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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명태, 생태, 동태, 흑태, 북어, 노가리... 헷갈리세요? 탐험대원 '느루'의 언어탐험
입력 : 2020.04.07

마법사가 요술을 부리듯 상황에 따라 자신의 이름을 바꾸는 생선이 있다. 바로 명태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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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란 대구목 대구과의 바닷물고기를 가리킨다. 몸의 길이는 40~60cm이고, 등은 푸른 갈색, 배는 은빛을 띤 백색이다. 한류성 어류로 국립 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북태평양 지역(한국 동해, 일본, 오호츠크해, 베링해, 미국 북부)에 분포한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친숙한 물고기로 중국어로는 밍타이위(明太鱼), 일본어로는 멘타이(明太)라고 불린다. 이러한 명태는 상태에 따라서도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갓 잡았을 때의 싱싱한 상태의 명태는 날 생자를 써서 생태(生太)’라고 불린다. 이를 얼리게 되면 얼 동자를 써서 동태(凍太)’가 된다. 그리고 말린 명태는 말린 상태에 따라 또 다시 다양한 이름으로 나뉜다. 바싹 말린 명태는 북어(건태, 乾太)’라고 부른다. 겨울철 찬바람에 얼리고 녹이기를 반복해 노랗게 말린 명태는 황태(黃太)’라고 한다. 황태를 만들기는 쉽지 않은데 소위 황태의 실패작도 나름의 이름을 가진다. 기온차가 커서 추위에 하얗게 마르게 되면 백태(白太)’, 날씨가 포근해져 미처 충분히 얼지 못해 속은 노릇하고 겉은 거무스름한 빛깔을 띠게 되면 흑태(黑太)’가 된다. 내장과 아가미를 빼고 코에 꿰어 반건조하면 코다리라고 불린다. 어린 명태를 바싹 말린 것은 노가리라고 한다.

또한 잡는 방법과 잡는 시기에 따라서도 명태는 다양한 이름을 가진다. 그물로 잡은 것은 망태(網太)’, 낚시로 잡은 것은 조태(釣太)’라고 한다. 봄에 잡은 것은 춘태(春太)’, 가을에 잡은 것은 추태(秋太)’, 겨울에 잡은 것은 동태(冬太)’가 된다. 그리고 1월에 잡은 것은 일태’, 2월에 잡은 것은 이태등으로도 불린다. 뿐만 아니라 잡은 지역에 따라서도 강원도에서 잡은 것은 강태(江太)’, 앞바다에서 잡은 것은 지방태’, 원양어선이 큰 바다에서 잡은 것은 원양태등의 이름이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2008년부터 명태의 공식 어획량 통계가 눈에 띄게 적어 졌다. 이는 과거 노가리 잡이가 허용되면서 미성숙한 명태들을 무분별하게 잡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어린 명태들이 미처 번식 가능한 성어로 성장하지 못한 채 잡혀 버린 것이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2014년부터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양식 기술을 통해 탄생한 명태 알을 부화시켜 치어를 생산하고 바다에 방류하는 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또한 2019년에는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1년간 명태 포획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리기도 했다.

양식을 통한 치어 방류나 관련 법안의 마련도 중요하지만, 명태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동반될 때 명태는 다시 국민 생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하루빨리 국내산 명태를 다시 많이 만나 다양한 이름에 맞는 다양한 맛을 음미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느루(필명)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 17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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