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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불편한 눈웃음 ^^ 탐험대원 '나로'의 언어탐험
입력 : 2020.02.25

일상에 우리는 아래와 같은 용법의 눈웃음 표시(^^)를 자주 접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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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그 눈웃음 표시의 의미가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문자언어 상황에서 표정을 나타내는 방법으로 이모티콘을 사용한다. 이모티콘은 1990년대에 처음 등장하여 지금까지 꾸준히 사용되고 있다. 그중 눈웃음을 나타내는 ^^은 주로 친절하고 부드럽게 말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사용되어 왔다. 예의 있어 보이거나 격식을 차린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다음 문자의 예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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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대화에서 눈웃음은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을까? 아래의 해석을 보기 전에 먼저 추측해보자.

위 문자에서 친구는 ^^을 사용함으로써 ^^ 앞에 한 말이 농담이라는 것을 표시하고 있다. 상대방을 놀리는 말을 한 뒤에 ^^를 붙임으로써 장난스러움을 부각하고 있다. ‘^^을 보고 친구가 진심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혹은 장난을 치는 상황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는 자신의 기분을 반어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을 사용한다.

이렇게 ^^은 이 글의 처음에 보인 예에서 사용된 것과는 분명 다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웃는 표정을 나타냄으로써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는 친구가 갑자기 집에 놀러오겠다는 상황이 달갑지는 않지만, 불편함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눈웃음 기호를 사용해 대답하고 있다. 이처럼 요즘 젊은이들은 눈웃음을 친절함의 표시로 사용하기보다는 장난을 치거나 감정을 반어적으로 드러낼 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 의미는 불과 10년 전과 비교해보아도 꽤 다른 것 같다. 친절함의 표시였던 눈웃음의 의미가 왜 장난 혹은 언짢음의 의미로 변화하게 되었을까?

먼저 이모티콘의 발달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실 요즘 이모티콘이라고 하면 모바일 메신저의 그림 이모티콘을 떠올린다. 다양한 캐릭터와 애니메이션 효과 등으로 무장한 이모티콘이 쏟아져 나오면서 ^^과 같은 기호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표현할 이유가 사라졌다. 그림 이모티콘으로 섬세한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데 굳이 투박한 기호로 감정을 나타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 기호는 젊은이들에게 낯설고 촌스러운 이모티콘이 되어 버렸다.

^^ 기호의 사용 빈도가 줄었다고 이 기호가 키보드나 핸드폰 키패드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 사용될 여지가 남아있는 것이다.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화려한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표현하다가 갑자기 투박한 ^^으로 감정을 표현한다면 어떨까? 대화의 상대방은 얘가 왜 ^^을 썼지?’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려 할 것이다.

그때 떠올리게 되는 것이 바로 불편한 눈웃음이다. 친절한 눈웃음이 아닌 친절한 척하며 불편한 의도를 숨기는 눈웃음인 것이다. 이는 그림으로 표현하기 애매하고 한마디로 정의하기도 모호한 의미이다. ^^으로 불편함을 드러내지만, 그 불편함이 가벼운 것임을 알기에 서로 재미있게 여기고 자주 사용하는 것이다.

한편, ^^의 의미가 변화한 이유를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젊은이들에게는 언짢아도 웃어야 하는 상황이 많다. 이러한 상황이 불편한 눈웃음을 등장하게 한 것은 아닐까? 이런 상황은 물론 과거에도 존재했을 것이다. 목소리가 들리는 대화가 주로 이루어졌던 시기에는 말투나 표정 등으로 쓴웃음을 드러낼 수 있었지만,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대화 상황이 확대되면서 사람들은 쓴웃음을 기호로 표현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했을 것이다. 이렇게 친절한 웃음을 표현했던 ^^은 새로 등장한 화려한 이모티콘에 자리를 내주고 쓴웃음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은 아닐까? 쓴웃음은 투박하게 표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테니까.

어쩌면 일상 속의 폭력성에 대해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장난을 조심스럽게 치려는 젊은이들의 노력이 ^^에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해석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난을 치면서 ^^을 함께 사용하여 나는 지금 진심이 아니라 장난을 치고 있는거야~ 내 말을 가볍게 여겨줘라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장에 ^^을 사용함으로써 상대방이 자신의 의도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눈웃음의 의미가 언제부터, 왜 변화했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다양한 추측만 해 볼 뿐이다. 그러나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달라진 눈웃음의 의미이다. 당신이 사용한 친절한 눈웃음이 상대에게 쓴웃음으로 읽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자에는 목소리와 표정이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나로(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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