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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캐슬, 숙명여고, 그리고 조국 교수 10억 원이 생긴다면 감옥에 가도 괜찮다고?
입력 : 2020.02.24

조선 시대 어느 마을 서당에 학문의 깊이는 물론 덕망이 높은 스승이 있어 그 마을에는 과거에 급제하는 젊은 제자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어느 날 지방 원님으로 떠나는 제자가 훌륭한 관리가 되는 길에 대한 가르침을 받으면서 스승에게 질문을 던졌다.

“백성들의 작은 잘못은 눈감아 주어도 되는지요?”
“절대 안 된다.”
“백 냥을 받고, 잘못을 눈감아 주어도 되는지요?”
“안 된다.”
“만 냥을 받고, 잘못을 눈감아 주어도 되는지요?”
“… 조심해서 받아라.”
그리고 스승은 덧붙여 말하였다.
“그래서 훌륭한 관리가 되기 힘든 것이고, 돈이 무서운 것이다.”

어쩌면 스승은 앞길이 창창한 젊은 제자에게 역설적으로 올바른 힘과 유혹의 무서움을 이야기한 것 같다. 인생을 살다 보면 양심에 걸려 다소 불편한 마음속에서 못 본 척 지나치거나, 조심스레 남의 눈에 안 띄는 부정을 저지르고, 혹은 자신이 갖고 있는 힘과 권한을 이용해 불법적인 일을 할 수 있는 때가 있는데, 그런 행동으로 큰 이득이 생기는 경우 ‘만 냥’ 앞에서 선 젊은 관리와 같이 그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작년에 방영된 TV 드리마 가운데 우리 사회를 가장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것은 ‘스카이 캐슬’이 아닌가 싶다. 일류대학 진학에 목을 매는 상류 사회의 모습을 묘사한 내용으로, 사회적 반향이 그렇게 컸던 이유는 오직 의대와 일류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매진하는 모습들이 나름 개연성이 있고 많은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정말 저럴 수 있겠구나’ 하는 심적 동조에서 비롯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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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카이캐슬'. 사진=JTBC

다른 각도에서 작년에 대학입시와 관련되어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사건으로는 숙명여고와 조국 교수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데, 숙명여고 사건은 학교 선생님이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들에게 학교 시험문제를 유출했다는 내용이고, 조국 교수 사건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조국 교수가 자녀들의 대학(원) 진학을 위해서 상장과 추천서 등을 허위 혹은 위조했다는 것이다. 향후 법적 절차를 통해서 시시비비가 판가름난다 하더라도 (심증이나 개연성을 떠나) 진실 여부에 대해서는 당사자들 외에는 쉽게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필자가 언급하고자 하는 바도 사건의 진실 여부가 아니고 그 사건에 대한 사회적인 심적 동조, 즉, ‘스카이 캐슬’과 같이 실제로 그럴 수 있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들이다.

몇 년 전 신문기사에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윤리의식 조사 결과에서 ‘10억원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1년 동안 감옥에 가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고등학생의 비율이 32%로 3명 중 1명 꼴로 나타났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청소년들의 윤리의식이 떨어지고, 입시위주 교육으로 학생들의 도덕의식이 황폐화되고 있다고 마무리하였는데, 기사를 보면서 필자가 다시 질문을 하고 싶은 내용은 만일 10억원이 아니고, 100억원이라면 그 비율은 어떻게 변할까 하는 점이다. 눈 한번 딱 감으면 평생이 보장되는 상황이라면 그 유혹을 이기기는 더욱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러한 모든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젊은 관리와 고등학생들의 윤리 의식을 높이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원님이 만 냥을 받고 잘못을 쉽게 넘어갈 수 있게 하거나 눈 한 번 딱 감으면 평생이 보장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사회를 투명하게 만들고, 제도를 올바르게 갖추는 일이 아닌가 싶다.

초등학교 자녀에게 다음 날 받아쓰기 답안지를 가져다주는 부모는 없다. 그렇게 해서 올라간 성적은 아무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아이에게 해가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그런 상황과 가능성에 개의치 않고, 실제로 발생하지 않으며 발생하더라도 사회적 문제가 되는 일은 없다. 마찬가지로 부모님들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표창장을 위조하지 않으며, 위조한 표창장을 아이 손에 쥐어 주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러한 행위는 가족 간의 신뢰를 깨뜨리고, 가족 모두를 공범으로 만들고, 철이 들어가는 아이들의 눈길을 뻔뻔스럽게 견딜 수 있는 부모들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표창장이 큰 효력을 발휘하는 곳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논란 속에서 ‘대학입시’는 우리 사회에서 한 번 눈을 감고 넘어갈 수 있고, 넘어갈 수 있다고 믿는 ‘만 냥’과 같은 존재인데, 대학입시 앞에서는 부모와 아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되고, 부모는 자녀에게 답안지를 미리 가져다 줄 수 있으며, 위조한 표창장을 아이 손에 쥐여 줄 수 있다는 것이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가 심적으로 동조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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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쌍둥이 딸의 시험지. 미리 암기해둔 것으로 보이는 메모가 보인다. 사진=조선DB

실제로 두 가지 사건 이후 필자에게 대학입시에 대해서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정시와 수시의 비율이 얼마면 좋겠느냐?’ ‘수시에 대한 해결책은 없겠느냐?’ 등등. 필자의 의견은 단순하다. 온 사회와 국민이 대학입시에 올인하고, 국가와 교육당국이 교육에 대한 기본 철학이 없는 현 상황에서는 어떠한 입시제도를 도입하고 어떻게 개선한다 하더라도 거기에 맞춰 새로운 편법과 탈법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몸 안의 병은 내버려둔 채 해열제만 먹을 경우 잠시 내려간 열이 당연히 다시 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로.

만 냥 앞에서는 앞길이 창창한 젊은 관리도 망설이고 혹은 불의한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열 냥 앞에서는 어떤 관리도 불의한 선택은 하지 않는 것과 같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대학입시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만 냥에서 열 냥으로 낮아지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과거 대학 진학율이 낮고 대학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시절에는 대학 간판이 중요했고 그로 인해 대학입시가 중요했었지만, 대학 교육이 보편화되고 자리잡은 오늘날, 더 나아가 고등학교 졸업생 수가 대학 정원보다 적어져 문을 닫는 대학이 늘어나야 하는 시대에 대학입시는 어쩌면 이미 ‘열 냥’ 가치로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온라인대중 공개수업(massive open online course, 무크) 등으로 전 세계 유명 대학 강의를 무료로 집안에서 들을 수 있는 세상,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기술들이 쓰나미 같이 닥쳐오는 세상 속에 대학입시는 더 이상 만 냥일 수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진정 우리 사회는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하는 사회’에서 ‘공부하기 위해 대학을 가는 사회’로 변해야 하며, 이를 위해 교육제도의 변화는 불가피한 선택을 넘어 절체절명의 과제로 다가왔다. 대학입시의 값어치를 열 냥으로 정상화하는 작업을 시작하자. 교육제도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없다.

 

이승섭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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