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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이승섭의 교육이 없는 나라
이승섭 교수는 학창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하던 모범생이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학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고, 카이스트 교수가 되어 우리나라의 과학영재들을 바라보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를 '교육이 없는 나라'라고 한다.
우리가 꿈꾸는 교육 만약 1년 후 지구가 멸망한다면?
입력 : 202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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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딥임펙트'의 한 장면.

 
 오래 전에 ‘딥임펙트’란 영화가 있었다. 소행성의 충돌로 지구가 종말의 운명에 처해지는 내용인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 그런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어느 날 미국 항공우주국 NASA에서 소행성의 지구 충돌 뉴스를 발표하는 상황을 상상해 본다.

 주말 저녁 온 가족이 TV 앞에 모여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긴급 뉴스로 1년 후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는 NASA의 중대발표가 나온다. TV를 보던 사람들은 처음에는 공포와 두려움에 쌓여 어찌할 바 모르는 상황이 벌어지겠지만, 시간이 지나 차분히 생각해 보면 마냥 울고 있을 일만은 아닌 것을 깨닫게 된다. 온 인류가 모두 함께 사라지는 불가항력 사건이라면 오히려 담담히 받아들이고 남은 1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아이에게 학원 숙제를 하라고 다그치는 부모가 있을까? 필자는 아마도 주말에 그동안 미루어왔던 가족여행을 갈 것 같다. 일요일에는 아이들과 신앙과 종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저녁에는 필자가 감명 깊게 봤던 영화를 같이 볼 것 같기도 하다. 필자가 학창시절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을 함께 읽고 그 책에 대해서 이야기도 나누고, 밤 새워 두런두런 그동안 함께 보냈던 지난 삶을 되돌아 볼 것 같기도 하다.  

 늦은 밤 뜬금없이 아이들과 함께 멀리 야외로 차를 몰고가 별을 보고, 어쩌면 하룻밤 텐트에서 자고 오는 계획을 짤 것 같기도 하다. 아이에게 기타를 배우자고 할 것 같고, 요리를 함께 배우고 싶기도 하다. 1년 밖에 안 남은 아이들의 삶이 어떻게 하면 더욱 행복하고 의미있게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찾고 노력할 것 같다. 부모로써 인생의 선배로써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일들을.

 필자는 아이들을 학원은 안 보내지만 학교에는 보낼 것 같은데,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자 할까?

 

우리가 꿈꾸는 교육

 수학 선생님은 쓸데없이 어려운 문제를 빨리 풀라고 실수하지 말라고 다그치기 보다는 유명한 수학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 것 같기도 하고, 수학적 증명과 함께 그 과정의 논리를 천천히 이해시키려 애쓸 것 같다. 영어 선생님은 단어 시험을 보기보다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을 길, The Road not Taken”을 영문으로 들려주고, 노랫말이 근사한 팝송을 가르쳐 주거나, 미드를 함께 보자고 할 것 같다.

 국어 선생님은 감명 깊게 읽었던 소설책들을 소개하면서 다음 주에 같이 이야기해보자고 하실 수도 있고, 미래의 꿈 혹은 다음 세상에 대해서 글을 써 보자고 할 것 같다. 음악과 미술 시간은 어쩌면 가장 의미 싶은 시간이 될 것 같은데,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줄 작가들의 이야기, 그리고 들려줄 음악과 보여줄 그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실컷 떠들고, 하고 싶은 운동을 마음껏 하면서 땀에 흠뻑 젖어서 귀가할 것 같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훌쩍 자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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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딥임펙트'의 한 장면.

 그러던 어느 날 NASA에서 또 다시 중대발표를 한다. 소행성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져 3년 후에 지구와 충돌한다고. 온 인류는 더해진 2년의 삶을 기뻐하며, 다시 자신들의 삶의 계획을 다소 여유로운 안목으로 짤 것 같다. 다시 결혼하고, 멀리 여행을 떠나고, 어쩌면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생길 것 같다.

