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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우리는 점점 어휘를 편식하고 있습니다 탐험대원 '나로'의 언어탐험
입력 : 202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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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알고 있는 단어는 모두 다르다. 살면서 접해온 어휘가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에겐 익숙한 표현이 다른 누군가에게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단어를 잘 모르더라도 물어보고 설명해주고 이해하면 소통에 큰 무리는 없다. 소통에 문제만 없다면 단어의 철자나 의미를 정확하게 몰라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어의 의미를 몰라 소통에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주위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고등학생 때, 인생 18년 동안 음료수음류수라고 알고 있었던 친구가 있었다. 발음을 할 때는 큰 차이가 없어 자신이 철자를 잘못 알고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했다. 나와 친구들은 음류수라고 적힌 친구의 노트를 보고 놀리기도 했지만, 솔직히 놀라기도 했다. 이런 일상적인 단어도 정확하게 모른다면 다른 어휘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지 걱정도 되었다.

대학생 때, 자신의 애완동물에 대한 사랑을 잔뜩 드러내는 친구를 보며 팔불출이라고 했더니 팔불출이 뭐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전에는 팔불출이 몹시 어리석은 사람을 이르는 말로 나와있지만, 실제로는 아내나 자식을 자랑하는 사람을 가리킬 때 자주 사용한다고 설명해주었다.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친구를 놀리는 상황이 단어의 의미를 설명하는 상황으로 바뀌면서 대화의 맥락이 끊기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며 그 친구에게 말을 할 때마다 이 표현은 알고 있을까?’하는 생각을 한 번 더 거쳐야 해서 대화를 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이런 소소한 어휘를 모를 때에도 소통에 문제가 생기는데, 중요하거나 핵심적인 어휘를 모를 때는 대화가 이어지기 더욱 어려울 것이다. 요즘 어휘 편식 현상이 심해지면서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 같다. ‘어휘 편식 현상은 특정 분야에 관련된 단어만 습득하고 나머지 분야에 관한 단어는 거의 알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생각해 낸 말이다.

어휘 편식 현상은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심화되는 것 같다. 내가 봤던 영상과 비슷한 내용의 영상이 자동으로 추천되거나, 내가 검색했던 정보와 관련된 게시물이 반복해서 노출되는 등 인공지능의 영향으로 우리가 접하게 되는 정보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 넓은 정보의 바다를 만날 수 있게 되었지만 편의를 이유로 좁은 바닷가에서만 헤엄치게 된 것이다. 익숙한 내용의 정보만 접하다 보니 그 분야의 어휘만 익히게 되고 관심 분야가 아닌 어휘들은 더욱 멀리하게 된다. 이렇게 정보와 어휘를 편식하게 됨으로써 다른 관심 분야를 가진 사람과의 대화가 단절되어 가는 것 같다.

대화 단절의 요인이 되는 어휘는 다양하다. 새로 나온 전자기기에 관한 어휘일 수도 있고,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사회현상에 관한 어휘일 수도 있다. 해당 분야의 어휘를 모르면 그 분야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과의 대화가 단절될 수밖에 없다. 단어의 의미를 설명하며 대화를 이어 나가기엔 설명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어휘들을 골고루 습득해야 다양한 사람과의 대화가 가능해진다. 어쩌면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갈등은 서로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읽은 당신은 균형 잡힌 콘텐츠로 어휘를 고르게 섭취하고 있는가?

나로(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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