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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을 잡고 싶은 아이 대치동 유명 학원 강사들을 보며
입력 : 2020.01.13

옛날 어느 마을에 아주 총명한 아이가 살고 있었다. 아이는 어릴 적부터 예사롭지 않은 총명함으로 마을 어른들의 사랑과 기대를 듬뿍 받고 자랐는데, 어른들은 아이를 볼 때마다 나중에 크게 성공해 고향을 빛낼 것이라 이야기하곤 하였다. 아이의 꿈은 용을 잡는 것이었는데, 용을 잡겠다는 아이의 꿈은 마을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 그 나라에는 아직까지 용을 잡은 사람은커녕 용을 본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느덧 소년이 된 아이가 용 잡는 방법을 가르쳐 줄 스승을 찾아 고향을 떠나던 날, 모든 마을 사람들은 마을 어귀까지 배웅을 하며 소년의 성공을 한 목소리로 기원하였다. 하지만 막상 고향을 떠난 소년이 용 잡는 방법을 가르쳐 줄 스승을 찾는 일을 쉽지 않았다. 전국 각지를 다니면서 훌륭한 많은 스승들을 만나보았지만 막상 용 잡는 방법을 알고 있는 스승은 없었다.

스승을 찾아 세월을 보내던 어느 날 소년은 저 먼 깊은 산 속에 용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스승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기쁜 마음으로 산 넘고 강 건너 천신만고 끝에 스승을 찾은 소년은 자신을 제자로 삼아 용 잡는 방법을 알려 달라며 스승 앞에 무릎을 꿇었다. 스승은 소년에게 10년의 고된 수련기간을 잘 견뎌야 한다는 다짐의 다짐을 받았다.

10년의 수련기간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소년은 항상 기쁨 마음으로 수련에 열중하였다. 하루하루 새롭게 스승에게 배우는 용 잡는 방법은 신기하고 때로는 경이롭기까지 하였으며, 소년의 총명함으로 인해 수련의 경지는 더욱 높아갔다. 10년의 수련 기간이 끝나던 날. 어느덧 청년이 된 소년은 정든 스승 앞에 다시 무릎을 꿇고 하직 인사를 한 뒤 산에서 내려오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자 이제, 용을 잡으러 가자!”

산에서 내려온 청년은 온 나라의 산과 들을 다니면서 용이 숨어있는 곳을 찾아 헤맸다. 용의 전설이 내려오는 마을들은 샅샅이 뒤졌고, 바다 건너 이웃나라까지 용의 흔적을 찾아 긴 여행을 떠나기도 하였다. 그러는 동안 세월은 또 다시 빠르게 흘러 10년의 세월이 지나갔다. 그리고 어느덧 30살을 훌쩍 넘기게 된 청년은 어느 날 깨달았다. 세상에는 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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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용을 좇던 아이는 어떤 청년이 됐을까

이 이야기는 ≪위대한 멈춤≫의 저자인 카이스트 동문 박승오 님이 필자에게 들려준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마치면서 박승오 님은 필자에게 그 청년이 어떻게 되었을 것 같으냐, 필자가 그 청년이라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질문하였다. 질문을 받은 필자는 일단 가슴이 먹먹해졌다. 청년이 보낸 20여 년의 시간들이 영화 속 장면과 같이 필자에게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답답하고, 안쓰럽고, 한편으로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실망 속에서 고개를 숙이고 고향으로 돌아갈 것 같다는 필자의 답변에 박승오 님은 청년이 산 속으로 들어가 용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스승이 되었다고 하였다.

필자는 뒤통수를 크게 한 방 맞은 느낌이었다. 결말이 너무 뜻밖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순간 박승오 님이 필자에게 이 이야기를 해 준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필자가 학생을 가르치는 스승, 선생이기 때문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이야기를 곱씹어 보면서 가장 먼저 혹시나 필자가 가르치고 있는 것들이 용 잡는 방법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 우려는 필자의 전공과 가르치는 내용들이 세계적으로 산업에 널리 사용되고, 졸업생들이 사회에 나가 국내외 대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지에서 나름 다양한 기여를 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금방 해소되었다. 그리고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꼬리를 물면서 필자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청년의 스승은 용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혹시 용은 있는데, 아직 못 찾은 것이라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을 거듭할수록 청년의 마지막 선택이 어떤 의미에서는 최선의 것임을 차츰 깨닫게 되었다.

자신의 꿈 혹은 삶의 의미를 제쳐두고 먹고 사는 문제만을 기준으로 볼 때 필자도 그런 선택을 했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10년 동안 고생하며 배운 것이 용 잡는 방법 밖에 없는 청년은 용 잡는 방법을 가르치면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쉬운 길이고, 경제적으로 가장 이득이 남는 길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필자는 산에서 내려와 큰 도시에 용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학교를 세우고, 비싼 학비를 받으며 수많은 학생들을 가르칠 것 같기도 하였다. 필자의 제자들도 또 다른 도시들로 펴져 용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학교를 세우게 되면, 필자는 더 큰 돈을 벌고 사회적 명성도 얻을 것 같았다. 세월이 지나 그 나라에는 용 잡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도 넘쳐날 것이다. 더 많은 비법을 아는 사람들은 그 비법들을 아랫사람들에게 전수하면서 먹고 사는 커다란 공동체가 형성될 것이다. 


용 잡는 방법보다 소·닭 잡는 방법의 교육이 필요

필자가 이 이야기를 장황하게 풀어놓은 이유는 우리 사회가 용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사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강연에 나가 어른들에게 던지는 질문 중 하나는 고등학교 이후 사회에 나가 인수분해와 미적분을 풀어본 사람이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손을 드는 어른은 없다. 우리는 어쩌면 평생 한 번도 써먹지 못할 내용들을 배우기 위해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구나 그 고된 과정 속에서 불필요하게 고민하고, 때로는 쓸데없이 좌절하면서 정작 학교에서 배워야 할 ‘배움의 즐거움’은 배우지 못하는 것 같다.

공대 교수인 필자는 인수분해와 미적분이 필요 없다는 논지로 이러한 질문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중고등학생 시절 정확한 개념 혹은 ‘배움의 즐거움’ 없이, 쓸데없이 어렵고 많은 문제들을 풀고 있는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수학만큼 아름다운 학문도 없고, 수학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더 커지리란 것도 당연하지만, 잘못된 교육제도로 인해 우리 사회는 오히려 학교에서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를 양산하는 것도 사실이다. 즉, 불필요하고 쓸데없이 어려운 용 잡는 방법을 가르치다 배움 자체를 일찍 포기하게 만들고, 일상 생활에 필수적인 소 잡는 방법, 닭 잡는 방법은 막상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못하는 것 또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용 잡는 방법을 가르치고 배우고, 언젠가는 용을 만난 수 있으리란 기대 속에서 한 평생 살아가는 우리 사회 속에서 많은 총명한 아이들은 오히려 더욱 억울한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

대치동 학원가의 유명 강사들 가운데 많은 서울대와 KAIST 졸업생들을 볼 때면, 용 잡는 꿈을 가졌던 그 총명했던 아이가 생각난다. 우리 사회와 학교는 우리 아이들에게 용 잡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승섭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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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감동   ( 2020-01-16 )    수정   삭제 찬성 : 4 반대 : 0
정말로 멋진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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