 가정과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남은 3년의 삶을 더욱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길 것 같은데, 늘어난 시간 속에서 해외로 수학여행을 준비하는 학교도 있겠고, 자전거로 세계 일주 여행을 떠나는 가족도 있으리라. 그리고 1년 후 또 다시 NASA에서 중대 발표를 한다. 앞으로 10년 남았다고.

 ‘우리가 꿈꾸는 교육’을 상상하면서 던지는 질문은 과연 우리 사회는 몇 년 더 남아있다고 NASA에서 발표를 할 때, 다시 오늘날의 교육으로 돌아올까 하는 점이다. 학원에 보내고, 쓸데없이 어려운 문제를 풀게 하고, 많이 외우고, 서로 힘들어 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진정한 꿈의 교육은 무엇일까? 부모로써 선생으로써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가르쳐주고 싶은 진정한 교육은 어떤 내용일까? 어떻게 교육해야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고, 사회에 유익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될까?

 지구 멸망의 가정이 다소 불편하다면, 보다 현실적으로 대학입시가 없어진다면 우리는 어떤 교육을 할 수 있을까? 대학입시는 없어질 수 있고, 없어져도 큰 문제가 없으리란 것이 필자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교육이 살아있는 나라

 이러한 고민 속에 있었던 필자에게 이스라엘의 교육제도는 단비와 같았다. 이스라엘의 교육목적은 학생들을 다원화 사회, 민주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이 되도록 준비시키는 데 있고,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에 필요한 것들을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학교는 학생들이 정해진 답을 찾고 암기하기보다는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도록 장려하고 기존의 주장이나 이론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반박함으로써 새로운 주장이나 이론을 정립하도록 독려하는 등 창조성과 토론을 강조하는 교육에 주안점을 둔다고 한다. -과연 우리나라의 교육목적은 무엇이고, 그 목적 달성을 위해서 어떤 구체적인 교육제도와 방법이 시행되고 있을까? 그리고 모든 것들에 대해서 어떤 사회적 공감대를 가지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 교육은 주춧돌 없이 높게 쌓아 올린 모래성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이스라엘의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모두 2년 6개월 동안 군대에 가고, 군 복무를 마친 후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삼삼오오 세계여행을 다녀온다. 일반적으로 여행경비를 아끼기 위해서 여행과 일을 병행하고 여행경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저개발국을 많이 가는데, 세계여행에서 돌아와서 1년 동안의 대학시험 준비를 한 후에 대학 입학시험을 보고 대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이스라엘의 교육철학과 대학입시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듣던 날 필자는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왜 이스라엘의 교육이 노벨상의 산실이고, 이스라엘의 벤처기업들이 세계 최고인 까닭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중•고등학생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에 군대에 가야하는 교육제도 상 대학입시에 목을 매거나, 교육과정이 대학입시준비 일 필요가 전혀 없다.

 학교는 학생들의 능력과 개성에 따라, 그 나이에 맞는 교육을 충실히 시키면 되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모르는 것들을 질문하고, 친구들과 토론하면서 배움의 즐거움을 배우면 된다. 아마도 부모들도 가정에서 아이가 자라면서 그 나이의 가장 필요한 것들을 가르치고 함께 나누면 된다. 즉, 학교와 가정에서 입시준비를 위한 교육이 아닌 ‘교육을 위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군 복무와 세계여행을 마친 학생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넓은 세상의 경험을 통해, 대학 진학에 대한 분명한 목적과 이유를 갖게 되고 자신의 적성과 꿈을 바탕으로 전공을 바르게 정한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면 최선의 노력을 한다.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쁨과 즐거움을 일깨워주는 학교, 선생님들의 권위가 바르게 세워지는 학교, 학창 시절이 즐거운 학교, 대학 입시 결과보다는 교육 그 자체로 평가 받는 학교, 사교육이 필요 없는 사회, 자신의 꿈과 미래를 위해 대학에 가고 그곳에서 최선을 다 하는 사회, 창의와 도전 정신으로 열심히 가르치고 연구하는 대학. 우리가 꿈꾸는 ‘교육이 살아있는 나라’가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승섭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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