달려들며 입을 맞추려 하고 이를 피하는 최씨를 쓰러뜨려 성폭행을 시도했습니다. 최씨는 넘어지면서 바닥에 놓인 돌에 머리를 부딪쳤는데, 최씨는 입안에 무언가 들어오자 ‘이대로 숨 막혀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에 그 무언가를 확 깨물어 저항하여 도망쳤다고 합니다. 노씨는 성폭행 시도 이후 며칠 뒤 10명의 친구들과 함께 최씨의 집에 찾아가 ‘혀가 잘렸다’면서 식칼로 협박을 하였습니다.

이 사건에 대하여 수사기관은 최씨를 혀를 깨문 행위에 대해서 중상해죄로 기소하면서 노씨에 대해서는 칼을 들고 집에 찾아온 행위, 즉 특수주거침입과 특수협박혐의로만 기소하였습니다. 노씨가 최씨에게 달려들고 쓰러뜨려 강제로 입을 맞추고 성폭행을 시도한 행위에 대해서는 강간미수 혐의로 기소를 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는 당시 사법기관이 노씨가 최씨에게 행한 행위가 문제 있다고 판단하지 않을 만큼 남성 위주의 성인식이 강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중상해죄 혐의로 기소된 최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지만, 노씨는 그보다 가벼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를 받았습니다.

 


Q. 성폭력 시도 과정에서 가해자가 흉기를 지니고 있을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와 판결이 어떻게 달라지나?

A. 가해자가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하여 강간한 경우 형법 제297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합니다. 그런데 성폭력 시도 과정에서 가해자가 흉기를 사용했다면 형법이 아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특수강간죄가 적용됩니다. 성폭력특례법 제4조에 따르면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형법 제297조의 죄를 범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합니다.

이때 흉기를 지닌다는 것은 범행 현장에서 강간 범행에 사용하려는 의도로 흉기를 소지한 것이 아니라 우연히 이를 소지하게 된 경우에는 성폭력특례법상의 특수강간죄가 아닌 형법상의 강간죄를 적용합니다. 하지만 범행 현장에 강간 범행에 사용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거나 몸에 지닌 이상, 가해자가 실제로 그 흉기를 범행에 사용하지 않거나, 흉기가 있다는 사실을 피해자가 알지 못하였어도 성폭력특례법상의 특수강간죄에 따라 처벌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이는 같은 강간행위일지라도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지녔다는 점에서 행위의 불법성이 단순 강간죄보다 중하다고 판단하여 특별법에 별도로 가중 처벌하고 있습니다.
 

 

Q. 성폭력 관련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언론·여론 등 2차 가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A. 최씨의 말에 따르면 수사과정에서 검사와 경찰은 “남자를 불구로 만들어 놓았으면 네가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냐”고 말하며 모욕을 주고, 재판과정에서 재판부는 “처음부터 호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 “어차피 험한 일 당한 처녀가 시집가기는 어려울 테고, 남자도 불구가 돼 혼인이 어려울 것이니 두 사람이 결혼해라”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당시 언론도 ‘혀 잘린 키스 사건’ ‘키스 한 번에 벙어리’와 같은 제목으로 남성이 피해자인 것처럼 묘사하며 화제성 있는 기삿거리로 취급하였습니다. 그리고 최씨가 구치소에 나온 이후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계집애, 저 아이 못됐다”라는 말을 들으며 치욕적인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성범죄에 대한 인식수준이 예전보다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는 지금도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성폭력 피해자가 수사과정에서 경찰이나 검찰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면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요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수사과정에서부터 피해자 국선변호사와 함께 대동하여 참석함으로써 부당한 대우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선변호사를 통해 재판 절차에 참여하면 피해자의 신원이 외부에 불필요하게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만약 신원이 노출되어 언론이나 온라인상에서 사람들로부터 모욕이나 명예훼손을 당하였다면 그들을 상대로 명예훼손죄이나 모욕죄로 형사상 고소하는 방법으로 무차별적인 2차 가해에 대해 대응할 수 있습니다.

 

 

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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