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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나만의 리틀 포레스트'가 필요한 순간에 헨델 오페라 세르세 HWV. 40 중 ‘라르고 (옴브라 마이 피우)’
입력 : 2020.03.25
오페라의 한 장면. 사진=셔터스톡

 영화와 텔레비전이 나오기 한참 전인 18세기에 사람들은 무엇에 열광했을까요? 바로크 시기 그들은 헨델을 필두로 슬슬 오페라에 귀를 기울입니다. 드라마와 서사가 있는 음악, 의상을 입고 연기하는 가수와 무대장치, 무용이 음악과 함께 하면 이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볼거리였죠.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면 음악으로 빠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이탈리아 태생이지만 프랑스에서 활동한 장 밥티스트 륄리의 발레 음악, 이탈리아 안토니오 비발디의 협주곡, 독일의 게오르크 필립 텔레만이 독자적으로 탄생시킨 식탁 음악 타펠 뮤직,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모두 바로크를 대표하는 음악입니다. 이번에는 바흐와 같은 연도에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한 헨델의 오페라를 감상해 볼까요?

 1685년 바흐와 같은 해에 태어났지만 평생을 독일의 동부 작센 지방에서 살았던 바흐와 달리 헨델은 영어식 이름(조지 프레드릭 헨델)으로 개명까지 해가며 도버 해협을 건너 영국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습니다. 바흐에 비해서 훨씬 다국적 성향이었고, 기악뿐만 아니라 많은 오페라도 작곡했습니다. 여러 주제, 여러 장르, 여러 나라에 대한 관심 등 한 가지에만 집중하지 않았죠. 바흐가 완전 주도면밀하게 음악의 순기능에만 집중했다면 헨델은 전방위적으로 음악을 다룰 줄 아는 사업가였습니다. 바로크 이전 르네상스 시대에도 헨델과 같은 화가가 있었습니다. 짐작하셨나요? 맞아요, 한스 홀바인(독일, 1497-1543)입니다. 헨델과 같이 독일인이지만 영국 왕의 사랑을 가득 받았어요. 대륙인인 그를 어마 무시한 영국 왕 헨리 8세가 인정했다니 대단합니다. 대사들, 헨리 8세 등이 바로 그의 작품입니다.

나만의 리틀 포레스트가 필요한 순간에

 소개할 음악은 그의 대표적 오페라이자 말기 오페라인 ‘세르세’ 중에서 ‘옴브라 마이 피우’입니다. 이탈리아어 제목이고 뜻은 ‘그리운 나무 그늘 아래서’ 정도로 해석됩니다. 이 곡은 ‘세르세’에서 페르시아 왕인 세르세가 부르며 가장 처음 나오는 아리아예요. 원래 이름은 크세르크세스, 이탈리아어로 세르세, 영어로는 저크시스라고 부릅니다. 그는 밖으로 보기엔 굉장히 용감하고 남성적이지만 실제론 소심하며 사랑 때문에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입니다. 불안한 내면의 세계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이 곡은 세르세 왕이 자신에게 편안한 안식을 주는 플라타너스 나무에게 부르는 노래입니다. 헨델의 작품들 중 가장 유명한 선율 중 하나인데, ‘라르고’라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왕이라는 자리가 남 보기엔 좋지만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불안하고 위태로운 자리입니다. 원래 잃을 게 많고 욕심이 생길수록 마음이 불안해지는 법이잖아요. 왕이라 차마 겉으로는 불안한 마음을 보일 수 없었겠죠. 우린 다 약한 인간입니다. 저는 이 세르세 왕이 다른 것도 아닌 자신을 편하게 해 주는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서 이 곡을 불렀다는 걸 보면서 굉장히 공감했어요. 사람들은 자연을 보면 다 터놓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등산 가서 모르는 사람한테 속이야기 하는 것처럼요.

