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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 평정심이 필요하다면 지아조토 '알비노니 주제에 의한 아다지오'
입력 : 2020.04.29

깨끗했던 책상 위에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입니다. 이것도 끝내야 하고 저것도 끝내야 해요.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있는데, 책상 위의 것들이 하나같이 저를 노려보며 일을 빨리 끝내라고 독촉합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도 충분한 여유를 갖는 게 힘들어요. 빨리 결정해야 됩니다. 물건을 사는 것도 한정판이라며 마감이 임박하다고 조여 오는군요. 생각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일도, 사람도 뭐든 뒤에서 쫓아오는 기분이에요.

사람 많은 곳에서는 천천히 길을 걷는 것도 민폐죠. 천천히 가면 뒷사람 화냅니다. 운전은 더할 나위 없지요. 신호등 방금 바뀌었는데 출발 안 하고 있으면 바로 경적 울립니다. 왜 안 가냐는 거지요. ‘그래요, 저도 지금 막 가려고 했어요!’ 뭐든지 조금 기다리고, 천천히 하면 난리가 납니다. 빠른 게 좋다고 너도 나도 속도전이에요. 요리도 제한 시간 안에 빨리 해내는 사람이 승자가 되고, 밥도 빨리 먹고 자리 비켜줘야 하고, 물건 배달도 퀵이 최고고, 하다못해 버튼 누르기가 바쁘게 수정 불가인 주문앱들도 많습니다.

빨리 승진해야 하고, 빨리 결혼해야 하고, 빨리 애 낳아 길러야 하고, 빨리 집 사야 하고, 뭐든 후딱후딱 해치우라는 명령을 받고 사는 사람들 같습니다. 모두들 지금이 아니면 절대 안 될 것처럼 서두르며 급하게 살고 있습니다. 누굴 탓할 일도 아니에요. 저 역시도 저를 닦달하고 있으니까요. 빨리빨리 해야 하는데, 어쩌려고 그러니!

옆에서 다들 바쁘게 사는 걸 보면 은연중에 마음이 급해집니다. 급하게 서두른다고 해서 일이 다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말입니다. 타인의 때와 나의 때가 다를 수 있는데, 그것을 편안하게 인정하지 못합니다. 삶 속에서 자신의 속도를 잃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해야 할 때! 바쁠수록 차분해지려고 노력하는 그럴 때 들으면 좋을 음악입니다. 내 마음에 아다지오가 필요할 땐 지아조토의 ‘아다지오’가 좋습니다.

 

내 마음에 아다지오가 필요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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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아다지오’라는 음악 용어를 제목으로 가진 곡입니다. 이 곡은 지금까지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로 많이 알려졌었습니다. 그래서 클래식 음반 처음 들을 때 이 곡을 제일 먼저 듣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알비노니(Albinoni)의 이름과 곡의 제목(Adagio)이 알파벳 ‘A’로 시작해서 목록대로 듣다 보면 처음에 위치하게 됩니다. 작곡가 토마소 알비노니는 1671년부터 1751년까지 활동한 이탈리아 작곡가로 비발디, 바흐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바로크 작곡가예요. 알비노니의 여러 작품이 있지만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곡은 바로 이 아다지오입니다.

원래 이 곡은 알비노니의 교회 소나타의 일부였습니다. 그런데 이탈리아 작곡가이자 음악사 학자인 레모 지아조토(Remo Giazotto, 1910-1998)가 독일 드레스덴의 도서관에서 이 악보를 발견합니다. 지아조토는 알비노니의 작품 목록을 만든 사람인데, 알비노니의 교회 소나타를 가지고 자신의 음악적인 생각을 더해서 아다지오라는 곡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라고 알고 있지만, 이제는 지아조토가 작곡한 ‘알비노니 주제에 의한 현과 오르간을 위한 아다지오’라고 설명하는 게 좋겠죠? 그런데 왜 지아조토의 작품이 알비노니의 작품으로 알려졌을까요? 지아조토는 성격이 참 좋았나 봐요. 1910년에 태어나서 1998년에 죽었는데, 두 차례의 전쟁을 경험하며 인생관이 많이 바뀝니다. 그는 융단 폭격으로 폐허가 된 드레스덴을 방문했을 때 전쟁의 참혹함을 눈으로 보고 느끼면서 인간에 대한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 곡은 알비노니가 없었으면 탄생할 수 없었으니 알비노니의 곡이 맞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1950년대 이후부턴 후세의 연구가들이 지아조토의 작품으로 정정하기 시작하죠. 자기가 해놓고도 알비노니의 덕으로 모든 것을 돌리다니. 오히려 다른 사람의 업적을 가로채서 자기가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더 많은 요즘인데 지아조토도 참 대단합니다.

주변에서 ‘아다지오’라는 단어 많이 듣게 됩니다. 원래 아다지오는 ‘천천히, 아주 느리게’라는 뜻의 음악 용어예요. 일종의 빠르기말인데, 아다지오라고 붙은 곡일수록 멜로디가 아름다운 경우가 많습니다. 유명한 제빵회사의 카페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식사 후에 사람들 손에 테이크아웃 커피 ‘아다지오’가 들려 있습니다. 모두들 아다지오를 들고 있지만 알레그로(빠르게), 때로는 비바체(아주 빠르게)로 걸어갑니다. 원곡인 알비노니의 교회 소나타 그리고 지아조토의 소생술로 태어난 ‘알비노니 주제에 의한 아다지오’와 더불어 라라 파비온의 노래 ‘아다지오’도 좋습니다. 라라 파비온은 얼핏 들으면 셀린 디온 목소리 같지만 그녀와는 다른 톤으로, 중량감 있으면서 호소력 짙은 목소리의 디바예요.

삶의 속도를 늦추고 평정심이 필요한 순간에 들어보세요. 이너피스( Inner Peace)!

 

유튜브 검색어- 지아조토 ‘알비노니 주제에 의한 아다지오’

HAUSER - Adagio (Albinoni)

 

라라 파비온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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