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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곁에 계실 때 잘해드립시다 드보르자크 '어머니가 가르쳐 준 노래’ op.55-4
입력 : 2020.05.08

부모가 없이 태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태어나는 일은 선택할 수 없으니 우리가 부모를 만나는 일은 그야말로 운명입니다. 그렇게 자라서 우리도 부모가 되지요. 부모가 돼보니 부모 마음이 이해됩니다. 아들이 내민 종이 카네이션과 편지를 읽으며 생각해봅니다. 나는 어떤 부모일까? 부모 앞에 어떤 형용사가 붙을 수 있을까요? 좋은 부모, 나쁜 부모, 잘난 부모, 못난 부모, 돈 많은 부모, 가난한 부모. 아들에게 저는 어떤 부모냐고 물었더니 이 중에는 답이 없답니다. 깜작 놀라 되물었더니 쿨하게 한마디 하고 지나갑니다.

“엄마는 사랑 많은 부모예요!”

물려줄 돈도,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사랑이 많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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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이번엔 제가 자식 된 입장에서 부모님을 생각해봅니다. 부모에게도 부모가 있지요. 자식에서 부모의 자리로 옮겨보니 역시 부모 노릇 하는 건 힘든 일입니다. 아이 키우면서 힘들면 부모님께 전화해 묻습니다. “엄마? 저는 어릴 때 어땠어요? 말 잘 들었어요?” 부모님은 제 아들이 훨씬 낫다며 아들 키우면서 마음공부 많이 해보라고 웃으시더군요. “너도 겪어봐라” 이런 말씀이시겠죠. 그래서 저도 함께 웃었습니다. 살면서 힘들고 헤맬 때 물어볼 부모가 계셔서 다행입니다. 어리고 철없을 땐 부모님 가슴에 못 박는 모진 말도 많이 했는데, 모든 게 죄송합니다. 부모는 그저 곁에 계시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물론 아픔을 주는 부모도 있겠지요. 그래서 결혼을 안 하고 있는 제 지인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 들어보니 그런 엄마도 다 이해가 된다면서 울더군요. 설령 부모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느끼는 감정이 부모에 대한 사랑, 자식에 대한 사랑입니다.

오늘은 그런 부모와 자식 간의 애틋한 사랑이 담긴 노래 한 곡 소개하겠습니다. 체코 작곡가 안톤 드보르자크가 만든 ‘어머니가 가르쳐 준 노래 ’입니다. 드보르자크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면 예술가라기보다 옆집 아저씨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덥수룩한 턱수염에 부리부리한 두 눈 그리고 기차와 파이프 담배, 맥주를 좋아했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자연을 꽤 좋아했고, 결혼해 아이를 많이 낳고 가정생활에 충실했던 사람입니다. 여러모로 음악사에선 보기 드문 사람이죠.

가난했지만 14남매 중 맏아들로 태어난 그는 가정과 가족의 사랑을 많이 느끼며 자랐습니다. 그래서 그 역시 1873년 32살에 결혼을 해 세 명의 아이를 낳았어요. 드보르자크의 부인은 첫사랑의 동생인 알토 가수 안나였는데, 언니보다 외모는 부족했지만 마음이 편안한 사람이었습니다. 안나와의 결혼 생활은 행복했고, 음악생활에서도 서광이 비출 무렵 그는 세 아이를 연달아 잃습니다. 부모가 되어 보니 자식의 죽음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슬픈 일이라는 게 가슴 깊이 느껴집니다. 아무리 인생이 잘 나간다 해도 자식을 연달아 잃은 그가 웃을 일이 있었을까요? 두 딸 오제파, 루체나, 아들 오타카르까지 연달아 하늘로 보내면서 그는 어떻게 삶을 버틸 수 있었을까요?

역시 드보르자크에게는 음악이 곁에 있었습니다. 아들까지 모두 잃고 나서 작곡한 노래가 그 유명한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입니다. 이 곡은 1880년 작곡한 <집시의 노래> Op.55 중 네 번째 곡인데, 따로 독립되어 이 곡만으로도 연주가 많이 됩니다. 자식의 죽음이라는 엄청난 슬픔을 이기고 작곡한 많은 곡들 중엔 우리가 아는 명곡이 많습니다. ‘집시의 노래’는 모두 7곡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제4곡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가 가장 유명합니다. 깊고 따뜻한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곡으로, 체코의 서부지역인 보헤미아 출신의 시인 아돌프 헤이독의 작품에 곡을 붙였습니다. 가사가 참 마음에 애잔하게 와 닿는데요, 한번 읽어 볼게요.

“지금은 늙어버린 어머니.
예전에 내게 이 노래를 가르쳐주던 때
어머니 눈에는 눈물이 고였었다.
그리고 지금 내 아이에게 이 노래를 가르치는 내 뺨 위로도 눈물이 흐른다”

읊조려보니 목이 멥니다. 드보르자크 자신이 워낙 엄마를 좋아하는 효자여서인지, 어릴 적 어머니가 불러주신 노래를 참 좋아했어요. 사실 지상 최고의 목소리, 그리고 최고의 음악은 어머니가 들려주는 노래죠. 저도 아이한테 노래 많이 불러주려고 노력합니다. 이 노래를 들어보면 한편으론 슬픈 듯하고 한편으론 아름답습니다. 이별의 슬픔이 낳은 노래이기도 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머니를 향하는 애틋한 마음, 자식을 향한 애틋한 마음은 그 무엇으로도 다 표현하지는 못합니다. 이 노래를 들으며 다시 한 번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기억해보면 좋겠어요. 엄마가 돼도 엄마는 항상 그립더라고요. 그야말로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맞습니다.

우리 모두 곁에 계실 때 더 잘해드립시다.

 
유튜브 검색어- 드보르자크 ‘어머니가 가르쳐 준 노래’ op.55-4
노래 조수미

 

바이올린 아르튀르 그뤼미오 Arthur Grumiaux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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