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topp 로고
칼럼진
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아직도 이런 속담 배워야 해요? 탐험대원 '로운'의 언어탐험
입력 : 2020.05.06


rere.jpg
©셔터스톡

 

속담은 우리에게 선조들의 교훈을 전하는 역할을 한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말을 줄여 쓰는 것에 더 익숙하고 평소 속담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여전히 글을 쓰거나 자신의 생각을 함축적으로 전하고자 할 때 속담을 활용하고 일상 대화에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속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생활 모습을 알려주기도 하고, 선조들이 경험을 통해 배운 것들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이러한 속담을 잘 사용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모든 속담이 이러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문제로 여겨지지 않던 일을 다룬 속담이 지금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게 분명 존재한다. 이렇게 불편함을 유발하는 속담들을 과거에 사용했었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사용하는 것을 두고, 제대로 속담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벙어리 냉가슴 앓듯? 장님 코끼리 만지기?

과거 장애인 차별, 성차별, 지역 차별 등이 아무렇지 않게 이뤄지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속담들은 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지금과 다른 세계관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상당히 많은 속담이 차별적인 표현을 담고 있는데, ‘벙어리 냉가슴 앓듯’,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속담도 이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자주 접하다 보면, 머리로는 표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입 밖에 내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차별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론 개인의 노력이 필수다. 습관적으로 나오려고 해도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런 차별 표현을 없애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대로 된 속담 교육도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속담을 가르치기 위해 여러 방법이 사용된다. 속담 카드를 만들어 암기하게 하기도 하고, 배경 이야기를 설명하는 책도 읽게 하지만 대부분 그 뜻과 배경만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에 속담을 검색해보면, 아직도 아이들에게 차별적인 속담을 암기하게 하는 경우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장님 코끼리 만지기의 경우 엄연히 장애인을 차별하는 내용을 담은 속담이다. 그런데 숙제라며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속담을 사용해서 간단한 예문을 만들어달라는 인터넷 질문이 올라와 있기도 하고, 지식 백과에 시각 장애인을 묘사한 그림까지 나오며 배경을 설명하는 내용이 실려 있기도 하다. 이들은 모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차별적인 속담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는 매우 흔하다. 많은 사람들이 차별적 속담이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방해가 된다는 점에 동의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있어 잘못된 속담들이 계속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속담을 가르치는 것은 중요하다. 차별적인 속담들은 따로 묶어 처음부터 쓰면 안 되는 말로 설명해주거나, 아예 교육 내용에서 생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어른들이 차별적인 내용을 담은 속담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바른 속담 교육이 평등하고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로운(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