 오페라의 무대는 지금의 이란 지역인 페르시아이고 시기는 기원전 480년이에요. 페르시아의 왕 세르세는 동생아르사메네와 사랑하는 사이인 로밀다에게 반합니다. 로밀다는 세르세 왕을 모시는 장군의 딸이에요. 화가 난 왕은 동생을 해외로 추방시키고, 아르사메네는 로밀다에게 편지를 보내요. 그런데 이 편지가 로밀다의 여동생 아탈란타에게 잘못 전해집니다. 로밀다의 여동생인 아탈란타는 아르사메네에게 은근히 연정을 품고 있었는데,  언니와 아르사메네 사이를 갈라놓으면 되려니 생각하고 일을 꾸밉니다. 사실 말도 안 되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얘기예요. 하지만 주인공들에겐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죠. 연애편지가 잘못 전해진 것이니까요. 지금 같으면 사회면에 실릴 이야기예요. 아무튼 일이 잘못돼도 뭔가 크게 잘못되어 가니 동생은 세르세 왕에게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은 로밀다라고 분명히 말하고 로밀다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왕은 동생의 말을 안 믿고 로밀다에게 청혼을 해요. 여기서 중요한 건 세르세 왕에겐 약혼자가 있다는 겁니다. 약혼자도 세르세 왕의 변절에 괴롭죠. 결국 왕은 크게 뉘우친 후 약혼자와 맺어지고, 세르세 왕의 동생인 아르사메네와 로밀다도 행복한 결말을 이룹니다. 어찌 보면 결말이 뻔한 이야기가 얽히고설켜 있어요. 예나 지금이나 사랑은 무섭습니다. 복잡한 내용이 현대판 삼류 드라마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드라마틱하죠. 또 한 번 느끼는 거지만 사람 사는 건 예나 지금이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해요. 오페라의 복잡한 줄거리가 부담스럽다면 ‘왕 세르세가 연인을 찾으려고 성안의 온 정원을 돌아다니다가 지쳐서 쉬면서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서 이 노래를 했다’ 정도만 알면 될 것 같네요.

 사실 역사를 좋아하는 분들은 세르세라는 이름을 들으면 오페라보다는 페르시아 전쟁사가 떠오르실 겁니다. 다리우스 왕의 아들이 이 크세르크세스 1세 즉 세르세예요. 역사와 함께 음악을 들어보는 것도 흥미롭겠죠? 특히나 헨델의 오페라는 성서와 신화, 세계사와 아주 많은 관련이 있으니 여러분이 좋아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조금씩 범위를 넓혀보세요.

여자 같은 남자가 부르거나, 바지 입은 여자가 부르는 노래

 원래 오페라에서 주인공 세르세는 카스트라토 그러니까 거세한 남성 소프라노가 불렀는데 요즘은 메조소프라노나 혹은 카운터테너가 부릅니다. 카운터테너의 음색이 굉장히 이색적이면서 멋있어요. 가성으로 부르는 그들의 매력에 빠지면 전형적인 남성 목소리의 테너나 바리톤 베이스와는 또 다른 특별함을 느낄 겁니다.

 헨델의 라르고 들으면서 잠시나마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 내려놓았으면 합니다.

 

유튜브 검색어

헨델 오페라 세르세 중 ‘옴브라 마이 피우’

 

Andreas Scholl: Largo di Handel : Ombra mai fu : Aria da Xerxes HWV 40
노래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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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ju6427   ( 2020-03-28 )    수정   삭제 찬성 : 0 반대 : 1
음~ 라르고는 기운없이 불러야겠구나!
  문외한   ( 2020-03-28 )    수정   삭제 찬성 : 5 반대 : 0
글쓰는 솜씨가 좀 서투른 듯! 오페라 세르세의 내용 설명에서 세르세왕의 동생을 처음 거론할 때 부터 그 동생의 이름이 아르사메네임을 명시했으면----즉 예를 들어서 그냥 '동생'이라고 하지 말고 처음 부터 '동생 아르사메네'라고 했으면----복잡한 인간관계의 갈등을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텐 데, 내용을 잘 모르는 이들은 내용을 읽으면서 헤매게 써 놨으니. 쩝!
  김일용   ( 2020-03-28 )    수정   삭제 찬성 : 5 반대 : 2
헨리 8세는 스스로 작곡도 많이 했던 다재다능했던 왕이죠. 글도 뛰어났고 결혼도 많이 하고...
 글 제목에 '라르고'라 했으면 아리아 '옴브라 마이 피우'만 언급할 게 아니라 관현악으로 편곡한 것도 소개하셨어야지요? 유튜브 동영상 둘 중 하나는 관현악 편곡을 소개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헨델 오페라라면 세르세 외에도 '리날도' 중에 나오는 '홀로 울게 하소서'를 소개해도 괜찮을 것 같고(카스트라토라는 키워드가 빠지니 임팩트가 약하긴 합니다), 신구약 중간사의 이스라엘 영웅 '주다스 마카베우스'를 그린 오라토리오 '주다스 마카베우스' 중 '보아라 용사 돌아온다'도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곡입니다.
 "카운터테너가 이색적이면서 멋있다"고요? 여자라서 그렇게 느끼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남자가 듣기엔 징그러워서 질색입니다. 본능적으로 반감이 들어요. 카스트라토 음색이 어땠을까 궁금하긴 합니다. 녹음돼 있는 자료도 없고.... 영화 파리넬리에 나왔던 음성과 비슷했을 것이라 생각은 합니다만... 그 영화에 헨델이 나왔던 것 같은데... 무조건 고음을 많이 넣지 말고 사람을 감동시키는 작곡을 해야 한다면서 흥행에 눈이 멀어 기교에 치중하는 작곡을 하던 후배 작곡가를 나무라는 장면이 기억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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