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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의 언어탐험
일상을 탐험으로 만드는 언어 탐험가이자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안 봐도 비디오, 근데 ‘비디오’가 뭐지? 탐험대원 '다온'의 언어탐험
입력 : 20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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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받는 흉내를 내 보아라는 요청에 당신은 어떤 손 모양을 하는가? 최근 큰 이슈가 되어 일명 옛날 초등학생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던 이 간단한 실험은 옛날 초등학생에 해당되는 필자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다. 수화기가 달린 전화기를 거친 세대의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해 위 사진의 왼쪽과 같은 손 모양을 한다. 전화기에 귀를 대는 부분과 말하는 부분이 있어 이를 표현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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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늘날 대다수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위 사진의 오른쪽과 같은 손 모양을 하는 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수화기가 달린 전화기를 썼던 세대는 오늘날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위의 질문에 옛날의 습관을 떠올려 답했다.

이처럼 우리는 과거의 문화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우리 몸에 새겨왔으며 그 관점을 토대로 다른 세대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렇기 때문에 세대 차이라는 말도 생겨났으며 세대 간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한다. 그렇다면 전화 받는 시늉에 따라 구분되는 일명 옛날 초등학생의 입장에서, 필자는 우리 세대에게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세대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언어의 세대 차이 중 비디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을 자주 쓴다. 이는 직접 보지 않고 말만 들었는데도 그 상황을 본 것처럼 머릿속에 장면이 그려진다는 뜻으로, 비디오의 매체상 특성을 언어로 담아낸 것이다. 비디오는 원하는 장면을 원하는 만큼 되돌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은 이렇게 마음대로 비디오를 돌려볼 때 이미 그 내용을 다 알기 때문에 다시 보지 않아도 된다라는 의미에서 생겨난 속어이다. 무언가가 뻔하다라는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우리는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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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00년대에 태어난 대부분의 아이들은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은 알지만 그런데 비디오가 뭐지?’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영상 신호를 자기 테이프에 기록하던 장치인 비디오가 어느샌가 우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려서, 일명 요즘 초등학생들은 비디오 기기도, 비디오 테이프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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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하여 최근 유튜브에 ‘200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이 카세트테이프에 보인 반응을 찍은 영상이 올라와 많은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우연히 서랍 안에서 자신의 옛 카세트테이프를 발견한 아버지는 아이들과 이 테이프와 관련된 소중한 추억을 공유하려 했지만, 세 남매는 테이프를 잡아당겨 망가뜨리기도 하고 헤드폰 연결 잭을 찾는 등 아버지의 추억에 공감하기는커녕 이게 무슨 물건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200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은 비디오고물로 여기며 사용법조차 알지 못한다. 물론 이들은 비디오에 녹화된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을 보거나, 비디오에 담긴 애니메이션을 보며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의 추억에 공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비디오를 경험한 세대는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을 만들어 냈고, 지금도 자연스럽게 이 말을 쓴다.

이제는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이 아니라 안 봐도 유튜브라는 말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말이 나올 만큼 세대 차이는 역사의 흐름에 있어서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당연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물론, 어원을 모른다고 일상에서 그 표현을 쓰는 것에 큰 지장은 없다. 하지만 어원을 살피면서 다른 세대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면, 웃으면서 세대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다온(필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1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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