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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인생은 미완성,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살아야 해!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
입력 : 2019.11.22
사진=셔터스톡

누구에게든 12월은 생각이 많아지는 달입니다. 잘 살았건 못 살았건 한해를 마무리하는 달이기 때문입니다. 연초에 세운 계획들을 되짚어보며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 사이에서 나름의 점수를 매겨봅니다. 올해 저의 점수는 몇 점이나 될까요? 여러분의 점수는 몇 점인가요?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목표 달성률이 낮으면 너무 괴롭고 일 년을 무의미하게 살았나 싶어 자책을 많이 했습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는데 왜 맨날 제자리인지, 다른 사람들처럼 저도 한 번 흔히 말하는 대박도 터뜨리고 싶고, 인생의 터닝포인트라는 변곡점도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남들은 쉽게도 되는 일이 왜 저만 힘든지…. 연말이 뿌듯하기보다는 불편하고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애써 외면했던 현실을 마주치는 자체 평가와 자아비판의 시간! 헛헛한 마음을 달래면서 올해 못 이룬 일들을 새 수첩에 옮겨 적고 또 다시 계획을 세웠습니다. 언젠가는 꼭 완성하리라는 각오를 하면서요. 잘살아야 된다! 뭔가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흔적을 남겨야 한다! 결과가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이런 억지 주문을 마음속에 새기면서 불편한 새해를 맞이했었죠.

그랬던 저에게 마음의 변화를 일으킨 클래식이 있습니다. 너무 열심히 계획 세우며 살지 말고 그냥 살아도 된다는 작곡가의 마음이 담긴 곡, 완성 못하고 미완이여도 괜찮다는 곡! 이전에도 많이 들었던 곡이었는데, 세월의 힘인지 갑자기 음악이 180도 다른 느낌으로 전달됐습니다. 바로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입니다.

보통 사람 슈베르트
 
작곡가 슈베르트에 대해 잠깐 알아보겠습니다. 슈베르트의 이름은 프란츠입니다. 프란츠라는 이름은 오스트리아에서 굉장히 서민적인 이름이죠. 그리고 그의 부모님들도 그렇게 특별하거나 대단하지 않았어요. 슈베르트는 빈의 근교 리히덴탈이라는 작은 시골에서 태어났고, 14형제 중 4번째 아이였습니다. 형제 많은 집의 네 번째 자식이니 그냥 혼자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농민 출신의 아버지가 설립한 학교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을 했지만 특별히 교육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았기에 곧 그만둡니다. 교사보다는 직접 자신이 작곡을 하고 곡을 연주하는 것을 훨씬 즐겼죠.

슈베르트는 워낙 동시에 이 곡 저 곡 작곡하기를 좋아했던 다작(多作)의 작곡가였습니다. 제 지인 중에도 한 곡에만 전념하기보다는 이 곡 저 곡 악상이 떠오르는 대로 작곡을 해 가며 곡을 완성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글을 쓰는 작가 중에도 그런 분들이 계시더군요. 모두 성향과 취향의 차이겠지요.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좋은 곡과 좋은 글만 창작할 수 있다면 과정이나 방법은 절대적일 수 없지요. 슈베르트가 600여 곡이 넘는 가곡을 작곡한 것만 봐도 그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악상들이 항상 표류하고 다녔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악상이 떠오르면 바로 악보에 적다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끈기 있게 한 곡에만 집중하는 건 그의 작곡 스타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대곡 위주로 작곡을 하기보다는 짧은 곡, 소품 위주로 작곡을 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걸작이라고 생각하는 크고 긴 곡 중심의 경향에서 벗어나 있죠. 하지만 음악가들이 말하기를 슈베르트의 작품의 묘미는 그 작고 소박한 데에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600곡이 넘는 가곡을 작곡했고, 굉장히 많은 곡을 작곡했던 그였지만 생전에 발표된 곡은 100여 곡 정도로 전체 작품의 1/10도 미치지 못했답니다.

미완이지만 결코 미완이 아닌 곡

많은 작곡가들이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것에 비하면 정말 소시민적이고 우리와 비슷한 삶을 살았습니다. 소박하고 담백하면서도 그 무엇보다 사람을 좋아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슈베르트는 가곡의 왕이라는 호칭을 갖고는 있지만 전반적인 음악 스타일은 베토벤의 그늘에 있었습니다. 자신의 멘토였던 베토벤처럼 교향곡의 지평을 완성하거나 피아노의 신약 성경이라 불리는 32개의 피아노 소나타를 집대성하지도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것저것 손대느라 딱히 내세울 시그니처 곡이 없는 작곡가에 가까웠어요. 하지만 슈베르트는 대단한 포부를 갖고 있는 집념의 야심가라기보단 음악 자체의 순수함과 아름다음을 사랑한 작곡가였습니다. 작고 미완이어서 더욱 아름다운 작품을 많이 만들었던 슈베르트가 헛헛한 마음을 채워줄 곡으로 미완성 교향곡 만큼 어울리는 곡이 또 있을까요? 부족하고 미완이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절실한 마음으로 다음 곡을 만들어 냈던 슈베르트가 오늘따라 생각납니다.

슈베르트의 교향곡 1번부터 7번까지는 완성작이고 유명한 8번 교향곡은 2악장으로 구성된 ‘미완성’ 나단조 곡입니다. (보통 교향곡은 전부 4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뒤를 이은 아홉 번째 곡은 ‘베토벤의 9번째 교향곡’ 징크스가 두려워 9번이라는 번호 대신 ‘대 교향곡 (Great)’이라고 이름 붙입니다. (베토벤이 9번째 교향곡 ‘합창’을 작곡하고 죽은 뒤 그를 뛰어 넘은 작곡가가 없었기 때문에 ‘Nine Symphony’의 징크스가 생긴 것이죠.) 이 곡은 ‘대 교향곡’이라는 이름답게 연주 시간이 무려 1시간가량 걸립니다. 정말 1시간의 끈기와 시간적, 마음적 여유를 충분히 가지고 듣지 않으면 곡의 진가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아쉽게도 슈베르트 역시 ‘Nine Symphony’의 징크스를 넘지 못하고 마지막 10번째 교향곡을 작곡하다가 세상과 이별합니다.

8번 ‘미완성 교향곡’은 1악장의 장중하고 음산한 분위기의 서주가 지나면 아름다우면서도 애수를 띄는 1주제가 흐릅니다. 꼭 슬픈 멜로드라마에 나오는 배경음악 같은 곡조입니다. 그리고 2악장은 우리가 어릴 때 자주 듣고 불렀던 동요 ‘옹달샘’의 ‘물만 먹고 가지요 (솔시 레파 미레도)’ 선율이 중간 중간 계속 흐릅니다. 처음 곡을 들으면서부터 ‘솔시레파미레도’의 위력으로 2악장은 제 기억에 강하게 남았습니다. 뒷부분 3,4 악장을 마무리 짓지 못해 ‘unfinished’ 라는 부제가 붙었다지만 완성이면 어떻고 미완성이면 어떻습니까? 우리의 인생 자체가 모두 미완성이고 불완전한 것을요. 음악학자도 일반 애호가들도 모두 하나같이 ‘미완이지만 절대 미완이 아닌 곡’이라고 좋아합니다.

인생은 미완성이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살아내야겠습니다. 미완이 완성이 되는 그날까지!

유튜브 검색어-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
Schubert - Symphony No 8 in B minor, D 759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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